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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이슈/보건의료이슈

[Vol.30 11월호] 보건의료이슈 :: UHC 달성을 위한 의료기술평가의 역할

 

 

 

 

글. 이상무 MD, PhD(한국보건의료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서론
1948년 WHO가 건강을 인류의 기본 권리로 선포한지 67년이 지난 현재에도 아직  모든 자국 국민들에게 평등하게, 건강을 유지하거나 개선시킬 보건의료서비스를 충분히 제공할 수 있는 국가는 많지 않다. 특히 ‘보건산업진흥’의 휘호 아래 속속들이 도입되는 고가의 새로운 의료기술들과 더불어 증가하는 의료비를 ‘보장성 강화’라는 명제 하에 제한된 경제적 자원 하에 어떻게 감당할지 보건의료정책결정자들은 우산장사와 나막신장사 아들을 둔 노모와 같이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우리가 지불하는 의료비가 과연 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결과들이 보고되면서 보편적 의료보장을 위해서는 보다 개선된 의사결정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는 세계적인 목소리가 그 어느 때 보다도 더 높게 들리고 있다. 이러한 목소리의 한 가운데에는 의료기술평가가 있다. 이번 논고에서는 이에 대해 간략히 말하고자 한다. 본 논고는 2015년 한국보건행정학회에서 발표한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본론
보편적 의료보장은 모든 국민이 그들이 필요로 하는 질적 측면에서 충족되는 효과적인 의료서비스를 재정적 고충에 빠지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1948년 WHO가 건강이 인류의 기본 권리임을 천명한 이후 1978년에 필수의료에 대해 보편적으로 개인과 가족들이 접근 가능해야한다는 것을 언급하였고 2012년 UN General assembly에서는 보편적 의료보장을 고안하는데 있어서 국가차원의 근거중심 정책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제도화 시킬 역량을 갖추어야함을 강조하였다. 더 나아가 WHO는 2014년 제한된 자원 하에 보장성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어떤 의료기술을 언제 누구에게 보장해야 할지 결정하는 과정에서 보편적 의료보장을 지지하기 위해 의료중재 및 기술 평가가 역할을 해야 함을 공표하였다.
보편적 의료보장은 그림 1과 같이 보장이 되는 사람, 보장이 되는 서비스의 범위, 그리고 재정적 보호 범위의 세 개의 차원으로 측정된다. 
 

그림 1.  보편적 의료보장의 세 측정 차원 (출처: from  WHO document)

 

이러한 보편적 의료보장에 접근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장애 요인은 경제력과 재원조달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정도일 것이다. 그 외에 보건의료시스템, 의료비지출의 낭비적 요인, 보장 대상을 결정하는 의사결정 시스템, 비효율적 의료의 퇴출 기전에 대한 저항 등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중 의료비 지출의 낭비적 요소에 대한  최근 연구 자료에 근거하면 WHO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보수적으로 말해도 30%이상 낭비적인 요소가 있다. 미국의 Dartmouth 대학 연구소에 의하면 Medicare지출의 30%가 낭비적 요소이며 2010년 IOM의 보고에 의하면 2.8조 달러의 의료비 지출 중 30%에 해당하는 7천6백50억 달러가 낭비적으로 지출되었다고 보고하였고 영국의 경우에도 왕립의학회에 따르면 NHS의 의료비 지출 중 일 년에 20억 파운드 넘는 불필요하거나 낭비적인 지출이 있다고 보고하였다. 
 

이러한 낭비적인 요소는 보다 저렴한 대안 의료기술에 비해 더 나은 건강결과를 초래한다는 근거가 부족한 의료기술의 사용, 의료서비스 제공에 있어서의 비효율성, 예방 가능한 원내 감염과 같은 회피 가능한 의료의 위해, 사기와 남용 등으로부터 기인한다.

 

이러한 낭비적 요인은 국가마다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미국의 경우 의료보험이 상당히 다원화되어 있고 분절되어 있어 행정 비용이 크게 드는 데 비해 우리나라 같이 단일 건강보험제도를 갖고 있는 경우 상대적으로 불필요한 행정 비용에 따른 낭비적인 요소는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의료현장에서 신뢰의 상실, 저수가에 따른 왜곡된 의료 서비스, 보건산업분야의 과도한 영리활동, 대부분 자본주의 시장에서 생존해야하는 민간 병원들에 의료가 의존되는 데 반해 의료공급자와 건강보험 계약은 사회주의적 계약을 갖고 있어 발생하는 영향 등이 총체적으로 의료 본연의 모습에서 왜곡된 양상을 초래하고 이로 인해 상당한 낭비적인 비용들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 
 

유병률의 차이나 경제, 보건의료제도 혹은 국가적 규제 등 설명할 수 있는 이유가 없이 어떤 의료기술의 사용률이 차이가 심하게 날 때나 근거가 확실하지 않는데도 보편적으로 확산된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는 어떤 진료를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결과를 가져오는지 알려진 것이 부족하여 합의점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며 어떤 의료가 가장 효과적이며 국민에게 가장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에 대한 더 나은 지식은 합의점을 가져다 줄 것이다. 이러한 인식에 따라 미국에서 수 조원에 달하는 비교효과 연구에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시장에 진입하였지만 실제 상황에서 대안들과의 비교한 연구들에 대해서는 회사의 입장에서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고 의료인이나 정책 결정자들에게 필요한 정보이나 이에 대한 연구비의 투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대한 연구비 투자는 심지어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에도 기여할 것이므로 중앙정부 차원의 연구비 투자 외에도 건강보험에서의 연구비 투자도 고려되어야 한다. 영국의 경우 NHS(National Health Service)는 NIHR(National Institute for Health Research)을 통해 이러한 임상 연구를 수행하는데 막대한 비용을 투자 하고 있다. 
 

