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이슈

2015년과 2018년 메르스 바이러스가 달라진 것일까? 우리가 달라진 것일까?

 

글. 이재갑 부교수/감염관리실장(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비상임이사 겸임)

 

 

숫자만 보더라도 2015년과 2018년은 정말 달랐다.
2015년의 메르스는 감염병 대응을 담당하였던 질병관리본부나 보건복지부뿐만 아니라 많은 민간 전문가들에게도 크나큰 상처를 주고 지나갔다.

 

2015년 평택의 한 병원에서 첫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였을 때 초기 밀접접촉자의 범위를 제한적으로 결정하는 바람에 발생한 환자의 반 이상이 퇴원하였거나 다른 병원으로 전원 간 환자에서 발생하였다. 초기 발생 병원을 공개하지 않아 여러 병원으로 흩어진 환자는 전원 갔던 병원에서 메르스에 노출된 환자인지도 모르고 발병이 된 상태에서 진료를 받았고 발병한 환자들은 전원된 병원에서 대량 노출 상황을 만들어 2차, 3차 유행 상황을 초래하였다. 방역의 컨트롤타워도 질병관리본부에서 보건복지부로 특별한 기준도 없이 넘어가면서 감염병 대응 전문가가 비전문가의 지시를 받게 되는 황당한 상황이 연출되었고, 컨트롤타워가 심하게 흔들리면서 초기 방역 실패를 만회하기 위한 후속대책의 결정도 늦어졌다. 이러한 문제가 거듭 발생하자 결국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의 신뢰도는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신뢰를 잃은 방역의 주체를 보완하기 위해 역학조사의 과정(민관공동역학조사위원회)과 환자가 발생한 병원들의 관리(즉각대응팀)를 위해 민간 전문가들이 질병관리본부나 보건복지부의 방역요원들과 함께 파견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메르스 유행 후반부에서는 질병관리본부도 민간전문가들과 함께 심기일전하여 본연의 방역전문가로서의 역할을 수행해 나가기 시작하였고, 2015년 12월이 되어서야 메르스 종료 선언을 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2015년의 메르스는 왜 그렇게 여러 병원으로 확산되었을까?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생한 메르스는 낙타 등에 노출되어 지역사회 내에서 발생한 환자들로 인해 병원 내 감염이 진행되어 다수의 의료진과 입원 환자로 확산된 경우가 여러 차례 보고되었다.
한국의 첫번째 메르스 환자는 2015년 5월 4일 바레인에서 거주한 남성으로, 카타르를 통하여 입국하여 2015년 5월 11일 증상이 발생하였으나 5월 20일이 되어서야 확진 되었다. 즉 이 환자는 입국해서 16일, 증상 발현 후 9일만에 진단되었으며 폐렴으로 의원 2곳, 평택의 한 종합병원을 거쳐 5월 18일 삼성서울병원에 입원 되어서야 메르스 의심을 받았고 5월 20일 확진 되었다. 열네 번째 환자의 경우는 방역당국이 메르스 발생병원에 대한 정보공유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평택성모병원에서 전원된 환자인지도 모르는 상태로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2박3일간 머물며 80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하는 상황이 되었다. 2015년 전체 186명의 환자 중에서 지역사회 내에서는 2명의 환자(가족 간 전파 1, 노출력 불명확 1명)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이 병원에서 노출되어 발생하였다. 즉 병원이 확진환자에게 노출되었느냐 아니냐가 가장 큰 환자 확산의 요인이었다.
질병관리본부와 국내 병원들은 2015년의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메르스 의심환자가 진단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료기관을 방문할 때 환자와 의료진이 메르스에 노출되는 상황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체계를 마련하여 시행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메르스 의심환자가 발생할 경우 병/의원에 바로 내원하지 않고 콜센터인 1339에 먼저 신고하도록 홍보하고 있다. 콜센터를 통하여 메르스 의심환자로 확인될 경우 인근 보건소는 환자 공간과 운전석이 격벽으로 나뉘어진 구급차를 이용하여 환자를 국가지정격리병상을 보유하고 있는 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다.
만약 1339를 이용하지 않고 메르스 의심환자가 내원했을 경우 진료를 접수할 때와 의료진이 진료할 때  메르스 위험국가를 다녀온 이력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운영하고 있는 의약품 안전사용서비스(Drug Utilization Review)를 통하여 팝업창에 표시가 된다. 이런 환자 중에서 메르스 의심환자로 확인된 경우는 바로 보건소나 질병관리본부에 신고하여 국가지정격리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다. 또한 병원급 의료기관들은 이런 환자들이 언제든 내원할 수 있기 때문에 모의훈련이나 도상훈련을 1년에 1~2회 실시하여 대비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메르스와 같은 신종감염병 환자가 입원할 수 있는 국가지정격리병상을 전국 18개 병원 70병상에서 28개 병원(1개 병원은 신축 중)으로 확대하여 156명의 신종감염병 환자가 동시에 발생하여도 1인음압격리실에 입원할 수 있는 시설을 확충하였다.
2018년 메르스 의심환자는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도착하였으나 응급실 의료진은 메르스 의심환자로 바로 판단하여 응급실 밖 음압격리실로 바로 격리하였다. 호흡기 증상이 있고 흉부 방사선 사진에서 폐렴이 의심되어 메르스 의심환자로 확인하여 보건소 구급차를 통해 국가지정격리병상을 가지고 있는 서울대병원으로 바로 전원하여 확진에 이르게 되었다. 이번 환자의 확인과정처럼 병원 내에서 의료진들이나 다른 환자들이 메르스 확진 환자에게 노출되지 않은 것이 2015년의 대량 환자 발생과는 다른 상황을 만든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2015년에 비하여 방역당국의 대응 중에서 한결 나아진 부분은 대국민 홍보와 관련된 것이다. 환자가 확진 된 후 3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환자 발생 상황을 언론을 통하여 발표하였고 환자의 비행기편, 국내 도착한 이후의 동선을 소상히 알려서 국민들의 불안을 잠재우는데 일조하였다. 또한 매일 언론브리핑을 통하여 국민들이 메르스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알 수 있도록 한 것도 이전과는 많이 달라진 것이다.
검역소에서 환자를 거르지 못한 부분이나 격리자 조치에 있어서 매끄럽지 못했던 점, 초기 외국인들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았던 경우 등 작은 부분들의 숙제를 남겨놓기는 했지만 어찌하던지 메르스 종료 선언을 앞둔 2018년 10월 16일까지 추가 환자 없이 이번 상황은 종료되었다.

 

2018년 3월 세계보건기구는 ‘Diseases X’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앞으로 전세계에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신종감염병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감염병 대응 능력 향상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한국도 현 상황에 만족하지 말고 발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우선 질병관리본부의 ‘청’ 또는 ‘처’로의 승격이다. 전문가 집단이 재정과 인사를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전문가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업무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감염병 대응을 위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정책과 재정계획을 고민하고 끌어갈 총리 또는 대통령 산하의 위원회도 시급하다. 감염병 대응을 위해서는 장시간의 시간과 재정 투자가 필요한데 한 부서의 노력만으로 달성하기 어렵다.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를 포함하여 질병관리본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민간전문가가 포함된 위원회를 구성하여 5년, 10년 후의 감염병 대응 체계를 그려볼 수 있는 조직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2018년도의 메르스도 끝났다. 10년쯤 후에는 지금보다 더 감염병 대응을 잘 하는 국가에서 우린 살 수 있을까? 앞으로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이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