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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이슈/보건의료이슈

[Vol.22 3월호] 보건의료이슈 :: 전자담배 논란: 금연 효과를 중심으로

 

 

 

 

 

글. 이철민 교수(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가정의학과/금연클리닉)

 

 

전자담배는 니코틴이 들어있는 용액을 배터리로 기화시켜 증기로 마시는 전자 기구로, 2003년 처음 개발된 이후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성인 10명 중 3명이 전자담배 사용 경험이 있을 정도로 많이 보편화되었는데(한국보건의료연구원, 2015), 사용이 늘어난 만큼 그에 따른 사고도 심심치 않게 보고되고 있다. 우연히 또는 자의로 니코틴 용액을 마시고 중독(intoxication)이 되는 사례는,  미국의 경우 니코틴 중독 센터(Poison Center for Nicotine Toxicity)에 그 통계가 집계되고 있다. 이 보고에 따르면 2010년 1달에 1건 정도 접수되던 것이 전자담배 사용이 증가하면서 2014년에는 1달에 215건으로 크게 늘었다고 한다.

안전성은 물론, 전자담배의 금연 효과에 대한 논란도 뜨겁다. 전자담배 사용 경험이 있는 사람들 10명 중 4명이 금연 목적으로 전자담배를 이용했다는 국내 통계(한국보건의료연구원, 2015)를 고려하면, 금연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대대적으로 전자담배가 광고되는 현 상황은 매우 우려스럽다.

 

이번 글은 전자담배의 금연 효과에 대한 기존 연구결과들과 금연 효과에 대한 보건 단체들의 입장을 소개하고, 우리나라의 현실을 고려한 대안을 제시해보는 데에 목적이 있다.

 

1. 금연 효과에 대한 초기 연구 결과

전자담배가 금단 증상 중의 하나인 갈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연구는, 2010년 2편의 연구가 Tobacco Control에 동시에 소개된 것이 처음이다. 니코틴이 있는 전자담배와 니코틴이 없는 전자담배, 그리고 일반 궐련 등을 비교하여 담배를 끊은 후 수 시간 내의 갈망 정도를 비교한 것인데, 두 연구 결과는 상이한 결론을 보고하였다. 한 편의 연구는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만큼 갈망을 줄이는 효과가 있었다고 보고한 반면, 다른 한 편의 연구는 갈망을 줄이는 데에 효과가 없었다고 보고한 것이다. 전자담배의 후원을 받았던 연구에서 효과가 있었다고 보고한 것이, 이후 모든 전자담배 연구에서 후원자 여부를 주목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에 나온 금연 효과에 대한 초기 연구 결과는 대부분 사용자에 대한 설문 방식을 채택하였다. 전자담배 사용자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한 연구들이 많아 선택 편견(selection bias)이 작용할 가능성이 크고, 설문의 응답률이 낮은 것이 문제가 되었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대부분 전자담배가 금연에 효과가 있다거나, 담배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대조군과 비교하지 않은 연구가 대부분이라 연구 결과에 대한 신뢰도가 높지 않다.

 

2. 금연 효과에 대한 인구 집단 연구

전자담배 사용자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전자담배를 사용한 집단과 사용하지 않은 집단을 비교한 연구 결과들도 속속 보고되었다. Grana 등은 2014년 Circulation에 발표한 논문에서 대조군이 포함된 인구 집단 연구(population study)를 모아 메타 분석을 시행하였으며, 총 5편의 결과를 분석한 결과 전자담배를 사용했을 때의 금연 성공률이 혼자 끊었을 때보다 오히려 낮아(pulled odds of quitting, 0.61; 95% CI, 0.50-0.75) 전자담배를 사용하는 것이 금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하였다.

 

하지만, 이 메타 분석에 사용된 연구들 중 많은 수가 니코틴 의존도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 비판을 받았는데, 상당수의 전자담배 사용자들이 니코틴 중독이 더 심하거나 이전 금연 실패에 대한 대안으로 선택한다는 것을 감안해야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Brown 등이 2014년 Addiction에 발표한 논문은 전자담배의 금연 효과를 지지하였다. 영국 대표 샘플 5863명의 자료를 분석한 이 연구는, 자신의 의지로 담배를 끊은 사람들에 비해 전자담배를 사용한 사람들의 금연율이 60% 정도 높다고 보고하였는데, 니코틴 의존도를 보정한 디자인으로 기존 연구들과 차별성을 가진다.

 

3. 금연 효과에 대한 무작위 대조군 연구

장기적인 금연 효과를 본 연구는 2013년 Caponetto 등의 연구, 그리고 같은 해 Bullen 등이 발표한 연구 단 2편에 불과하다. 이 2가지 연구를 종합하여 2014년 12월에 발표된 코크란 리뷰의 메타 분석 결과는, 담배를 끊지 못하는 흡연자에서 흡연양을 줄이거나 담배를 끊는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지만 샘플 수가 적어 그 근거 수준이 낮다라고 평가하였다. 주 논거가 된 Bullen 등의 연구는 니코틴이 있는 전자담배, 니코틴 패치, 니코틴이 없는 전자담배 3가지를 비교하였다. 이 무작위 대조군 연구에선 6개월 자가 금연 성공률이 각각 7.3%, 5.8%, 4.1%라고 보고하였지만, 그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이 연구 결과를 해석하는 데에도 많은 논란이 있는데, 저자들은 적어도 금연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니코틴 패치보다 전자담배의 금연 효과가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금연치료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인정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입장은 영국의 규제정책에 반영되어 영국은 2016년부터 전자담배를 니코틴이 들어있는 제품(Nicotine-containing product)로 분류하고, 니코틴 대체제와 동일한 방식의 규제를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반면, 6개월 성공률이 매우 저조하고, 니코틴 성분이 들어있는 것과 들어있지 않은 제품 간의 금연 성공률에 유의한 차이가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더 많은 사람과 다양한 인종, 계층을 고려한 연구 결과들이 나오기 전에는 시기상조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전자담배의 금연 효과를 확인하는 임상 연구가 현재 9개가 진행 중이며, 그 결과에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다.

 

4. 결론

전자담배의 금연효과는 치열하게 논쟁 중인 사안이다. 실제 미국공중보건의사회와 같은 전문가 단체에서는 담배를 끊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전자담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Etter를 비롯한 유수의 학자들은 과도한 전자담배 규제가 사용을 억제하여, 흡연자가 건강에 대한 위험을 줄일 기회를 줄인다고 주장한다. 반면 세계보건기구나 세계폐재단(World Lung Foundation) 등에서는 아직 충분한 금연 효과가 입증되어 있지 않은 만큼 전자담배를 금연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주위에서 담배를 끊기 어려워 고민하는 분이 있다면, 우선 기존에 효과가 입증된 금연치료약물(니코틴 보조제, 부프로피온, 바레니클린)과 상담을 병행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2015년 2월25일부터 이러한 금연치료에 대한 본인 부담금이 30%로 줄어들었기 때문에, 전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금연 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전자담배의 질 관리가 향상되고, 효과에 대한 가능성이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된다면, 그때 전자담배의 금연 효과를 다시 논의해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 본고는 외부 필자의 원고로서 <공감 NECA>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