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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이슈/보건의료이슈

[Vol.36 5월호] 보건의료이슈 :: 비급여진료비 문제의 원인과 해결 방향

 

 

 

글. 강길원 교수 (충북대학교 의과대학)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보장률이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낮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건강보험 보장률은 80% 정도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2013년 기준 62%로 18%나 차이가 있다. 더구나 2009년 65%인 보장률이 2013년에는 62%로 오히려 후퇴를 하였다. 정부는 2009~2013 건강보험 중기보장성계획을 통해서 암 등 중증질환에 대한 본인부담 추가 경감, MRI, 초음파 등 고가서비스 보험 적용, 본인부담상한제 소득수준별 적용 등 보장률 확대에 노력하였지만 보기 좋게 실패를 한 셈이다. 정부는 이러한 실패의 원인을 비급여 진료영역의 빠른 확대에 있다고 보고 2014~2018 건강보험 중기보장성계획에서는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 3대 비급여 해소와 MRI, 초음파 등 고가검사에 대한 보험적용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 보장률이 2014년에는 63.2%로 2013년에 비해 소폭 상승하였고 2015년에는 본격적으로 제도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비급여진료비 문제의 근본 원인에 대한 제대로 된 해결 없이 정부의 기대대로 건강보험 보장률이 개선될지는 불확실하다. 정부는 지금까지 보험 적용이 되지 않던 비급여 영역에 대해서 보험급여를 확대하면 건강보험 보장률이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하였지만, 정부가 보험급여를 확대하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비급여 영역이 확대되어 보장률 개선이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이처럼 급여가 확대되는 만큼 비급여 영역이 빠르게 확대된 것은 급여-비급여의 수입 및 비용의 불균형에 그 원인이 있다. 우리나라 의료기관의 수입 및 비용구조를 보면, 급여 영역은 서비스 제공에 들어간 비용에 비해서 수입이 적어 적자를 보고 있는 반면, 비급여 영역은 수입이 비용에 비해 많아 흑자를 보고 있다. 즉 급여 부분의 손해를 비급여 부분의 초과이익으로 상쇄해서 겨우 수지균형을 이루고 있는 구조이다(그림 1). 이러한 구조에서 급여의 확대는 수지 불균형을 초래할 수밖에 없고,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이러한 불균형을 막기 위해서 새로운 비급여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림 1. 우리나라 의료기관의 수입 및 비용 구조 

출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상대가치점수 개정 연구보고서(2006)


의료기관에서 새로운 비급여 창출이 가능하였던 것은 제공한 서비스별로 지불을 하는 행위별수가제와 급여와 비급여 서비스를 함께 제공할 수 있는 우리나라 건강보험 보상체계 덕분이었다. 포괄수가제나 인두제 하에서는 새로운 서비스 도입이 의료기관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도입이 억제되지만, 행위별수가제 하에서는 새로운 서비스 도입이 수입증대로 이어지기 때문에 비급여서비스 제공을 꺼려할 이유가 없다. 또한 급여-비급여 혼합진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급여가 늘어나 환자부담이 줄어든 만큼 다른 비급여를 만들어낼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지불제도와 보상체계로 인해 급여 확대로 인한 손실을 새로운 비급여 창출로 손쉽게 보상할 수 있었던 것이다. 


비급여가 늘어난 또 다른 요인 중의 하나는 민간의료보험의 확대이다. 최근 비급여진료비를 대상으로 한 실손형 민간의료보험이 증가하면서, 비급여서비스 이용에 따른 환자본인부담이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환자들이 비급여서비스를 보다 적극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하였고, 심지어 의료기관에서 비급여서비스 이용을 유도하기도 하였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 급여범위가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 보장률 개선이 미미하였던 것이다. 


