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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이슈/보건의료이슈

[Vol.24 5월호] 보건의료이슈 :: 식중독 예방 및 치료

 

 


글. 방지환 교수(서울대학교 보라매병원 감염내과)

 

교과서적으로 식중독은 음식물 섭취와 관련되어 발생하는 비교적 잠복기가 짧은 급성 질환으로 환자라고 하더라도 타인에게 전염력은 없는 질환을 의미한다. 식중독은 미생물이나 미생물의 독소, 중금속과 유기물을 포함한 각종 화학물질, 동식물에서 분리되는 생물학적 독소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한편, 국내 방역당국에서는 교과서적 의미의 식중독뿐 아니라 법정감염병에 포함되지 않은 급성식품매개전염병을 식중독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한, 관습적으로 식품섭취 후 발생하는 급성 질환 모두를 식중독으로 통칭하기도 한다. 본 원고에서는 관습적으로 식중독으로 지칭되는 급성식품매개질환의 예방 및 치료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급성식품매개질환이라고 하면 흔히 무더운 여름에만 생기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 물론, 여름이 돼서 기온이 높고 습도가 증가하면 미생물이 잘 번식해서 문제가 생길 우려가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급성식품매개질환 발생은 날씨뿐 아니라, 인간의 행태가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꼭 여름에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자면, 학교 급식, 외식 산업 규모 확대 등이 급성식품매개질환의 발생 및 규모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급성식품매개질환 예방을 위해서는 음식을 준비하고 섭취하는 전과정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우선, 식재료를 구입하는 단계에서부터 주의가 필요하다. 식재료는 당연히 신선한 것을 구입해야 한다. 여기에 더불어서 조심해야 할 것은 식재료를 구입하는 순서이다. 마트나 시장에서 장을 볼 때는 우선 다른 물건을 먼저 사고 식재료는 나중에 사야 한다. 그 중에서도 육류나 어류 등 상하기 쉬운 식재료나 식품은 제일 나중에 구입해서 이들 식재료나 식품이 상온에 오래 노출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구입한 식재료나 식품은 가급적 빨리 냉장고에 보관하도록 한다. 냉장고에 보관하는 과정에서도 주의가 필요하다. 첫째, 냉장고를 지나치게 꽉 채우면 냉각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둘째, 크기가 큰 식재료는 분할해서 보관해야 한다. 크기가 큰 식재료를 그냥 냉장고에 넣으면 안쪽까지는 충분히 냉각이 되지 않을 수 있으며, 분할하지 않고 조리에 사용할 경우 불필요하게 냉각과 해동을 반복하는 부분이 생길 수 있다. 냉각과 해동을 반복하면 재료의 신선도도 떨어지고 미생물이 증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한편, 냉동상태의 식재료를 해동할 때도 주의해야 한다. 실온에서 해동을 하면 중심부가 해동될 때까지의 시간 동안에 식자재의 표면 온도는 상온과 비슷한 수준까지 상승할 수 있다. 따라서 해동이 필요한 식자재는 미리 냉장실에 옮겨서 냉장 상태에서 서서히 해동하든지 전자레인지를 이용해서 해동해야 한다.

 

 

 

조리과정에서도 주의가 필요하다. 조리 전에는 비누를 이용해서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그리고 급성 소화기 증상이 있거나 손에 상처가 있는 사람은 조리를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조리 중에는 교차오염에도 주의해야 한다. 특히, 최종 가열 과정을 거치는 음식과 가열 과정 없이 준비하는 음식을 다루는 조리도구는 구분해서 사용해야 한다. 또한, 상하거나 오염되기 쉬운 식품은 가급적 가열 과정을 거쳐서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면 김밥에 들어가는 햄이나 맛살은 프라이팬에서 한번 볶은 다음 사용하는 것이 좋다.

 

음식은 가급적 필요한 적은 양만을 준비해서 남는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 만일 음식이 남았다면 60℃ 이상의 고온에 보관하거나 냉장 보관해서 미생물이 오염되거나 증식되는 것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음식을 2시간 이상 상온에 방치하는 것은 미생물 증식의 조건을 제공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그 외에 주의해야 할 것은 식사 전과 애완동물 접촉 후 손 씻기, 수질 점검 상태를 알 수 없는 지하수 마시지 않기, 여름과 가을에는 익히지 않은 해산물 먹지 않기, 포장에 손상이 있는 가공 식품은 먹지 않기 등이 있다.

 

거의 대부분의 급성식품매개질환은 합병증 없이 수 일 이내에 회복되기 때문에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집에서 자가치료를 하면서 경과를 관찰할 수 있다.

 

설사나 구토 등 소화기 질환이 동반되는 경우 굶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설사나 구토 등으로 수분과 전해질이 몸에서 빠져나갔으므로 이를 충분히 보충해 주는 것이 좋다. 다만, 설사나 구토 같은 소화기 증상이 있을 때에는 기름기가 많은 음식, 자극적인 음식, 섬유질이 많은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음식을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소화기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조금씩 자주 먹는 것이 좋다. 모유를 먹고 있는 아기라면 계속 모유를 먹도록 한다.

 

설사가 있을 때 흔히 지사제를 복용하는데 이는 위험할 수 있다. 지사제를 먹어서 억지로 설사를 멈추게 하면 미생물이나 독소가 더 많이 장관에 남을 수 있고, 이에 따라 중증 합병증을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거의 대부분의 급성식품매개질환이 저절로 호전되지만 일부에서는 중증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노인이나 영유아, 면역저하환자, 기저 질환이 있는 사람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의식이 떨어지거나 심한 탈수가 있을 경우에는 특히 주의가 필요한데, 소변량이 눈에 띄게 감소하거나 소변이 아예 나오지 않는다면 심각한 탈수가 동반되었다고 봐야 한다. 이런 경우에는 반드시 전문가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식재료를 준비하고 섭취하는 모든 과정 중에서 음식물의 오염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상황상황 주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증상이 심하거나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사람이 급성식품매개질환에 걸릴 경우에는 빨리 전문가를 찾아보는 것이 좋다.

 

 

※ 본고는 외부 필자의 원고로서 <공감 NECA>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