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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이슈/미디어 속 보건의료이야기

[Vol.11 3월호] 미디어 속 보건의료이야기 :: ‘존큐’를 보고

 

 

글. 김사라 (드림요양병원 한의사)

줄거리

평범하고 단란한 가정의 가장이 회사에서 정규직에서 파트타임 계약직으로 내려앉는다. 그러던 어느날, 아들인 마이크가 야구경기를 하던 도중 발작을 일으켜 쓰러지고 심장이식을 받지 못하면 죽게 된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
 
심장이식에 필요한 돈은 현금 25만달러 한화로 3억에 가까운 큰 돈이다. 당장 이식수술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이식 수술 대기자 명단에 올리는 것만으로 7만달러를 선불로 내야한다. 계약직 파트타임이라는 이유로 저가형보험으로 바뀌어 존큐가 가입되어 있는 보험에서 보장해 줄 수 있는 금액은 2천만원 남짓..각종 기금들에 도움을 요청해 보지만 파트타임이라도 일자리를 가지고 있는 차상위 빈곤계층이기에 역시 도움을 줄 수 없다고 한다. 언론사를 찾아가보아도 당신 같은 사람들 한둘이 아니라고 외면하며, 혼자서라도 열심히 돈을 모아보지만 결국 병원비를 내지 못한다.

 

아들이 퇴원을 당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자 존은 결국 병원을 점거하게 되고, 아들을 수술 대기자명단에 올리기 위해 의사와 병원관계자, 환자들을 감금 협박한다. 이후, 뜻하지 않게 존큐의 사연이 언론사들의 관심을 받게되고 호의적인 여론에 힘입어 그는 간신히 아들을 대기명단에 올린다.

 

하지만, 아들에게 맞는 심장이 없는 상태에서 아들의 심장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게 되자 존큐는 자신의 심장을 아들에게 주기로 결심한다. 바로 그때, 기적과 같이 아들에게 맞는 심장이식자가 나타나고 존큐는 본인을 희생하지 않고 아들을 살리게 된다.

 

# 영화 속에서 강하게 마음을 움직인 몇 가지 장면들..

 

1. 돈이 없다고 퇴원을 종용하는 병원 관계자에게 존큐가

 " 당신의 아들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라고 눈물 어린 눈빛으로 묻는다.

 

2. 본인을 희생하기로 한 존큐가 병상에 있는 아들을 바라보며

아버지 없이도 인생을 이러이러 하게 살길 바란다고 부탁을 하는 장면 역시 압도적이다.

현재까지의 영화들과 견주어보아도 가장 극적으로 아버지의 사랑을 드러낸 장면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 환자이자 동시에 의료인으로서 보는 영화, 존큐

 

의료계의 온갖 부정적인 상황들,
환자 보호자의 눈물겨운 투쟁,
아들의 인생을 향한 마지막 조언까지..

나와 내 가족 역시 예기치 않게 환자가 될 수 있는 입장이자 동시에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의료인이기에 양 쪽의 입장에서 더욱 몰입할 수 있었던 영화였다.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헌신적 사랑이 주제이나 한층 더 들여다보면

현재 의료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어린 시선을 보여준다.


돈이 없어서 아들을 살릴 수가 없다는 주인공의 처절하고도 안타까운 싸움.
환자의 생명과 의료서비스에 들어가는 비용의 충돌..
흔하게 볼 수 있는 상황이지만 너무도 어려운 주제가 아닌가.
의료계를 포함한 온 나라가 한동안 들썩였던 최근의 이슈와 무관하지 않기에
더욱 몰입할 수는 있었으나 누구도 쉽게 말할 수는 없는 주제이다.

영화가 끝날 즈음, 존큐는 본인목숨의 희생 없이도 결국 아들을 살렸고

영화 속의 모든 갈등이 해결되었다.

한명의 관객으로서는 영화 속 갈등의 해소와 함께 카타르시스를 느끼지만,

한명의 의료인으로서는 어려운 질문이 남게 된다.

