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속 보건의료이야기

응급의학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는 구조적으로 적자여야 하는가?

- 드라마 <라이프> Part 1

 

글. 신동욱 교수(삼성서울병원 암치유센터 가정의학과)

 

소위 빅 5중의 하나라는 상국대학교병원. 화정그룹에서 이 병원을 인수하면서 성과급제 확대 시행 지침이 내려오고, 이보훈 병원장(천호진 분)은 이에 반발한다.

 

병원장: “아무리 사기업이 대학 재단을 통째로 먹었다고 해도 이건 아니야, 이래선 안 되는 거야.”
부원장: “위에선 성과급 제가 효율성과 직결된다고 보는 모양입니다.”
병원장: “효율? 더 비싼 약품 더 고가의 시술 처방하는 의사한테 돈 더 많이 주고 하는 그런 것이 효율인가?”

 

<성과급제 확대 시행에 반발하는 이보훈 병원장, 사진 출처: 라이프>

 

그 직후 원장은 의문의 죽음을 맞는다. 부원장의 진술에 따르면, 원장이 술에 취해서 부원장의 집에 왔는데, 담배를 피우겠다고 하여 옥상에 올라가서 피우라고 했더니 잠시 후 쿵 소리와 함께 원장이 떨어져 있었다는 것. 원장 대행이 된 부원장은 어느 날 아침에 보건복지부에 다녀왔다고 하면서 응급의학과, 산부인과, 소아과를 지방 의료원에 파견하기로 했다고 통보한다.

 

소식을 들은 응급실 직원들은 응급의학과 의사인 예진우 선생(이동욱 분)에게 하소연을 한다.

 

여자간호사: “응급실이 제일 힘들었어요. 다리는 끊어질 것 같고 응급으로 왔는데 왜 기다리게 하냐고 싸우고. 근데 이거예요? 네, 선생님?”
남자간호사: “말씀 좀 해 보세요. 아니 국립대에서 교수들 지방에 파견 한다는 얘기는 들어 봤어도… 갑자기 무슨… 솔직히 전요, ‘그래 힘들어 죽겠는데 너희들이 뺨쳐 주는구나’ 싶어요. 어차피 우리는 병원 소속이니까 딴 과 가거나 그만두면 돼요. 갈 데 많아요.”

 

<의료원 파견 소식에 분노하는 응급의학과 직원들, 사진 출처: 라이프>

 

사실 이 파견근무는 화정그룹에서 병원 구조조정을 위해 보낸 구승효 사장(조승우)의 계획이다. 그는 병원에 부임하기 2주 전 이보훈 병원장에게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로 바꾸라고 압박한다.

 

구승효 사장: “야, 원장님. 이거 대단하십니다. 살다 살다 이런 매출 표는 처음 봤어요. 뭐가 이렇게 다 빨개? 뭐야 이거. 응급, 소아 청소년, 산부인과. 이거 세 개가 다 깎아 먹고 있네요. 그나마 딴 과에서 벌어들인 거를. 알죠, 필수과. 내과,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마취과, 정신의학, 치과 등을 포함한 아홉 개 이상의 진료과목과 전문의를 상급종합병원은 갖춰야 한다. 의료법 3조 3항. 근데 필수 과라고 해서 적자까지 필수일 필요는 없잖아요? 차트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오면 직무유기입니다. 이보훈 원장님. 아니 구조 자체가 수익이 안 나면 구조를 바꾸면 되지 원래 그렇다는 말이 어디 있습니까? 아, 됐고요. 나 2주 후에 그쪽으로 갑니다. 내 취임식 전에 청사진 받읍시다.”

 

<이보훈 병원장에게 적자과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구승효 신임사장, 사진 출처: 라이프>

 

수익 개선을 고민하던 구승효 사장은 보건복지부 차관을 만났다가 의료원 파견 사업에 대해서 듣는다.

 

<복지부 차관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공공의료원 파견 이야기를 듣게 된 구승효 사장, 사진 출처: 라이프>

 

복지부 차관: 상국대학병원은 그래도 빅5 중에 하나인데 그나마 낫죠. 저도 지방 가보면 정말 말도 아닌데 많습니다.
구승효 사장: 지방이 그렇습니까?
복지부 차관: 그럼요. 요새는 환자나 의사나 다 서울로 몰리기 마찬가지고. 저희로선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려고 파견제도도 해 보고 하는데…
구승효 사장: 파견 제도요? 그런 것도 있어요?
복지부 차관: 일반인은 들어본 적도 없을 정도로 홍보가 참… 지역 병원에 의사들 파견 사업이 시행되고 있긴 한데, 병원들이 적극적으로 협조를 안 해요.
구승효 사장: 그게 파견을 해도 월급은 원래 병원에서 주니까 그런 것 아닐까요?
복지부 차관: 전문의야 따로 협상을 해야 되겠지만 파견 받은 쪽에서 지급하지요. 우리 보건복지부에서 인건비도 지급하구요.