보편적 의료보장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상황을 보면 앞서 언급한 세 차원에서 볼 때 보장이 되는 인적 차원에서는 보편적 보장에 도달하여 국제사회에 귀감이 되며 자부할 만하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건강보험의 의료비 지출에도 불구하고 공적 의료비 지불 보장률은 55%전후에서 답보 상태를 보여 왔으며, 최근 데이터는 알 수 없지만 보장이 되는 서비스의 범위는 대략 60% 정도였다. OECD국가 중 가장 높은 편에 속하는 의료비 증가율을 보임에도 아직 GDP대비 의료비 지출의 비율은 OECD국가의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아직도 의료비 증가의 잠재력을 간접적으로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증가하는 의료비에 대한 효율성을 전제로 한 의사결정과 지금까지 지출되고 있는 의료비의 비효율성을 줄여 재정적 측면과 서비스 측면의 보장률을 늘리는 전략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런 측면에서 의료기술평가는 이러한 목적에 도달하는데 국가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한 방편이다. 의료기술평가는 특정의료기술에 대한 지금까지 연구된 모든 결과들에 대해 포괄적이고 체계적이며 명료하고 투명한 방식으로 그 안전성, 효과성, 비용효과성 및 윤리적 측면, 사회적 측면 등을 고려한 종합적인 분석의 연구 결과를 제시함으로써 정책결정자, 의료인, 산업계 그리고 일반 국민들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제공해주는 것이다. 
 

이러한 의료기술평가가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법적인 그리고 제도적인 형태 갖춤이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 Medicare의 행정 수행 기관인 CMS에서 연방차원의 급여 기준 설정 시 필요한 경우 의료기술평가의 업무를 담당하는 연방정부 공무원 조직인 AHRQ(Agency for Healthcare Research & Quality)에 의뢰하며 AHRQ는 14개의 근거기반실무센터들과 연계하여 평가를 수행하여 CMS(Centers for Medicare & Medicaid Services)에 제출하게 되며 이를 근거로 CMS는 위원회의 회의를 거쳐 급여기준을 설정하게 된다. 영국의 경우 NHS는 NICE와 NETSCC(NIHR Evaluation, Trials and Studies Coordinating Centre)의 협력을 통해 마찬가지로 NHS에서 보장하는 필수 범위를 정하게 된다.

아메리카 대륙의 의료기술평가 연합체인 RedESTA 14개 회원국 중 7개국에서는 법적으로 의사결정에 HTA를 사용할 것을 명시하였고 브라질은 의료기술평가결과를 항상 사용할 것을 법제화 하였다. WHO에서도 2014년 법적 제도적 뒷받침을 강조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신의료기술평가의 경우는 건강보험법의 체계 가운데 그 결과에 따른 절차가 법적으로 사용되도록 강제하고 있으나 그 외의 영역에서의 평가에 대해서는 법적이나 제도적으로 상호 연계하는 연결고리가 명시적으로 없어 이 부분이 보완될 필요가 있고 우리나라 의료기술평가 기관인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법제화 될 경우 증가할 수요에 대비한 의료기술평가물들을 시의 적절하게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준비해야 하겠다. 
 

그동안 신의료기술평가 외의 분야에서도 표 1에서 보는 것과 같이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글루코사민 연구를 통해 불필요한 급여항목에 대한 보장을 중단하도록 돕는 등 다수의 의료기술평가가 다수 정책현장에 사용되어 의사결정에 반영되어 온 것이 사실이나 국가차원의 정책결정에 필요한 근거의 수요와 공급 간에 좀 더 밀접한 관계가 제도적으로 마련 될 필요가 있겠다. 또한 외국의 경우 의료기술평가연구 기관들이 아카데미아와 연계하여 실제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점들을 감안하여 현재 모든 연구 수행을 자체 내에서 하는 것 보다는 아카데미아와의 연계를 통한 연구수행 모델을 점차  증가 시키고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근거합성의 기획, 수행의 질적 수준확보, 확산 등에 좀 더 중점을 두고 일하는 것도 고려해야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건강보험권내 의사결정에 필요한 의료기술평가 수행에 대해 그리고 질병관리본부와 같은 보건의료계 공적 부분들에서의 수요가 발생할 경우 이를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 일괄 의뢰하면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이에 대해 기획하고 자체 연구 인력 및 학계의 연구 인력과 연계하여 의료기술평가를 수행해 내고 이 결과물을 의뢰 기관에 송부하고 그 결과물들에 대해 해당기관들과 협력하여 소통하고 확산하는 쪽의 업무들을 보다 강화시키는 방향의 미래 발전전략을 고려해 볼 수 있겠다.

