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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이슈/보건의료이슈

[Vol.36 5월호] 보건의료이슈 :: 환자관점에서 본 비급여 관리 방안

 

 

 

글. 김준현 공동대표 (건강세상네트워크)



우리나라는 공적보험의 보장성이 상대적으로 낮아 의료비 가계부담이 높은 국가로 분류된다. 통계청의 국민의료비 현황을 살펴보면 국민들이 부담하는 전체 의료비 중 민간재원 비중은 2013년 기준 45.7%(약 47조원)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27.3%)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민간재원은 대부분 가계 직접부담을 의미하는데 가장 큰 주범은 단연 비급여다. 비급여시장의 규모는 민간재원의 절반인 약 23조원으로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저해하는 주된 영역이기도 한다. 


국민들에게는 건강보험료를 강제하면서도 비급여로 인한 추가적인 가계부담이 확산된다면 건강보험제도 자체의 불신으로 귀결될 수 있다. 따라서 비급여진료는 의사와 환자간의 사적 계약 관계로 분류될 성질은 아니다. 공보험인 건강보험에 미치는 영향과 비급여 시장을 중심으로 한 민간의료보험의 확산을 고려한다면, 비급여 관리를 위한 정부 개입은 필수적이다.


환자입장에서 보면 동일한 비급여 행위라도 의료기관별로 가격 편차가 발생하는 현상을 이해하기 어렵고 사용량에 대한 적절성이나 치료 결과에 미치는 영향 등 비급여 행위 효능을 판단할 만한 근거 확인도 쉽지 않다. 특히, 건강보험에 비급여를 대체하는 급여행위가 있는 경우라면 가격 대비 유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정부는 환자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비급여 진료비용을 의료기관이 고지하도록 의무화 하였고, 최근에는 의료법 개정을 통해 보건복지부장관이 비급여 진료비용을 조사․공개 하도록 근거 조항을 마련하였다. 다만, 조사업무의 위탁 가능 기관으로 공공기관 외에 의사회, 치과의사회 등 의료인 단체를 포함한 점과 조사대상 의료기관의 범위에서 의원급을 제외한 것이 다소 논란이 되고 있다.   


국민들이 보기에 비급여 행위를 직접 수행하는 의료인 관련단체가 조사를 수행할 경우 조사결과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할 여지가 있고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전체 비급여 비용 중 의원이 차지하는 몫이 약 50%(9조원)임을 감안할 때 조사대상 범위에서 의원을 제외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한편, 비급여 관리는 항목별로 비용을 조사․공개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가계부담 완화라는 비용통제 효과로 이어져야 한다. 직접적인 통제 대상은 의료기관이 되어야 하고 행위별 접근 보다는 비급여 진료 총액을 관리하는 방법이 보다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비급여 총액을 포함한 의료기관 전체 수입을 근간으로 의료기관 보상수준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의료기관과의 수가계약 과정에서 불필요한 비급여 남용으로 가계부담을 초래한다면 수가 보상에 패널티를 적용하여 비급여 비용 감소를 유도할 수도 있으며, 향후에는 일본의 ‘혼합진료 금지’와 같이 건강보험급여 행위와 비급여 행위의 혼용을 금지하는 것도 고려해 보아야 한다.


또한, 비급여 행위 항목의 경우 퇴출기전이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그러나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검사항목 중심으로 일부 행위(46개)의 목록 삭제를 예고하였다. 주로 사용실적이 없는 미실시 의료행위에 국한한 것이다. 건강보험 급여항목은 수년간 청구되지 않은 항목의 경우 목록 정리가 이루어져 왔으나 비급여 항목에 대해서도 이러한 기전을 도입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다만, 항목 정리는 사용실적 외에도 안전성, 유효성을 위주로 한 주기적인 재평가(급여 및 비급여 포함)도 시행될 필요가 있다. 공적영역에서 의료행위의 진입과 퇴출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지만 재정운영의 효율성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은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그러나 불필요한 비급여 행위 남용을 억제하지 못한다면 보장성 개선 효과도 담보하기는 어렵다. 의료기관 수가계약과 연계하는 비급여 총액 관리, 행위항목 재평가 등 정부 주도의 보다 적극적인 관리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 본고는 외부 필자의 원고로서 <공감 NECA>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