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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이슈/보건의료이슈

[Vol.1 창간호] 의료장비의 현황과 대책

   글. 박은철(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보건의료정책의 출발점은 정책문제이다(박은철과 장성인, 2012). 이는 보건의료정책이 바람직하지 않은 상태인 정책문제를 인지하고 바람직한 상태인 정책목표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보건의료 정책문제를 정의하거나 정책목표를 설정하기 위해서는 준거(reference)가 필요하다. 준거에는 절대적 준거와 상대적 준거가 있는데 절대적 준거는 기준의 설정 및 합의가 쉽지 않으므로 많은 경우 상대적 준거를 통해 정책문제와 정책목표를 설정한다. 상대적 준거로는 첫째, 과거의 준거, 둘째, 집단 간 차이의 준거, 셋째, 다른 국가 또는 부문의 준거를 활용한다(박은철, 2010). 


이 글에서는 다른 국가를 준거로 비교하고자 OECD 보건의료자료 (health data)를 이용하여 한국의 의료장비 수준을 파악하고자 하며, 이를 통해 정책문제를 정의하고 의료장비에 대한 대책을 모색하고자 한다.







한국은 전반적으로 인구대비 많은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표1). 인구 백만명당 쇄석기는 한국의 경우 14.7대를 보유하고 있는 반면 OECD 평균은 3.0대에 불구하여 한국은 OECD 평균에 비해 4.9배를 더 가지고 있으며, 이는 OECD 국가들 중 가장 많다. 이를 위치도(positioning)로 산출하면(박은철 등, 2012) 1.0이 된다. 


유방촬영기의 경우 한국은 48.9대로, OECD 평균인 22.5대에 비해 2.2배를 더 가지고 있으며 위치도는 0.79에 해당한다. 즉 네덜란드가 유방촬영기를 인구 백만명당 55.9대를 보유하고 있어 위치도는 1이 되고, OECD 평균이 22.5대로 위치도 0이 되므로 한국은 네덜란드와 OECD 평균 사이에 0.79라는 수치가 보이므로 유방촬영기도 상당히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흔히 고가장비의 대명사인 PET, MRI, CT의 위치도는 각각 0.38, 0.24, 0.16으로 OECD 평균보다는 많으나 쇄석기나 유방촬영기의 수준보다는 적다.

 

반면, 감마카메라는 한국의 경우 인구 백명당 4.8대를 보유하고 있어 OECD 평균인 10.5대의 45.9%에 불구하며, 위치는 -0.64이다. 즉, 감마카메라를 가장 적게 보유하고 있는 칠레의 1.6대의 위치도를 -1.0으로 OECD 평균의 위치도를 0이라 할 때 한국은 -0.64로 OECD 국가들 중 감마카메라는 상당히 적게 보유하고 있다. 치료방사선기와 혈관촬영기의 위치도 또한 각각 -0.21, -0.16으로 OECD 평균 장비보유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표1. 한국과 OECD 국가들 간의 백만명당 의료장비수와 위치도>





* 위치도(positioning)는 OECD 국가들 중 한국이 가장 많을 경우 1, 평균과 동일할 경우 0, 한국이 가장 적을 경우 

   -1로 환산(박은철 등, 2012) / 자료: 박은철 등, 2012

 

 

의료장비에 대한 위치도를 1990년도부터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한국의 의료장비는 증가하고 있다. 2004년부터 의료장비 위치도의 평균이 0보다 커지기 시작하였고, 2011년 0.20에 이르고 있다(그림 1). 이중 쇄석기는 2000년 이후부터 OECD 국가들 중 가장 많이 보유해왔으며, 유방촬영기의 경우 2002년부터 가파르게 증가하여 2008년부터는 OECD 국가들 중 가장 많이 보유하기도 하였다. 


한편, CT와 MRI는 1995년부터 OECD 평균보다 장비를 많이 보유하게 되었으며, 위치도도 조금씩 커진 반면, PET는 2006년부터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혈관촬영기와 치료방사선기는 과거 20년 동안 위치도의 큰 변화가 없었는데 이는 OECD 다른 국가들의 증가만큼 한국도 증가해 왔기 때문이다. 감마카메라의 경우 2007년부터 약간 증가하였으나 아직도 적게 보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림1. 보건의료공급-장비의 추이>           자료: 박은철 등, 2012

  

 

 

이런 현상에 대한 진단과 해석이 의료장비에 대한 정책문제의 정의라고 할 수 있으며, 정책문제가 정확히 정의되어야 합리적인 정책대안을 모색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어떤 장비는 OECD 국가들에 비해 극단적으로 많이 보유하고 있는 반면, 어떤 장비는 OECD 평균보다 적게 보유하고 있는가에 대한 명확한 해석을 내리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몇 가지 요인을 대입한 결과, 의원급 의료기관의 해당 장비 보유 여부가 가장 잘 설명되어진다. 즉, 쇄석기와 유방촬영기의 경우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상당히 보유하고 있는 반면, 감마카메라, 치료방사선기, 혈관촬영기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보유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인식이 옳은 것이라면 기존의 의료장비에 대한 정책방향은 변경되어져야 한다. 대형 의료기관의 신규장비가 주된 정책대상이었던 것을 쇄석기와 유방촬영기로 대상장비를 확대해야 하며, 또한 의원급 의료기관의 신규 또는 중고 장비도 관리가 되어져야 한다. 


그리고 의원급 의료기관이 장비 보유를 지양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되어져야 하는데 대안 중 하나가 공동활용을 할 수 있는 의료장비 전문기관을 민간 또는 공공에서 설립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것이다.


특히 의료기관이 밀집되어 있지 않은 지역인 경우 응급의료센터와 의료장비 전문기관을 통합적으로 설립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 글은 의료장비에 대해 OECD 국가들과 비교함으로써 한국의 의료장비의 보유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가능하였고, 이를 통한 정책대안을 제시하였다. 이런 종류의 다양한 접근은 보건의료정책을 수립하는데 필수적이기에 보건의료 전체에 대해서 지표를 개발하고 모니터링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박은철(편). 국가암관리사업 이론과 실제. 국립암센터, 2010

박은철, 장성인. 한국보건의료정책 문제의 진단. 대한의사협회지 2012; 55(10): 932-939

박은철, 조은, 박종연, 강문혜, 장성인, 유기봉 등. 건강보험 동향지표 개발-비교지표를 중심으로. 연세대학교 보건정책 및 

관리연구소,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