비급여진료비 문제의 근본 원인을 고려하면, 단순한 급여범위 확대만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하다. 이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급여수가의 개선이 필요하다. 비급여 영역이 줄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급여수가가 낮기 때문이다. 급여수가가 낮기 때문에 지금까지 비급여 부분의 과도한 초과이익을 암묵적으로 인정해 주었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비급여진료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급여수가의 개선이 필요하다. 정부가 선택진료비를 축소하면서 고도수술 수가 인상, 중증 서비스 신설, DRG 수가 인상, 의료질향상분담금과 환자안전관리 수가 신설, 중환자실 등 특수병상입원료 수가 현실화 등을 동시에 추진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이다. 하지만 감소한 비급여진료비만큼 급여수가에서 충분한 보상이 되었는지는 논란이 있다. 한국병원경영연구원은 선택진료비 개편 이후 시행된 병원들의 손실에 대한 정부의 수가 보전이 평균 73%에 머무른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등 보상이 충분하지 않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처럼 급여확대에 따른 손실을 정확하게 추정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손실 보전을 위한 단편적인 급여수가 조정보다는 급여수가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통해서 원가에 기반한 적정보상이 이루어져야 비급여진료비 문제의 근본적 해결이 가능하다. 


둘째, 급여와 비급여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것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 급여서비스는 대부분 비용-효과적인 서비스이고 비급여서비스는 비용-효과성이 떨어지는 서비스가 많다. 현재와 같이 혼합진료가 가능한 환경 하에서는 비용-효과성이 높은 급여서비스는 위축이 될 수밖에 없고, 반대로 비용-효과성이 떨어지는 비급여서비스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비급여서비스 이용 시 전체 진료비를 환자가 부담하게 하여 비용-효과성이 떨어지는 서비스 이용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 전체 진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비급여서비스를 대상으로 혼합진료 금지를 우선 적용하고 단계적으로 그 범위를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셋째, 지불제도의 개편이 필요하다. 현재와 같은 행위별수가제 하에서는 건강보험의 통제를 받지 않는 비급여의 증가를 막을 방법이 없다. 포괄수가제 등 선지불제도를 통해서 비용-효과성이 낮은 비급여서비스를 일괄 급여영역으로 끌어들여서 실시 비율만큼 수가에 반영하면, 해당 서비스가 꼭 필요한 환자를 제외한 나머지 환자들에게는 제공이 되지 않을 것이다. 만약 환자가 비용-효과성이 떨어지는 비급여서비스를 의사의 권고와 무관하게 선택할 경우 진료비 전액을 본인이 부담하게 해서 신중한 선택을 유도해야 한다(그림 2). 급여수가 조정을 위해서도 지불제도 개편이 필수적이다. 현재와 같은 행위별수가제 하에서 급여수가 인상은 감당하기 어려운 의료비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적정 보상을 전제로 의료비의 합리적 관리가 가능한 지불방식을 도입하는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 


 




그림 2. 지불제도 개편과 비급여진료비 개선 방향 


넷째, 민간의료보험의 영역을 한정해야 한다. 한 환자에 대해서 급여와 비급여가 공존하는 구조 하에서 민간의료보험으로 인한 본인부담경감은 비급여진료비의 증가뿐만 아니라 급여진료비의 증가를 가져올 수 있다. 또한 현재의 구조 하에서는 건강보험의 급여확대가 민간의료보험의 부담을 덜어주는 예기치 않았던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민간보험의 영역을 성형수술 등 선택적 서비스와 제도 개편 후 환자가 전체 진료비를 부담하는 비급여서비스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 


최근 정부가 비급여진료비 축소를 위해서 다양한 제도 개선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위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 없이는 일정부분 성과를 달성한다고 하더라도 그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비급여진료비 문제는 단순히 급여범위가 낮아서 생긴 문제라기보다는 낮은 급여수가, 비급여를 조장하는 지불보상체계, 민간의료보험 등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의 전반적인 문제와 연계된 것이기 때문에 좀 더 거시적인 차원의 논의와 해결방안 모색이 필요하다. 



※ 본고는 외부 필자의 원고로서 <공감 NECA>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상대가치 개정 연구 보고서. 2006

- 보건복지부. 2014~2018 건강보험 중기보장성 강화 계획. 2015

- 한국병원경영연구원. 선택진료비 개편에 따른 영향과 정책과제.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