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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우리나라 수술 환자, 마취로부터 안전한가

우리나라 수술 환자, 마취로부터 안전한가


  • 언론사 | 파이낸셜뉴스

  • 기자명 | 정명진

  • 보도일시 | 2014.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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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40대 여성이 모발 이식을 위해 수면마취를 하기 위해 프로포폴 주사를 맞았다. 30분 후 이 여성은 구급대원에게 실려나왔다. 이후 식물인간 상태로 누워있다. 지난 달 40대 후반 박 모씨도 수면 내시경 검사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사망했다. 건강한 사람이 미용시술이나 검진을 하다 수면마취인 프로포폴로 인한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는 대부분 심장충격기와 같은 응급장비를 갖추지 않은 피부과나 성형외과 등 규모가 작은 의원급에서 발생한다. 국내에 공급되는 프로포폴은 매년 60만개이며 국내에서 발생한 프로포폴 사망 사고는 확인된 것만 44건으로 나타났다.

 

대한마취통증의학회 홍기혁 이사장(상계백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은 4일 "수술환자의 마취 관련 사고는 잊어버릴 만하면 다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며 "마취 수가 자체가 낮기 때문에 장비, 약품, 소모품을 사용하면서 마취과 의사를 고용할 수 없는 현실 때문에 환자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마취, 왜 전문의가 해야 하나

 

 보통 마취과 의사들은 수술 전에 단순히 마취만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수술 중에는 환자의 호흡, 맥박, 혈압, 체온 등 생체징후(바이탈 사인)를 유지시키고 수술 후 환자가 의식을 회복하는 과정을 전담한다. 또 수술 중 심정지가 발생하였을 때 심폐소생술을 시행해 의식을 돌려놓는 역할을 한다. 문제는 의료법상 의사라면 누구나 마취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약제에 대한 이해없이 마취를 해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 마취 관련 질환 유병률은 1만명당 0.8~3.3명이며 마취시술, 마취관련 뇌손상은 1만명당 0.15~0.9명 정도로 보고되고 있다. 문제는 마취로 인한 사고는 사망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취과 전문의가 상주하지 않는 병원이 많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 따르면 수술실을 보유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중 마취 전문의가 없는 병원은 조사대상 총 1139개 의료기관 중 418개로 36.7%에 달했다. 특히 병원급은 803개 중 49.3%인 396개 병원에 마취 전문의가 상주하지 않았고, 종합병원 3개, 치과병원과 한방병원은 대부분 상주 전문의가 없었다.

 

 ■ DRG에서 마취과 수가 제외해야

 

이는 기본적으로 마취과 행위료 자체가 낮기 때문에 마취과 의사를 고용하기 힘든 구조이기 때문이다. 마취 수가는 기관 삽관을 하는 전신마취인 경우 1시간의 보험수가가 7만4000원 정도이고 추가 1시간 마취를 하게 되면 3만5000원 정도를 받는다. 여기에 장비와 소모품, 약제 등을 제외한 의사 업무량으로 환산하면 1시간 마취에 1만2000원 정도를 받게 되는 것이다.

 

또 지난해부터 실시한 충수염(맹장염), 탈장, 항문질환, 백내장, 편도염, 제왕절개술과 부인과질환 등 7개 수술질환에 포괄수가제(DRG)가 적용되고 있다. DRG는 기존에 병원에서 처치에 따라 하나하나 가격을 매기던 비용을 정부에서 정해놓은 정액제로 받는 것이다. 여기에 마취료도 포함돼 있다.

 

홍 이사장은 "DRG에 마취료가 포함되면서 누가, 어떤 약으로, 어떻게 마취를 해도, 심지어는 마취를 안 해도 같은 수가를 받게 됐다"며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병의원은 당연히 원가절감을 위해 노력할 것이므로 그 위험부담은 병의원과 환자가 지게 된다는 게 문제"라고 밝혔다.

 

경영자는 마취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별도 산정이 불가한 여러 감시 장비, 약제, 소모품, 수술 중 검사들을 제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장비를 사용하더라도 일회용 소모품인 튜브를 닦아서 재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감염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또 비용이 많이 드는 전신마취를 피하고 국소마취, 프로포폴을 이용한 수면마취 등을 선호하게 된다. 또 무자격자에 의한 마취건수가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일본도 마취료 DRG서 제외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발표한 '마취 관리 정책의 국제비교연구'에 따르면 일본은 마취 수가를 포괄수가제(DPC)에 포함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미숙아, 유아, 시간외(휴일, 시간외, 심야)는 추가된다. 마취곤란 환자와 그 이외의 경우에 대해 구분해 수가를 산정하고 있으며 마취관리료가 따로 있다. 또 마취과 의사에 의한 마취는 '마취관리료'를 통해 실질적 차등수가가 책정돼 있다.

 

 미국에서는 외과의가 수술과 함께 마취를 하면 마취료를 지급하지 않는다.

또 마취전문의에 대한 시술에 가산을 두기 위해서는 실명제가 필수다. 미국은 NPI(national provider identifier)를 청구시 의무적으로 기재하게 돼 있다.

일본은 한국과 비슷한 청구양식으로 의사 실명이 포함되지는 않지만 마취관리료를 받기 위해서는 마취의사 이름이 기재돼야 한다. 독일은 질병금고와 계약한 의사가 평생의사번호을 부여받아 청구서에 의무적으로 기재해야 한다.

 

홍 이사장은 "이제 환자들도 안전을 위해 마취를 누가 하느냐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며 "앞으로 정부에서 환자 안전을 위해 마취의사 실명제와 미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감시하 마취관리(MAC) 제도'를 의무적으로 도입해 마취의 안전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