 

원장의 장례식에서 김태상 부원장(문성근 분)과 마주친 예진우는 부원장에게 구조조정에 대해 항의한다.

 

진우: 망자의 명예를 그렇게 위하셔서 원장님이 그 애를 써가며 지켜온 의국을 돌아가시자 마자 당장 쪽박내요?
부원장: 야, 이 새끼야. 누가 할 말을 하고 있어. 진짜 쪽박내고 있는 게 누군데? 너희들 허구한 날 마이너스 여태 누가 메꿔 줬어? 응급실이야 아무 환자나 받으면 끝이지만, 너희들이 마구잡이로 보내는 환자들 때문에 손해가 얼만데?
진우: 그걸 손해로 치십니까?
부원장: 내가 왜 하루 종일 팔 빠지게 수술해서 너희들 구멍 메꿔주냐? 필수과만 아니면 벌써 없어졌을 것들이.

 

<원장의 장례식장에서 부원장에게 항의하는 예진우, 사진 출처: 라이프>

 

구승효 사장은 의견을 듣겠다며 의료진들을 강당에 모아 놓는다. 반발하는 의료진들에게 중국보다 열악한 우리나라 지방의 의료 현실을 언급하며 지방 파견을 압박한다.
 
구승효 사장: “최근에 읽은 기사 중에 진짜 내 눈을 믿을 수 없는 걸 하나 봐가지고. 강원도에서 아이를 낳으면 중국에서 보다 산모가 더 많이 죽는다는 기사, 그거 사실입니까?”
산부인과장: “사실입니다. 그 점은 저희도 매우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구승효 사장: “음, 안타까워하시는구나. 거기 앉아서.”
산부인과장: “이 세상의 모든 의료 문제를 우리 손으로 풀 수 없는 거 아닙니까?“

 

<의료진들을 모아놓고 3개과의 지방 파견을 요구하는 구승효 사장, 사진 출처: 라이프>

 

이 글을 쓰는 시점은 라이프가 첫 방영된 다음 주이다. 기존의 많은 의학드라마가 의학적 문제를 해결하는 비범한 의사의 모습이나 병원 내 권력관계 같은 것을 다루었다. 반면 라이프는 첫 회부터 적자를 보는 과에 대한 경영진의 압박, 그리고 공공의료원에 대한 의사 파견 사업 등 거시적인 정책문제를 꺼내 들었다. 이 드라마를 처음 본 실제 의료계 종사자들은 우리나라 의료 현실을 잘 아는 사람이 대본을 썼을 것이라는 평을 하고 있다.


1~2화에서 드러나는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응급의학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는 적자를 보고 있다’라는 점이다. 가장 필수적이기 때문에 의료법 상으로도 상급병원에는 필수 진료과로 설치되어있어야 하지만, 구승효 사장은 적자를 줄이기 위해 상국대학교 병원에선 아예 규모를 최소로 줄이고 의료진을 지방에 파견하여 그들의 인건비를 지방의료원과 보건복지부에 전가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마치 기업에서 적자가 나는 사업부서를 정리하겠다는 계획과 같다. 이보훈 병원장은 사망 전에 구승효 신임 사장에게 필수 진료과를 수익에 따라 폐지할 수 없음을 강변하였다.

 

병원장: “애 낳는데 피는 또 얼마나 쏟아지는데요. 출산이라는 게 원래 극도로 위험한 겁니다. 그런데 요즘 세상에 애 낳으면서 잘못되는 게 어디 있냐고 전부 병원만 걸고 넘어집니다. 이런 위험 다 무릅쓰고 어떻게든 다 안고 가려고 하는 것이 필수 진료과입니다. 구조상으로 수익을 낼 수가 없습니다.”

 

<구승효 사장에게 필수 진료과의 적자 불가피성을 역설하는 이보훈 원장, 사진 출처: 라이프>

 

여기서 의문이 든다. ‘필수 진료과는 구조상 수익을 낼 수 없다’는 원장의 말. 정말 그런가?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그렇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그러면 다른 나라에서도 이 과들은 모두 적자를 냈을까?

 

최근 우리 국민들은 이국종 교수님께 열광했다. 열악한 상태에서 사명감으로 중증 외상환자를 보는 그 모습에 전 국민이 감동했다. 그런데,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이국종 교수가 아주대 교수회 소식지에 밝힌 글에는 아래와 같은 말들이 나온다.

 

"비용을 많이 지출하는 대형병원은 투입된 자본에 비해 수가가 받쳐주지 않으므로 중증외상 환자를 반기지 않는다.”
"세계적으로 쓰이는 외상외과 교과서의 표준 진료지침대로 치료했다는 내용을 (심평원에) 제출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나는 연간 10억원의 적자를 만드는 원흉이 됐다. 나는 일을 하면 할수록 손해를 불러오는 조직원이었다. 무고했으나 죄인이었다."