환자 앞에 마주선 의료인으로서 그 환자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것은 과연 무엇일까?
의료인이자 제한된 시간과 에너지를 가진 개인으로서 어떻게 무엇을 해야할까?
결코 가볍지 않은 질문들이다.

 

ⓒPhalinn Ooi, Flickr

 

# 의료인, 우리들 개개인이 할 수 있는 건 무엇인가?

 

환자 앞에 선 의료인으로서 단기적으로 해줄 수 있는 건 당장의 의료처치겠지만
장기적으로 볼때 환자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을 고민해 보면 임상적인 접근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

의료계에서 이런 환자를 위해서 해줄 수 있는 것은 꼭 임상 진료만은 아니다. 양한방을 막론하고 의료계에는 해야할 일이 너무 많다.
환자들에게 최선의 치료란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파악해야하고, 임상에 적용하기까지 현실적인 상황들을 조율해야한다. 이를 위해 더 나은 의료환경을 만들고, 내부자정을 하는 것까지도 결국 보건의료인의 몫이다. 이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학술적 고민과, 임상적 고민, 정책적 고민이 함께 따라줘야 되는 것..

의료 뿐 아니라 사회 모든 영역이 다원화된 체제에서 개인은 한정된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데
그럼 의료인으로서 나라는 한 개인은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가?
의료인이 되고 전문의를 따고 나와서도 진로 고민이 끊이지 않는 요즘의 세태를 보건대, 이런 고민이 비단 나 혼자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 전 생애를 통해 대답해야 하는 질문.

 

생계를 위해 돈을 벌어 먹고 사는 문제 이전에
하나의 의료인이자 제한된 에너지를 안고 사는 개인으로서
나는 내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굳이 따지자면 개인의 성향과 양심에 맞게 최선의 선택을 하며 사는 것이 정답이다.
각자가 처해진 상황에서 끝없이 이어지는 문제들을 대하며, 각자 머리와 가슴이 시키는대로 선택하며 사는 것이다.

통계와 근거, 임상지침, 최신가이드라인들도 중요하고, 현재의 의료시스템에 대한 고민도 빼놓을 순 없다.
하지만 그 모든 것에 앞서는 것은 사회적 인간으로서 생명에 대한 고민일 것이다.

"당신의 아들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의료인으로서 각자가 하는 역할은 서로 다르겠지만,
이런 질문을 하며 눈물 흘리는 환자를 위해
의료인들은 스스로 늘 고민해야만 한다.
평범하게 개원의로서 임상을 하든, 병원에서 중증환자를 보든, 아니면 연구를 하든, 신약개발을 하든, 정책개발을 하든 간에 말이다.
환자의 생명을 위해 일한다는 의료인으로서 미래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몰라 다들 불안해 하기도 하지만, 미래의 내가 어떻게 살아갈지를 결정하는 것은 현재의 고민들이다.

- 환자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 환자의 그 치명적인 물음에 나의 전 생애를 통해 답할 수 있는가..?

현재 의료계에 종사하는 삶의 순간 순간에 이런 물음들을 회피하지 않길,
그리고 먼 미래의 내가 이 물음에 진정 어린 답변을 할 수 있길 바랄 뿐이다.

 

 

# 날선 비판과 함께 따뜻한 격려를...

 

존큐라는 영화에서도 드러났듯이, 이 시대의 보건의료인들에게 국민들이 가지는 정서는 매우 비판적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의료인이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본인 인생을 의미있게 살아가려는 사람들도 우리 주변에 상당히 많으니..
의료계에 대한 날선 비판도 좋지만, 따뜻한 격려도 함께 해주었으면 한다.

환자의 편에서 늘 고민하며, 환자를 위한 행동이 무엇일지
의료인 각자가 전 생애를 통해 대답해나가는 과정..

누구도 풀기 어렵고 힘든 질문이기에, 답을 얻는 과정에는 아마도 반드시 격려가 필요하지 않을까.

 

 ※ 필자의 견해는 본지의 제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