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성윤경 교수(한양대학교 류마티스병원 류마티스내과)

 

 서론
의료기술의 발달과 함께 특정 질병에 대한 다양한 진단법과 치료법이 등장하고 있으며, 이러한 다양성 안에서 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을 선택하고자 하는 노력이 지속되어 왔다. 이러한 의사결정(decision making)의 과정은 근거중심의학(evidence-based medicine, 이하 EBM), 의료기술평가(health technology assessment, 이하 HTA) 그리고 최근에는 비교효과연구 (comparative effectiveness research, 이하 CER)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이러한 활동은 방법론적으로 매우 유사한 측면을 가지고 있으나, 미묘한 어감과 강조되는 가치 및 발생 배경의 차이로 인하여 다소 다른 형태의 연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글에서는 자세한 개념 설명과 방법론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고, 이러한 과정의 차이를 살펴봄과 동시에 한국의 연구자 및 이러한 연구의 중심기관이라 할 수 있는 NECA가 관심을 가져야 할 연구의 형태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자 한다.

 

 

 본론 
1. EBM, HTA, 그리고 CER
세월의 흐름에 따라서, 혹은 이를 수행하는 전문가라 불리는 사람에 따라서 각각의 용어 정의는 지속적으로 변해 왔다. 따라서, 이런 용어들을 정확히 구분하여 정의하는 것이 크게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우리가 의미를 혼동하거나 가끔은 혼용하기도 하는 것은 많은 측면에서 이들 용어 간에 공통된 부분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림 1에서 볼 수 있듯이 다소간의 역할과 관심사가 다를 수 있음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즉, 방법론 측면에서 EBM과 HTA가 근거의 합성과 의사결정에 좀더 치우친 측면이 있다고 본다면, CER이 다른 두 가지와 구별되는 점은 근거생성을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의료기술에 대한 관심 측면에서 CER과 HTA가 갖는 기본 질문의 차이는 CER이 다소 효과에 치우쳐 있는 반면, HTA는 효과와 함께 사회에서 갖는 가치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관심의 차이는 주된 연구 방법론에서 나타나고 있는데, 체계적 문헌고찰(systematic review)을 통한 메타분석이 CER과 HTA의 주된 방법이 되며, HTA에서는 추가적으로 비용-효과 분석(cost-effectiveness analysis) 및 비용-효용 분석(cost-utility study)으로 대표되는 경제성 평가(economic analysis)를 이용하여 사회적 가치를 증명하고자 한다. 반면, CER에서는 비용에 대한 개념을 최대한 억제한 상태에서 기존의 의료기술과 이에 대응하는 새로운 의료기술 사이의 효과 비교에 집중한다. 따라서, 새로운 임상시험을 통한 근거생성을 주도하기도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현실을 반영하기 위한 관찰연구를 수행하고, 의료보험 청구자료(claims database) 혹은 전자의무기록(electronic medical record)을 이용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CER에서는 방법론에 대한 연구도 직접적인 의사-결정 보다는 근거의 창출과 합성에 집중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2. 한국의 연구자는 어디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그동안 한국의 임상연구(clinical research)는 임상시험(clinical trial)과 임상진료지침(clinical practice guideline)의 양 극단에서 발전되어 왔다. 일부 연구자는 임상시험이 임상연구보다 더 큰 개념이라 생각하였고, 회사에 의해 주도되는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것이 임상연구 능력이라는 오해도 일부 있었다. 또한, EBM의 주요 주제인 의사결정(decision making)에 관심이 있음을 잘 알 수 있다. 한편 국가에서는 의사결정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임상진료지침(clinical practice guideline)에 관심을 가져왔는데, 특히 비용 절감이라는 대명제를 바탕으로 이 과정이 진행됨으로 인해 많은 연구자들과 임상의사들의 호응을 얻기 힘들었던 측면이 있다. 즉, 그간의 의사결정 연구가 HTA란 측면으로 쏠림이 발생해왔던 것이다. 이러한 연구의 흐름은 개별 연구자에게도 영향을 미쳐 이제는 모든 의학 관련 연구자들이 세세한 의학적 질문에 대하여 체계적 문헌고찰을 하려 하고, 경제성 평가가 필요함을 주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흐름이 결코 잘못된 것은 아니나 조금이라도 HTA 혹은 경제성평가 연구에 개입하였던 경험이 있는 연구자는 기본적인 장벽에 부딪힌 적이 있을 것이다. 근거합성에 쓰이는 기본자료가 우리나라의 것이 아니고, 가치 부여를 위한 비용 혹은 효능(utility)자료 또한 매우 부족하다는 사실 말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제 우리나라의 임상연구자가 관심을 갖고 다시 한번 색깔을 변화시켜야 하는 연구분야가 CER이라고 생각한다. 기존의 2차 자료의 합성과 의사결정에 집중했던 역량을 합리적인 근거생성과 의료기술의 가치 부여에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우리나라에서는 NECA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닌가 싶다. 이러한 근거생성의 과정에는 보다 더 많은 연구자들이 흔쾌히 참여할 수 있으며, 체계적으로 수행된 CER은 다양하게 가공되어 훌륭한 의사결정의 재료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결
EBM, HTA, 그리고 CER이란 연구의 형태는 서로간에 많은 방법론과 관심사를 공유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자신만의 고유한 영역을 가진다고 할 수도 있다. 따라서 특정한 연구형태가 우월하다는 다소 편협한 생각보다는 현재의 의료환경과 시대의 흐름이 요구하는 연구를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CER은 중요한 시대적 연구의 흐름으로, 국내에서의 근거창출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전환과 체계적 방법론의 개발에 NECA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시점이라 생각한다.

 

※ 본고는 외부 필자의 원고로서 <공감 NECA>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그림 1. EBM, CER, 그리고 HTA의 주된 역할과 관심사

 

참고 문헌
1. Conway PH, Clancy C. Comparative-effectiveness research - implications of the Federal Coordinating Council's report. N Engl J Med. 2009; 361: 328-30.

 

2. Institute of Medicine. Learning what works best: the nation’s need for evidence on comparative effectiveness in health care. Washington D.C.: Institute of Medicine of the National Academies; 2007. Available from: http://www.iom.edu/ebm-effectiveness
 
3. Luce BR, Drummond M, Jönsson B, Neumann PJ, Schwartz JS, Siebert U, Sullivan SD. EBM, HTA, and CER: clearing the confusion. Milbank Q. 2010; 88(2): 25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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