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동욱 교수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 컬럼비아 픽처스


나이지리아에서 의대를 마치고, 미국에서 신경계를 전공하는 법의학자가 된 베넷 오말루 박사 (윌 스미스)는 어느 날 한때 미식 축구 영웅이었던 마이크 웹스터 (데이빗 모스)의 부검을 맡게 된다. 


한때 미식축구의 영웅이었던 Pittsburg Steelers 팀의 센터 마이크 웹스터. 그는 미식축구 연맹 (National football league, NFL) 명예의 전당에 올랐던 전설이다. 


한때 미식축구의 전설이었던 마이크 ⓒ 컬럼비아 픽처스


그러나 은퇴 후 그는 정신이상을 겪으면서 삶이 망가지고, 유리창마저 깨진 차 안에서 잠들기 싫다면서 마약을 하고 있다. 그의 풋볼 동료였던 저스틴이 찾아가서 요새 건망증이 심해지고, 아내와 아이들한테 폭력을 행사하게 된다고 털어놓는데, 마이크는 이를 못 알아 듣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게임을 끝내는 일이야” 라면서 선수시절 팀을 북돋우기 위해 했던 말을 자동적으로 반복한다.  


버려진 차 속에서 폐인 생활을 하는 마이크 ⓒ 컬럼비아 픽처스


차 안에서 약에 취해 자고 있다가 경찰에 의해 발견된 마이크는 이전에 팀 닥터였던 베일즈 박사(알렉 볼드윈)를 찾아온다. 약물 중독 상태에 있던 그는, 갑자기 “당신이 내 주치의였잖아, 날 고쳐내, 날 고쳐내라고” 라고 폭력을 행사한다. 할로페리돌(일종의 안정제)을 맞고 본인의 차로 돌아갔으나, 결국 50세의 나이에 사체로 발견된다. 


박사를 붙잡고 고함치는 웹스터: “날 고쳐내, 날 고쳐내야 한단 말이야” ⓒ 컬럼비아 픽처스


오말루 박사는 우연히 웹스터의 부검을 맡게 되고, 부검 결과와 신경영상 소견이 맞지 않자 상관인 웩트 박사(알버트 브룩) 에게 추가적인 조사를 건의한다. 웩트 박사는 부족한 예산에 신경쓸 수밖에 없지만, 주의사항과 함께 추가검사를 승인을 한다. 

 

마이크에 대한 부검 ⓒ 컬럼비아 픽처스


오말루 박사: “그렇게 건강하던 사람이 아무런 뇌의 보이는 이상이 없이 미쳐버리는 사례는 없어요. 나는 내가 찾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잘 몰라요.” 

웩트 박사: “말해주지. 하지만 자네 큰 돈이 들거야.”

오말루 박사: “이해합니다.”

웩트 박사: “알겠네. 다만, 영웅이 되고자 우리 둘 모두가 동의할 때만 가능한 거야.” 


추가적인 병리 검사에 들어간 마이크의 뇌 조직 ⓒ 컬럼비아 픽처스


기전을 밝히기 위해 보지 않던 미식축구를 보는 오말루 박사 ⓒ 컬럼비아 픽처스


연구를 통해 이 병이 알츠하이머가 아닌 뇌의 충격에 의한 병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된 오말루 박사는 이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데코스키 박사(에디 마산 분)를 찾아가서 본인의 가설을 설명한다. 그리고 그의 동의를 이끌어내고, 그 결과는 ‘신경외과학’ 저널에 게재된다. 그리고, 오말루는 사귀는 여자친구에게 프로포즈를 하면서 꿈과 희망에 부풀게 된다. 


데코스키 박사: “난 마음에 들지 않네. 사실, 정말 싫네. 그렇지만, 과학자로서 부정할 수 없네." ⓒ 컬럼비아 픽처스


저명학술지인 신경외과학회지에 실린 오말루 박사의 논문 ⓒ 컬럼비아 픽처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오말루는 미식축구에 관련한 연구를 많이 했다는 신경과의사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미식축구는 뇌 손상과 아무 상관이 없으며, 웹스터의 케이스는 우연일 뿐”이라는 내용. 그리고 “너의 경력은 끝이 났다”는 협박도 함께. 그는 이를 상관인 웩트 박사와 공저자였던 해밀튼 박사와 함께 상의한다. 그리고, 그 협박 뒤에 있는 진실을 알게 된다. 


오말루 박사: “그들이 원하는 것이 뭐죠?”

웩트 박사: “너의 목” 

해밀튼 박사 (연구의 공저자): “그는 네가 발견한 것을 철회하기를 바라고 있어."

웩트 박사: "그들은 네가 논문이 날조된 것이라고 이야기하기를 바래”

오말루 박사: “내가 날조 했다구요?”

웩트 박사: “그들은 네가 연구 부정을 저질렀다고 고발하고 있어.”

해밀튼 박사: “철회를 하면, 너는 괜찮을 거야. 이 모든 것은 그냥 끝날 거야.”

오말루 박사: “그들이 왜 이러는 거죠?”

시릴: “그들은 너한테 겁먹은 거지. 그들이 뭐라고 할거라고 생각하나? '고맙습니다?'"

오말루 박사: “네” 

웩트 박사: “뭣 때문에”

오말루 박사: “(진실을) 말해 준 것, 알려준 것.”