 

표 1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수행된 연구결과가 직간접적으로 정책결정에 반영된 사례  

 연구과제명

 정책 반영

골관절염환자에서 글루코사민과 콘드로이친의 효과

해당품목의 식약처 허가사항 및 건강보험급여적응중 변경

국내자료를 근거로 한 호중구감소성 발열 환자의 경험적 치료지침 개발

보건복지부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정책' 일환, 항진균제 3종(칸시다스주 등) 급여기준 확대

골다공증의 합리적인 한국적 평가기준 개발

건강보험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 고시 개정

예방적 백혈구조혈인자 사용의 한국형 권고사항

'암질환심의위원회' 심의 거쳐 급여기준 공고

종합적 대동맥근부 및 판막성형술의 후향적 수술성적 평가연구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비급여 고시 폐지

고도 비만환자를 대상으로 시행되는 비만수술의 효과 및 경제성 분석

보건복지부 '건강보험 중기보장성 강화 계획('15.2.)' 정책 근거 지원

흉통 환자에서 허혈성심질환의 진단을 위한 관상동맥 CT의 유효성 및 경제성 분석

건강보험 -관상동맥 CT 급여적용 확대

흡입용 기관지확장제 및 스테로이드 사용 현황 및 비교효과 연구

건강보험  흡입용코티코스테로이드(ICS)·지속성베타2작용제(LABA)복합제의 급여기준 확대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백신의 경제성 분석 및 NECA 원탁회의

국가필수예방접종에 자궁경부암 백신 포함(만 12세 여학생 대상) *‘16년 시행 예정

성인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에서 Atomoxetine, Methylphenidate의 효과

국민건강보험공단, 2013년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계획 수립 관련 신속평가 요청  - NECA, 급여확대 우선순위 논의자료 제공

급여 연령 기준 확대 - '18세 이전에 확진 된 성인'까지 확대

비만수술 원탁회의(고도비만환자에서 수술이 필요한가?)

보건복지부 '건강보험 중기보장성 강화 계획('15.2.)' 정책 근거 지원

신의료기술 재평가 수행을 위한 체계구축 및 실행 모델 개발 연구

'14년 '의료기술 재평가 수행을 위한 시범평가 연구' 2건 수행 - 캡슐내시경[소장질환진단목적] [나-765-1] 선별급여로 전환('14.9.1)

보장성 강화를 위한 예방의료서비스의 우선순위 개발

보건복지부 금연치료 지원 시범사업 시행('15.2.25.) 지원

비급여 의료행위 중 처치 및 수술에 대한 근거평가연구

-4대 중증질환을 중심으로-

건강보험 고시 일부개정,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계획 일환, 인공성대삽입술[자-120] 필수급여로 전환

의료기술평가관점에서 진단 및 검사의 근거평가: 심장MRI 검사와 MRSA 유전자 검사[실시간중합효소연쇄반응]를 중심으로

선천성 심장질환에 대한 MRI에 한해 급여 결정

의료기술 재평가 수행을 위한 시범평가 연구

캡슐내시경[소장질환진단목적] [나-765-1] 선별급여로 전환(크론병, 소장종양, 기타 소장질환 본인부담율 80%)

 

결론
어느 나라도 국민이 필요로 하고 의료공급자들이 제공할 수 있는 모든 보건의료서비스를 전액으로 다 제공할 수는 없다. 따라서 보장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보다 투명한 절차 하에 객관적이고 가치를 반영한 효율적인 의료서비스들이 우선적으로 보장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러한 의사결정을 돕기 위해서는 의료기술평가가 보다 더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한 법적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본 논고는 이상무선임위원의 개인적 관점에서 기술한 것으로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공식입장이 아님을 밝혀둡니다.

 

참고문헌

1. WHO의 보편적 의료보장 정의. http://www.who.int/health_financing/universal_coverage_definition/en/
2. Rachel Burton, Health Policy Brief, Health Affairs. 2012.
3. Eden J. Knowing what works in health care: A roadmap for the nation, IOM, 2008. The national academies press. Washington DC, USA
4. 이상무. 근거중심보건의료 끊어진 선순환의 고리를 찾아서. J Korean Med Assoc 2009; 52(6): 532 - 535,
5. WHO, The world health report, financing for universal coverage, Ch 4. More health for the money
http://www.who.int/whr/2010/en
6. : OECD Health Statistics database; national sources for non-OECD countries (for detailed country figures, see Annex IV, table B.11).
Link: http://www.social-protection.org/gimi/gess/RessourceDownload.action?ressource.ressourceId=38197
7. Hailey D,  An INAHTA guidance document, INAHTA, 2010
8. 박실비아, 이상무 근거중심의사결정과 조건부 의사결정의 필요성 J Korean Med Assoc. 2011 54(12): 1319-1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