미디어속 보건의료이야기


사후세계를 경험한 의대생들

- 영화 <플랫라이너>


글. 이창진 기자(메디칼타임즈)



매년 의사를 주제로 한 영화가 쏟아지고 있으나, 리메이크된 이 작품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긴 영화는 드물다. 2017년 미국에서 개봉된 '플랫라이너'(Flatliners, 감독 닐스 아르덴 오플레브)가 그 중 하나다.


<코트니(제일 왼쪽)와 그의 친구들, 사진 출처: 플랫라이너>


사고로 동생을 잃은 코트니(배우: 엘렌 페이지)는 의대생 친구들과 함께 사후세계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위험한 실험을 감행한다.


자신의 심장을 잠시 동안 정지시켜 활동을 멈춘 뇌를 스캔한 다음 사후세계에 들어간 후 다시 의식을 깨우는 실험이다.


심정지 상태에 있던 코트니가 위태로운 고비를 넘기고 의식을 회복한 후, 내면에 잠재되어 있던 능력이 함께 깨어나 뛰어난 지능을 갖게 되자, 다른 친구들도 앞다투어 실험에 참여한다.


<실험을 통해 사후세계를 처음 경험한 코트니, 사진 출처: 플랫라이너>


실험 이후 사고로 잃은 동생을 보게 된 코트니와 실험에 참여한 의대생들 모두 과거의 죄책감을 느끼게 했던 기억들이 각성되면서 현실 속 주인공들을 괴롭히는 증상을 보인다.


코트니가 동생의 이름을 부르며 난간에게 떨어져 죽게 되자, 친구들은 자신들이 사후세계 경험을 통해 예상치 못했던 내면의 감정을 건드렸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영화의 원작은 1990년 개봉한 '유혹의 선'(Flatliners, 감독: 조엘 슈마허)이다.


<1990년 당시 최고 스타들이 출연한 영화 ‘유혹의 선’ 한 장면>

 

당시 할리우드 최고 스타였던 키퍼 서덜랜드와 줄리아 로버츠, 윌리암 볼드윈, 올리버 플랫, 케빈 베이컨, 킴벌리 스콧 등이 사후세계를 실험하는 호기심 많은 의대생 역을 맡았다.


원작과 리메이크작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의학기술의 발전이다.


원작은 대학 미술관을 실험실로 정하고, 의대생이 직접 고안한 장치와 약물을 통해 뇌와 심장을 멎게 했다면, 2017년 재탄생한 영화에서는 대학병원 지하 공간에서 최첨단 영상장치를 활용한 뇌 스캔이라는 첨단의학을 반영했다.


동일한 주제의 영화가 3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후에도 리메이크된 것을 보면 사후세계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듯하다.


다만, 1990년에 개봉된 원작이 당시 생명을 살리는 의사에 대한 동경심 속에서 사후세계를 경험한 의대생들의 실험을 호기심 있게 바라봤다면, 2017년 동일 제목 영화는 좀 더 세련된 연출 감각 외에는 현실 가능성이 많이 떨어지는 진부한 상상력에 불과하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 '플랫라이너'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의대생들이 경험한 과거의 회상이다.


영화에서는 사후세계 경험 후 과거의 잘못이 현실에 투영되어 주인공들을 더욱 위협하게 되는데, 이러한 환영에서 벗어나기 위해 주인공들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그 대상에게 용서를 구한다.


<의대 수업을 듣고 있는 코트니, 사진 출처: 플랫라이너>


영화와 같은 실험은 상상에 불과하나, 의대생들이 대학 졸업 이후 의사면허 취득에 이어 인턴과 레지던트 등 전공의 과정을 거치면서 경험하는 환자의 삶과 죽음은 현실이다.


의사면허를 딴 초짜 의사들이 밤새 당직을 서면서 아침에 인사한 환자들이 하룻밤 사이 주검으로 변했을 때 사망진단서를 쓰면서 느끼는 고통과 자괴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기자와 만난 한 봉직의는 "전공의 시절 어제, 오늘 아침에 웃으면서 인사한 정겨운 환자들의 얼굴이 사라졌을 때 느끼는 자괴감은 크다"며 "최소 백 여 명의 사망진단서를 작성해야 전문의로 거듭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실험자의 뇌를 스캔하는 코트니와 그의 친구들, 사진 출처: 플랫라이너>


영화 '플랫라이너'는 호기심 많은 의대생들의 사후세계를 경험하는 실험과 그 이후 벌어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흥미롭게 전개했다.


2018년을 사는 한국 의대생과 전공의들도 의사로서 무슨 진료과를 선택하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등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다는 점에서 영화 '플랫라이너' 의대생들의 실험(일탈)과 무관하지 않다고 얘기하면 과도한 해석일까…


※ 본 기고문은 저자 개인의 의견이므로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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