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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국내 ‘고도비만’ 급증…‘차별’이 ‘빈곤’으로

국내 ‘고도비만’ 급증…‘차별’이 ‘빈곤’으로   



  • 언론사 | KBS 뉴스

  • 기자명 | 박광식

  • 보도일시 | 2014. 7. 9






<기자 멘트>


우리 사회에 이른바 몸짱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서도 비만 인구는 계속 늘고 있습니다.


특히, 뚱뚱한 것을 넘어 각종 성인병을 동반하는 고도비만 문제가 심각한데요, 고도비만일 경우 취업 등에서도 차별을 받는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차별과 실업, 빈곤으로 이어지는 고도비만의 실태를 정성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힘겹게 한 걸음 한 걸음을 옮기는 40대 남성.


침대에서 몸을 가누기조차 어려워 합니다.


키 164cm에 몸무게는 126kg.


고도비만에다 당뇨와 고혈압도 찾아왔습니다.


운동을 해서 살을 빼보려 했지만 조금만 움직이면 숨이 가빠져 운동은 엄두도 내지 못합니다.


<인터뷰> 고도비만 환자 : "다른 사람은 50미터 가면 저는 10미터도 못 가요. 그 정도로 숨이 차요 조금만 걸어도."


10년 전부터 몸무게가 120kg을 넘나들었다는 이 30대 여성은 올해 초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따고도 일자리를 찾지 못했습니다.


50군데를 지원해 절반 정도는 면접까지 갔지만, '뚱뚱한 몸'이 걸림돌이었습니다.


<인터뷰> 고도비만 환자 : "능력에 상관없이 일단 뚱뚱한 애는 아니고, 날씬한 애 중에서 능력이 되는 애 누구, 얼굴이 예쁜 애 누구..."


고도비만 환자는 이렇게 사회적 편견과 마주할 때가 많고, 이때가 가장 마음이 아프다고 합니다.


<인터뷰> "뚱뚱하면 당연히 게으르고, 나태하고, 지저분하고, 약간 안 좋은 부정적인(인식이 깔려 있죠.)"


우울증이나 공황장애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인터뷰> 조민영(비만전문병원 원장) : "남들하고 비교가 되고, 특히 이제 그러다 보니까 대인기피증 같은 게 아주 심하게 발생될 수 있고."


고도비만 환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실업은 빈곤으로 이어지며 악순환이 되고 있습니다.


<기자 멘트>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을 체질량지수라고 하는데요, 체질량지수가 30 이상이면 고도비만, 40 이상이면 초고도 비만에 해당됩니다. 


170센티미터의 키에 몸무게가 90킬로그램이면 고도비만, 115킬로그램이면 초고도비만으로 분류됩니다.


지난 2012년 우리나라의 고도비만 인구는 성인의 5%로 14년 만에 두 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분석을 했더니 비만인구는 소득이 낮을수록 더 많았습니다.


소득 계층 간 비만율 차이는 1998년 1.8%p에서 2012년 4.8%p로 더 벌어지고 있습니다. 


저소득층일수록 값싸고 열량이 높은 가공식품을 많이 먹는데다 체중을 관리할 여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이제 비만은 개인의 책임을 넘어 사회적 문제가 됐습니다.


특히 고도비만은 각종 합병증으로 이어지기 십상입니다.


고혈압, 당뇨, 심장병뿐만 아니라 대인관계 단절과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세계보건기구는 그래서 비만을 질병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각종 성인병을 동반한 고도비만은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고, 그래서 저소득층에 많은 고도비만 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박광식 의학전문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년 전 95킬로그램까지 나갔던 30대 여성.


위를 일부 잘라내고 식사량을 줄이면서 30킬로그램을 줄였습니다.


220까지 치솟았던 혈압이 몸무게를 빼자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인터뷰> 김수현(35살/2012년 고도비만) : "수술 혈압이 약을 먹어도 높았었어요. 수술을 하고 1년 반 지난 시점에서 약을 끊었어요."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고도비만 환자를 분석한 결과, 약물이나 운동요법으로는 체중을 평균 7% 줄인데 반해, 수술요법은 23%까지 감소시켰습니다.


고도비만의 경우, 기존 약물 운동요법만으론 한계가 있기 때문에 수술요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인터뷰> 김용진(순천향대서울병원 외과 교수) : "당뇨가 조절되지 않거나, 심각한 수면 무호흡증을 앓고 있다거나, 그런 동반질환들이 있을 때 적극적으로 수술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합병증을 앓고 있는 중증 고도비만 환자라 해도 수술할 엄두를 내기 어렵다는 점, 수술비가 천만원 정도로 비싼 데,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선 한해 천여 건의 고도비만 수술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일본은 지난 3월부터 고도비만을 질병으로 간주해 수술을 받을 때 건강 보험을 적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