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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이슈/미디어 속 보건의료이야기

[Vol.16 8월호] 미디어 속 보건의료이야기 :: 기계와 인간의 경계 - 영화 <트랜센던스>

 

 

 

글. 양금덕 기자(청년의사)

 

 

 

사람처럼 지적 능력을 가진 기계. 아니, 인간의 뇌를 컴퓨터로 업로드 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면? 암 등 불치병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은 물론이고 장애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영화 <트랜센던스>는 인간의 지적 능력을 초월하고 자각 능력까지 가진 슈퍼컴 ‘트랜센던스(transcendence:초월)’가 개발된 미래를 그렸다.

 

이야기는 주인공인 천재 과학자 윌(조니 뎁 분)이 슈퍼컴 개발을 막으려는 반(反)과학주의단체 ‘RIFT'의 총에 맞으면서 시작된다. 윌은 다행히 당장의 목숨은 구했지만 총알에 묻은 방사능에 노출돼 5주만 살 수 있게 된다. 그러자 그의 연인 에블린(레베카 홀 분)과 맥스 워터스(폴 베타니 분)는 윌의 뇌를 컴퓨터에 업로드 시킨다.

 

그렇게 슈퍼컴으로 되살아난 윌은 온라인에 접속해 전 인류의 지성을 초월한 무한한 능력을 얻는다. 인터넷을 통해 모든 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고 PC, 휴대폰 등 전자기기에 자신을 복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나노테크놀로지를 이용한 인조 줄기세포, 조직 재생 등 의학적 응용 범위도 뛰어 넘는다.

 


급기야 사고로 생명이 위독한 직원을 살려내고 이후 시각장애인, 하반신마비 장애인, 노약자 등 고통 받는 이들을 치유해 더 강하게 만들기도 한다.

 

불과 몇십년 전만 해도 이런 이야기는 공상(空想) 쯤으로 여겼을 테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이르면 2040년에는 과학기술을 이용한 ‘장애가 없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게 전문가의 견해다. 물론 영화에서처럼 인간의 뇌 정보를 직접 컴퓨터에 업로드 하는 일은 없겠지만.

 

현재는 바이오닉스 기술을 이용한 인공장기가 개발돼 사람을 본 딴 인조인간이 만들어지는 수준까지 왔다.

 

영국에서 처음 선보인 ‘바이오닉맨’인 렉스가 대표적인데 바이오닉스 기술로 췌장, 신장, 기관지 등 신체의 70% 이상이 인공 장기로 돼 있다. 특히 렉스는 인공지능에다 음성을 감지해 간단한 대화도 나눌 수 있다. 머지않아 렉스의 장기는 실제 사람에게 쓰일 수도 있을 만큼 완성도도 높다.

 

이미 렉스의 모델이 된 스위스 취리히대 심리학자 베르톨트 마이어(Bertolt Meyer) 교수도 바이오닉스 기술로 만든 의수를 착용해 장애를 극복했다.

 

마이어 교수는 지난 7월 국내에서 개최된 의·공학 전문포럼 ‘바이오닉테크 2014’에 참석해 “바이오닉 핸드를 통해 타인의 시선과 기능적 불편함을 벗어났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생후 3개월부터 의수를 착용해왔는데 렉스를 만드는 ‘바이오닉맨 프로젝트(Bionicman Project)’에 참여하면서 2009년부터 바이오닉 핸드를 쓰고 있다. 바이오닉 핸드는 근전도에서 보내는 전기신호를 의수의 인공근육으로 전달해 정상인의 손과 비슷하게 사용할 수 있다. 기존의 갈고리형 철제 의수나 피부색 같은 의수를 이용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이 기술은 뇌의 신호를 받아 움직이는 수준까지 발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내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 공학과 정재승 교수는 이미 뇌파로 움직이는 의수와 의족을 개발한 상태다. 정 교수는 뇌파만으로 움직이는 원격 로봇도 완성했다. 일종의 전자파인 뇌파가 인식한 대로 로봇을 움직이게 하는 원리다.

 

이러한 과학기술의 발전은 상·하지 마비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바로 생명윤리(Bioethics). 인공 장기와 근육을 이식하는 시대가 오면 과연 어디까지를 인간으로, 기계로 봐야 할까.

 

트랜센던스도 이런 점을 시사하고 있다. 신과 같은 ‘윌’은 환자들을 치료해주고 그들을 자신과 연결시킨다. 윌이 마음만 먹으면 이들은 윌의 생각대로 행동하는, 자유의지가 없는 기계가 된다. 심지어 총을 맞아도 스스로 재생하는 능력도 가질 수 있게 됐다.

 

이를 우려한 RIFT와 과학자들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닌 윌을 막아야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에블린은 트렌센던스를 없애는 것만이 해결책임을 뒤늦게 깨닫는다.


윌처럼 자유의지를 가진 인공지능은 아니더라도 곳곳에서 이를 활용한 기술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윽고 생체기계가 인체를 대신하는 시기가 올 것임은 자명하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에겐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의료기술의 발전이 과연 윤리적으로 인간적으로 어디까지 수용해야하는지, 행여나 사람이 기계에 의해 조종당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지 말이다.

 

영화는 생전의 윌이 전자파를 차단시키는 구리(copper)로 만든 작은 정원을 보여주며 막을 내린다. 윌에게 그 정원은 ‘어떤 신호도 들어올 수 없는 안식처’였다.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윌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과학기술 뒤에 감춰진 초월의 의미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