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생이슈/보건의료이슈

[Vol.41 10월호] 보건의료이슈 :: 감염병 관리와 공중보건체계 구축의 필요성




글. 김남순 연구위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Pixabay



신종감염병 중 하나인 메르스(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MERS)가 2015년 5월 20일 국내 유입된 이후 186명의 환자가 발생하였고, 38명의 국민이 사망하였다. 문제는 메르스 이후에도 감염병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2015년에는 신생아 잠복결핵 감염(산후조리원), 폐렴(대학교 실험실), C형 간염(의원) 등이 집단적으로 발생하였다. 2016년에는 약 15년 만에 콜레라가 유행하였으며, 신종감염병인 지카 바이러스(Zika Virus) 감염자는 현재까지 13명으로 보고되었다.[각주:1]


메르스 사태와 이후 감염병 사건을 지켜보면서 국민들은 의학이 발전해도 통제하기 어려운 감염병은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또한 감염병이 재등장하고 있는 시대에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 인구집단건강 접근(population health approach)[각주:2]과 함께 공중보건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국가적 공중보건체계(public health system)가 필요하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공중보건체계는 ‘감염병 예방 및 관리’ 업무를 담당해왔다. 미국의 ‘공중보건 역할에 대한 운영 위원회(Public Health Functions Committee)가 1994년 제안한 필수 공중보건서비스를 감염병 분야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다.[각주:3]


1) 감염병 발생을 감시하고 문제를 파악한다.

2) 감염병 진단과 조사를 수행한다.

3) 국민에게 감염병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교육한다.

4)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해 지역사회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운영한다.

5) 국민과 지역사회의 감염병 예방 및 통제에 필요한 정책을 개발하고 관련 계획을 수립한다.

6)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령과 제도를 강화한다.

7) 감염병 관련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8) 감염병 관리 역량을 갖춘 공중보건인력을 확보한다.

9)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대한 보건의료서비스 효과성, 접근성과 질을 평가한다.

10)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대한 통찰과 혁신적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연구한다.


이와 같이 공중보건체계에서 전통적으로 담당해온 ‘감염병 예방 및 관리’ 업무를 최근 발생한 신종감염병에 대입시켜 보자. 메르스는 물론 사스(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SARS), 에볼라(Ebola)와 같은 신종감염병 콜레라, 식중독과 다른 점은 신종감염병은 의료기관에서 빠르게 전파되는 양상을 보이며 감염 이후 단 기간에 중증 상태로 악화되는 경우가 많고 사망가능성도 높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백신과 같은 예방적 수단이나 효과적인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신종감염병으로 인한 병원감염을 통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이다. 미국 Center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CDC) 국장인 톰 프리든 박사는 이와 같은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국가는 의료기관의 감염병 관리를 지원하고 모니터링하면서 공중보건과 임상진료 영역을 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각주:4]


메르스 사태를 경험한 후 정부는 국가방역체계 개편과 관련해서 각계의 의견을 수렴·조정하여 2015년 9월 국가방역체계 개편방안을 제시하였다. 국가방역체계 개편 방안에는 1)질병관리본부 역량 강화, 2)신종감염병 거버넌스 및 협력체계, 3)방역업무 개선 과제, 4) 병원의 감염관리 체계 및 병문안 문화 개선 등을 다루고 있다.


메르스 1주년을 맞아 언론에서 국가방역체계 개편과 관련하여 추진된 상황을 보도한 바에 의하면 전문임기제 형식으로 역학조사관을 뽑고 있지만 지원자가 적으며, 특히 시·도는 역학조사관을 충원하는 것이 쉽지 않다. 또한 공중보건조직과 의료기관의 협력체계가 불완전해서 정보제공이나 감염병 환자 감시가 원활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각주:5]


공중보건체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미국의학원(Institute of Medicine)은 ‘21세기 공중보건의 미래(the future of public health in the 21st century)’에 관한 보고서에서 공중보건이 정책적으로 소외되어왔으며, 예산도 부족할 뿐 아니라 전문성도 존중받지 못한 상태로 진단하였다. 보고서는 공중보건 인프라를 지지하는 법률이 일관성이 낮은 문제를 지적하였다. 연방정부와 지방정부의 공중보건서비스에 대한 역할과 책임이 분명하게 정립되어 있지 못하고 연계도 부족하다고 하였으며, 공중보건인력의 역량과 절대적 인원이 부족한 문제도 언급하였다. 또한 공중보건에 대한 정책적 관심은 생물테러(bio-terrorism) 이후 증가하였으며 예산투입도 늘어났으나 공중보건인프라 조성에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해서 우려를 표명하였다.[각주:6]


