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연준흠(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

 

우리나라 신의료기술평가를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2가지다.
 
첫째는 안전하고 효과있는 의료기술만 국민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보호자적인 관점’이고, 둘째는 세계적으로 발전하는 의료산업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뒤처지지 않도록 지원하는 ‘개발자적 관점’이다. 이러한 두 가지 시각과 기대에 대해서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가 항상 고민하고 다양한 해결방안을 모색해 왔다.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는 신의료기술평가 지침을 꾸준히 개발하고, 그 간에 누적된 평가 사례를 분석하여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등의 노력으로 ‘보호자적 관점’을 적절히 반영해 나아갔으며, ‘한시적 신의료기술 평가제도’나 ‘신의료기술평가 원스탑 서비스’ 도입 등에 대한 논의는 ‘개발자적 관점’에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하여 노력하였다.

이 글에서는 신의료기술 평가가 우리나라의 의료행위 분류체계와의 호환성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관리자적 관점’에 대해서 제안하고자 한다.

 

 

의료행위 분류체계의 개념

 

임상현장을 기록하고 분석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는 분류체계에는 질병분류, 행위분류, 환자분류 등이 존재한다. 각각의 사용목적에 따라 외국의 분류체계를 우리나라 실정에 맞도록 변형하여 사용하기도 하고 독자적으로 개발하기도 하는데, 질병분류는 KCD[각주:1], 환자분류는 KDRG[각주:2] 등이 개발되어 임상현장에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의 의료행위분류는 아직 체계화되지 못한 실정이다. 현재 가장 영향력 있는 분류체계는 보건복지부가 고시하는 ‘건강보험 행위 급여ㆍ비급여 목록표 및 급여 상대가치점수’이기 때문에, 의료기관의 의무기록이나 기타 보험(자동차보험, 산재보험, 민간보험 등)에서 이를 일부 수정하여 활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의료기술평가와 의료행위 분류체계

 

우리나라 신의료기술평가도 이 행위분류, 즉 보건복지부에서 고시하고 있는 ‘건강보험 행위 급여ㆍ비급여 목록’의 개정을 염두에 두고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새로운 행위가 신의료기술로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 받으면, 이 행위는 우선 복지부에서 고시하는 ‘신의료기술의 안전성․유효성 평가결과’에 등재되고, 이후 건강보험 요양급여 여부에 대한 판단을 받게 되면 ‘건강보험 행위 급여ㆍ비급여 목록’에 등재됩니다. 즉, 우리나라는 신의료기술 행위목록과 건강보험 행위목록을 별도의 체계로 관리하고 있다고 볼 수있다.

물론, 정부기관의 고시는 정책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으로 학술적인 분류체계와는 차이가 있다. 신의료기술 평가업무는 정책적 부분과 깊은 관련이 있어, 국제적 호환성을 갖춘 의료행위 목록의 관리, 즉, 의료행위 분류체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형 의료행위 분류체계 방법론의 활용

 

의료행위 분류에 대한 이와같은 고민은 이미 대한의사협회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부터 있어 왔다. 의사협회는 심평원과 함께 2010년부터 한국형 의료행위 분류체계 개발을 위해 WHO의 ICHI[각주:3]에 적용된 방법론을 도입하고, 다수의 임상전문가가 참여하여 한국형 의료행위 분류체계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물론, 이러한 작업이 상대가치 개정작업을 위한 행위분류를 위한 것이나, 이를 통해 신설행위가 어떠한 기준에 따라 등재되는 거시 바람직한지에 대한 이해를 얻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내시경적 충수절제술(laparoscopic appendectomy)의 경우 분류 속성상 아래와 같은 3개의 축(3Axis)으로 분석된다.

 

  - Target(대상) : Appendix
  - Means(방법) : Laparoscopic
  - Action(행위) : Excision

 

즉, 이 행위는 해부학적 대상에 대한 분류(Target), 치료방법에 대한 분류(Means), 구체적인 시술행동에 대한 분류(Action)에 따라 정의되며, 이를 바탕으로 분류체계 상의 위치가 결정된다.
 
만약 내시경 기술발전에 따라 방법(Means)의 분류계층(hierarchy)을 다공(多孔, multiple port)과 단일공(單一孔, single port)으로 분류하여야 한다면, 이에 따른 관련행위들도 재분류(단일공 내시경을 사용한 충수절제술의 신규등재)가 가능하다.

이와 같은 방법론은 이미 신의료기술평가에서 개념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사용대상이나 시술방법이 변경되면 새로운 기술 유형으로 평가하고, 사용방법이 변경(수술경로의 변경, 중재적 기법의 도입, 수술 절차나 에너지원의 변화 등)되는 경우에는 새로운 기술에 준하여 평가하거나 간단한 평가기법을 적용하는 등의 유형별(또는 사례별) 평가 구분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신의료기술로 신청되는 행위들을 사례별로 판단하기 위해서 매번 기존행위들의 속성을 일일이 검토하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분류체계의 일관성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신의료기술평가를 위하여 검토해야할 자료목록인 기존 행위분류 자료를 3Axis의 계층구조에 따라 분석하고, 필요한 경우 여기에 사용목적(적응중)을 하나의 축(Axis)으로 추가하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면 신의료기술평가를 위한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다.


신의료기술평가에 대한 ‘관리자적 관점’은 학술적인 입장에서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방식으로 의료기술이 도입되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보호자적 관점’과 유사한 합목적성을 갖고 있다. 또한, 국제적인 호환성을 갖춘 분류체계를 추구하고 위원회의 신속한 의사결정을 지원한다는 개념에서 ‘개발자적 관점’과도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수많은 신청건수를 처리해야 하는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 소속 연구원 및 직원 여러분의 수고를 덜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여러 유관기관에서 고민하고 있는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공유해서, 우리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가 발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찾는 기회를 2014년에도 많이 갖게 되기를 바란다.

 

  1. KCD : 한국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orean Standard Classification of Diseases), 현재 WHO의 ICD-10을 반영한 제6차 개정판이 사용되고 있음. [본문으로]
  2. KDRG : 한국형 진단명기준 환자군(Korean Diagnosis Related Group), 진단명을 기준으로 입원환자를 분류하는 체계로서, 호주의 DRG를 기반으로 현재 v3.5가 개발되어 있음. [본문으로]
  3. ICHI : 국제의료행위분류(Internal Classification of Health Intervention), WHO에서 의료행위분류의 국제표준으로 개발중인 분류체계.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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