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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수첩/보건의료근거연구

[Vol.21 2월호] 이달의 NECA연구 :: 경동맥 협착증 치료

 

 

 

글. 신상진 연구위원(한국보건의료연구원 경제성평가연구팀)

 

서울에 거주하는 김철수(68세)씨는 최근 목이 심하게 결리고 어지럼증이 있어 병원을 방문했다가 경동맥 협착증을 진단받았다. 담당의사는 경동맥 협착률이 50% 미만인 경우에는 약물만으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김철수씨의 경우는 협착률이 50% 이상으로 경동맥 내막절제술이나 스텐트 삽입술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스텐트 삽입술을 권유하였다. 김철수씨는 갑작스럽게 경동맥 협착증을 진단받은 데다 어떤 시술을 받는 것이 좋을지 막막하기만 하다.

 

경동맥 협착증이란?
김철수씨가 진단받은 경동맥 협착증은 경동맥이 좁아지는 질환이다. 경동맥(carotid artery)은 심장에서 나온 혈액을 뇌로 보내 뇌가 원활하게 기능할 수 있도록 에너지를 공급하는 혈관으로, 뇌로 가는 혈액의 80%를 보내는 중요한 혈관이다. 이러한 혈관이 좁아지거나 딱딱해지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이 바로 경동맥 협착증이다. 경동맥 협착증은 날로 급증하고 있는 뇌졸중 발생 원인의 약 30%를 차지할 정도로 주된 위험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경동맥 협착증 치료법
경동맥 협착증 치료는 크게 약물치료와 외과적 치료가 있다. 대표적인 약물으로는 아스피린(aspirin), 클로피도그렐(clopidogrel) 같은 항혈소판제제와 헤파린(heparin), 와파린(warfarin)과 같은 항응고제제가 있으며, 외과적인 치료에는 혈관 내 스텐트 삽입술과 경동맥 내막제거술이 있다. 치료법은 환자의 증상유무와 경동맥의 협착상태에 따라 결정하게 되는데, 김철수씨처럼 협착률이 50% 이상이면서 경동맥 협착으로 인한 증상이 있는 유증상의 경동맥 환자에서는 경동맥 내막절제술과 스텐트 삽입술 모두 선택 가능하다.

 
경동맥 내막절제술은 경동맥을 직접 절개하여 협착의 근본적 원인인 동맥경화성 물질(혈관내막)을 제거하는 시술이며, 스텐트 삽입술은 대퇴동맥으로 관을 삽입하여 협착이 있는 부위에 스텐트라는 금속 그물망을 펼쳐 좁아진 혈관을 넓혀주는 시술이다. 스텐트 삽입술은 내막절제술에 대한 고위험 환자 또는 병변이 머리 쪽으로 너무 높게 위치하여 수술적 접근이 불가능한 환자 등을 대상으로 개발된 시술법이다.

      

경동맥 내막절제술 경동맥 스텐트 삽입술

그림 1. 경동맥 내막절제술과 경동맥 스텐트 삽입술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연구결과

1. 임상적 효과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유증상 경동맥 합착증 환자에서 내막절제술과 스텐트 삽입술의 임상적 효과를 비교한 11개의 무작위임상시험(Randomized control trial)을 검토한 결과를 발표하였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유증상 경동맥 협착증으로 각각 두 시술을 받은 환자를 비교한 결과 스텐트 삽입술을 받은 환자군에서 시술 후 30일 이내에 뇌졸중 또는 사망이 더 많이 발생하였다(Relative risk:1.75, 95% CI:1.31-1.83). 하지만 시술 이후 심근경색의 발생은 내막절제술을 받은 환자군에서 더 많이 나타났다(Relative risk:0.46, 95%CI: 0.23-0.93). 이러한 결과는 국내 5개 병원에서 두 시술을 받은 환자 677명(내막절제술 331명, 스텐트 삽입술 346명)의 의무기록 자료 분석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는데, 스텐트 삽입술을 받은 환자군에서 30일 이내 뇌졸중 발생이 더 높게 나타났다(스텐트 삽입술: 17명, 내막절제술: 6명, p-value=0.026).

 

2. 비용-효과
또한 경제성 모형 분석을 통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김철수(68세)씨와 같은, 50% 이상 협착된 유증상 환자에서 내막절제술이 더 경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68세의 환자가 내막절제술을 받을 경우 약 6.71년을 건강하게 생존할 수 있는 것에 비해 스텐트 삽입술을 받을 경우는 그것보다 조금 짧은 6.49년을 건강하게 생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약 2.6개월 생존기간 차이). 두 시술의 효과는 거의 차이가 없는 반면, 스텐트 삽입술을 선택한 환자의 평균 치료비용이 약 967만원으로, 내막절제술을 선택한 경우보다 약 169만원 더 소요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협착률이 70% 미만인 환자 혹은 70세 미만인 환자에서는 스텐트 삽입술이 오히려 더 경제적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국내 시술현황
경동맥 협착률이 50% 이상이면서 증상이 있는 환자군에서 내막절제술이 스텐트 삽입술에 비해 임상적 효과가 열등하지 않고 더 경제적일 수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국내 경동맥 협착증 환자의 약 80%는 스텐트 삽입술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Goddney 등, 2010; Skerritt 등, 2012; Vogel 등, 2009)에서 내막절제술의 사용빈도가 월등히 높은 것과는 상반되는 상황이다.

 

 


그림 2. 유증상 경동맥 협착증 연도별 시술현황
(자료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청구자료)

 

이러한 상황에 대해, 공동 연구책임자 인하대학교 신경외과 박현선 교수는 외국과 달리 스텐트 삽입술이 내막절제술보다 국내에 먼저 도입되었고, 내막절제술의 학습기간이 스텐트 삽입술보다 길어 국내 여러 의료기관에서 사용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였다. 또한 박교수는 두 시술 모두 건강보험에서 보장되고 있는 국내 상황에서, 효과는 비슷한 반면에 상대적으로 비용이 높은 스텐트 삽입술이 월등히 많이 사용되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토대로 경동맥 협착증 환자에서 두 시술 간에 균형 있는 사용이 필요할 것이라고 제안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