메르스 사태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미국의학원(Institute of Medicine)에서 분석한 공중보건체계의 문제점은 국내 상황에 그대로 적용된다. 메르스 사태 이후 감염병 관리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고조되고 예산투입은 증가했지만 여전히 공중보건인프라가 취약한 상황도 유사하다. 감염병이 재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사회에서 발생하는 감염병 뿐 아니라 신종감염병 등으로 인한 병원감염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인구집단 접근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새로운 공중보건시스템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공중보건체계에 대한 논의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될 수 있다. 첫째 공중보건체계가 의료체계에 대응되는 독립적 시스템으로 정립할 필요성에 대한 것이다. 감염병 예방 및 관리를 위해 인구집단건강 접근(Population health approach)이 유용하며, 국소적, 산발적 대응이 아닌 체계적 대응이 필요하다. 이는 현대적 기술과 전문성과 함께 리더쉽을 보유한 공중보건체계 구축을 통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미래의 공중보건체계는 국제적 활동과 조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며, 위기상황에 대한 분석과 대응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신종감염병 등으로 인한 병원감염 문제를 이해하고 관리할 능력을 갖추어야한다.


둘째, 공중보건체계의 구성 요소를 정의하고 개혁과제를 설정해야 한다. 어떠한 공중보건체계라도 핵심 골격은 질병관리본부와 같은 정부의 공중보건인프라가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만성질환과 감염병에 모두에 대응해야 하는 시대에 적합한 공중보건체계의 역할과 업무 범위를 설정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이와 같은 비전에 따라 공중보건서비스를 전담하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산하 공중보건조직의 합리적 구조, 거버넌스 등에 대한 중장기 계획을 담은 마스터플랜을 짜야 한다. 또한 우수한 인재가 정부조직에 안착하지 못하는 원인을 분석하고 공중보건인력에 대한 양성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셋째, 공중보건서비스 제공에는 정부 조직뿐 아니라 의료서비스 제공체계, 관련 학계도 역할도 중요하다. 또한 지역사회 주민은 물론 학교, 회사, 미디어 등과 같은 다양한 기관이 감염병 관리는 물론 공중보건위기 대응에 협력해야 한다. 미국의학원에서는 정부산하 공중보건조직이 협력해야 할 중요 이해관계자로 의료서비스 제공체계, 학계, 미디어, 지역사회, 사업장과 고용주를 제시하였으며, 이들 과의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메르스 사태로 드러난 공중보건체계의 취약성은 단기적 조치나 일시적 예산증액 만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복잡한 과제이다. 최근 변화하고 있는 사회 구조와 환경에서 인구집단건강 접근(population health approach)의 가치를 재인식하고 공중보건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현대적 의미의 공중보건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공중보건체계의 역할과 범위를 설정하고 이를 통해 질병관리본부를 포함한 정부의 공중보건조직을 강화하면서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협력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국민의 수명과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공중보건조직과 이해관계자가 책임성(accountability)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 본고는 외부 필자의 원고로서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1. 감염병웹통계시스템 http://is.cdc.go.kr/dstat/jsp/stat/stat0001.jsp 2016. 10. 10 인출 [본문으로]
  2. 인구집단건강 접근(population health approach)는 인구집단의 건강문제 개선에 관심을 가지면 생애주기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에 초점을 두면서 보건의료 영역 간 혹은 보건이외 부문과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정책과 사업을 실행하는 전략을 말한다. http://www.phac-aspc.gc.ca/ph-sp/approach-approche/index-eng.php 2016. 10. 10 인출 [본문으로]
  3. Public Health Functions Committee (1994). The Public Health Workforce: An agenda for the 21st Century. Full Report of the public health functions project, U.S. 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 [본문으로]
  4. Frieden TR. (2015) The future of Public Health. N ENG J Med 373;18. [본문으로]
  5. 최희진. (2016. 5. 19). 메르스 1년 그 후: “정부 감염병 대응 여전히 빈틈, 메르스 오면 또 혼란“. 경향신문. [본문으로]
  6. Committee on Assuring the Health of the Public in the 21st Century, Board on Health Promotion and Disease Prevention, Institute of Medicine, (2003) The Future of the Public’s health in the 21st Country. The National Academy Press; Washington D,C.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