 

이국종 교수님이 속한 외상외과가 적자를 초래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국종 교수님이 게을러서? 집에 1년에 몇 번 밖에 못가시면서 일하시는 분이다. 주 52시간은커녕 그 두 배는 일하시는 분이다. 병원은 왜 이국종 교수님을 손해를 불러오는 조직원으로 보는 것일까? 병원장이 이상한 사람이라서? 병원의 위상을 드높여준 스타 교수를 일부러 미워할 수 있을까?

 

<파견 3과 = 적자 3과, 사진 출처: 라이프>

 

우리나라의 의료수가는 국가가 정한다. 상대가치점수제라는 것에 의해 시간이나 난이도를 고려하여 정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2018년 제왕절개 수술의 수가는 약 40만 원이다. 참고로 반려견의 제왕절개 수가는 통상 50만 원 정도이니, 개보다 못한 사람의 분만수가라 할 수 있다. 인구가 적은 지방으로 내려가면 운영이 안되니 갈 수 없고, 무과실 사고에도 보상을 요구하기 때문에 250건의 분만을 하다가 한 건만 사고가 나서 1억 원을 보상해야 한다면 수입이 다시 0이 되는 상황이다.

 

그러면 다른 나라는 어떤가? 응급의학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는 수익이 나지 않는 구조인가? 2018년 Physician compensation report (https://www.medscape.com/slideshow/2018-compensation-overview-6009667)에 따르면, 일차의료의사에 해당하는 소아청소년과는 내과, 가정의학과와 유사하게 가장 낮은 편에 속하지만 (연봉 212K USD, 약 2억 4천만 원), 응급의학과(350K USD. 약 3억 9천만 원) 및 산부인과(300K USD, 약 3억 4천만 원)는 평균보다 높은 편에 속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소위 기피 진료과라고 불리는 흉부외과, 비뇨기과의 연봉은 각각 603K USD(약 6억 8천만 원), 373K USD(약 4억 3천만 원) 정도로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혹자는 재벌그룹에서 임명된 사장이 와서 경영 실적을 압박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 드라마가 의료 영리화의 문제점을 이야기한다고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의료법상으로는 모든 의료기관은 비영리 법인으로 묶여 있으며, 그룹에서 수익을 가져갈 수 없는 구조기이기 때문에, 기업과 연결된 대형병원은 사회공헌재단을 통해서 운영되고 있다. 국립대병원인 서울대병원이나 종교계열 학교법인인 세브란스병원과 사회공헌재단인 삼성서울병원이나 서울아산병원이 실제 진료 행태에서 차이가 없으며, 의료진에 대한 급여체계는 오히려 공공병원이 더 수익 위주로 돌아가곤 하는 것이 현실이다.

 

3회에서 소아 화상환자를 보던 한 의사가 이야기 한다.


“이제 갓 돌 지난 앤데 3도 화상이에요. 그것도 조금만 늦었으면 스킨 그래프트(피부 이식)도 힘들 뻔 했어. 소아하고 응급하고 나가면 이런 케이스는 다 죽으라고? 아, 내 코가 석잔데 누굴 걱정하겠어요. 하는 꼴 보니까 여기도 좀 있으면 돈 되는 수술만 하랄 것 같은데… 나중에 봐요. 이제 여기(상국대학교병원)도 코 세우고 쌍꺼풀 찝고 있는다.”

 

정말 필수 의료는 수익이 나면 안 되는 것일까? 필수 의료를 하는 의사들은 수익이 못나는 과라는 굴레를 짊어져야 하는 것일까? 왜 정형외과의사는 수익을 낸다고 떵떵거릴 수 있고, 왜 산부인과 의사는 적자를 내는 죄인이 되어야 하는가? 왜 미국의 의사들은 우리나라에서 기피되는 진료과를 선호할까?

 

극 중에서 신경외과 오세화 센터장(문소리 분)은 아래와 같이 말한다.


“이게 다 보험수가 때문이죠. 수가만 높았어 봐요. 산부인과든, 소아과든, 지방에서 잘만 돌아가죠.”

고도의 집중력을 가지고 환자의 심장을 열어야 하는 의사가 쌍꺼풀 수술을 하는 의사보다 더 많은 수익을 올리게 하고, 지방에서 응급환자를 보는 의사가 강남에서 보톡스와 필러를 시술하는 의사보다 더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게 수가가 책정되면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그 해결의 열쇠는 필수 의료에 대한 적정 수가 지불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공의료원에 진료 교수 파견이나, 취약지 의무복무를 조건으로 하는 공공의과대학 설립같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 드라마는 묻고 있다.
정말 문제는 무엇인가? 돈만 아는 병원이나 의사의 탐욕인가? 아니면 잘못 설계된 의료 제도인가?

 

<응급 소아 진료 거부하는 지방병원에 대한 기사. 출처: 라이프>

 

※ 본 기고문은 저자 개인의 의견이므로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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