웩트 박사: “알겠네, 오말루 선생은 선생이 좋은 미국인이라고 생각하는군. 피츠버그시는 Steelers의 새 경기장을 짓느라 2억 3천 300만 달러를 썼어. 그러느라 학교를 닫았고 세금을 올렸지. 그들은 세상을 바꾸려는 게 아니야. 이 연구는 무명의 의학잡지 뒤에 붙어 있는, 진기한 학술 연구 결과가 아니야. 오말루 박사는 2000만명이 매주 음식을 갈구하듯이 갈구하는 상품을 만드는 회사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거라구. NFL은 일주일의 하루를 가지고 있어. 마치 교회가 이전에 가지고 있던 날 만큼 말이지. 이제는 그들 거야. 그들은 매우 크다고.” 

오말루 박사: “테리 롱(다른 미식축구 선수의 이름). 그도 검사 결과 양성이었어요. 미식축구가 그에게 만성 외상성 뇌병증을 일으켰고, 그 뇌병증은 그에게 부동액 1갤런을 마시게 했고, 그는 죽었죠. 더 있을 거라고 이야기했었죠.” 

해밀튼 박사: “넌 큰 일을 해냈어. 여기서 중단한다고 해도 아무도 널 비난하지 않을 거야”


협박의 배경을 알게된 오말루 박사 ⓒ 컬럼비아 픽처스


그러던 중 마이크의 팀 닥터이자 개인적인 친구였던 베일즈 박사는 오말루에게 전화를 걸어서 만나자고 한다. NFL에서 지원한 연구에서는, “대부분의 정상적인 미식축구선수는 경추 손상이나 뇌 손상을 입지 않는다”고 했다는 연구 결과를 알려준다. 


오말루 박사: “정말인가요?” 

베일즈 박사: “NFL은 모든 조직이 하는 것을 한거야. 위원회를 만들어서 연구를 하게 하는 것. 엘리엇 펠멘 박사의 경도 외상성 뇌손상 위원회. 누가 또 그 위원회에 있는지 아나?" 

오말루 박사: “마룬 박사요?”

베일즈 박사: "그렇지, 그가 있지. 그리고 몇 명의 다른 팀 닥터들, 장비 관리인, 그리고 두 명의 트레이너. 생계를 위해 무릎에 테이프를 감는 자들이지." 

 

오말루에게 NFL의 진실에 대해 알려주는 베일즈 박사 ⓒ 컬럼비아 픽처스


베일즈 박사의 주선으로 마룬 박사(알리스 하워드 분)를 만난 오말루 박사는 진실을 밝히기 위한 추가 연구를 제안하지만 베일즈 박사는 거절한다. 진실을 말해야 한다는 오말루 박사의 말에, 수십만 명을 고용하고, 수천명의 가난한 학생을 학교에 보내고 수많은 자선활동을 하는 NFL을 없애기를 바라느냐고, 도대체 당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있느냐고 반문한다. 오말루 박사는 이에 격분하며 말한다. 


오말루 박사: “당신이 돌보던, 당신이 돌보던 사람이 죽어나가고 있고, 그들의 가족들이 폐허 속에 남겨지고 있어요. 진실을 말하세요. 진실을 말하시라구요.” 

마룬박사: “당신, 정말, 정말 이걸 하고 싶은 거야?" 

오말루 박사: “그게 바로 내가 당신에게 묻고 싶은 겁니다. 마룬 박사님” 

 


마룬 박사를 만나서 진실을 말하라고 종용하는 오말루 박사 ⓒ 컬럼비아 픽처스


오말루 박사를 지지해주던 상관인 웩트 박사는 갑작스런 FBI 조사에 의해 그간 마일리지 부정 사용, 문구류와 팩스의 개인적 사용 등의 이유로 사임을 하게 된다. 그리고 오말루 박사의 부인은 의문의 차량에 쫓기다가 자연 유산을 하게 된다. “가족을 이루되,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서 이루고 싶다”는 아내의 제안에 따라, 오말루 박사 부부는 미국의 반대편인 캘리포니아로 이사를 가서 단란한 가정을 꾸린다. 


캘리포니아로 이사가서 가정을 꾸린 오말루 박사 ⓒ 컬럼비아 픽처스


그렇게 다른 곳에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갔던 오말루 박사는 전직 미식축구 선수이자 NFL의 고위간부였던 두어슨(아데왈레 아키누오에-악바제)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자신의 뇌를 부검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는 메시지를 베일즈 박사로부터 듣게 된다. 결국 이 문제는 공론화되면서 의회가 개입하게 되고, 결국 NFL은 미식축구 선수 상당수가 향후 만성 외상성 뇌병증을 포함한 심한 인지기능장애를 겪음을 인정하게 된다. 


이 영화는 법의학을 전공하는 신경병리학자인 오말루 박사가 한때 미식축구 영웅의 의문의 죽음을 계기로 하여, 미식 축구 도중 발생하는 강한 충격으로 인해 벌어질 수 있는 만성 외상성 뇌손상의 위험을 밝히는 과정에서, 거대한 자본과 권력의 외압에 맞서는 이야기이다. 


영화 말미에도 잠깐 언급이 나오지만 이 영화는 1990년대 담배회사에서 흡연과 건강위험의 연관성을 부정했던 것을 연상시킨다. 1950년대 이전만 해도 담배가 유해한지에 대한 인식은 별로 없는 상태였지만, 1960년대 Richard Doll의 연구를 계기로 담배가 유해할 수 있다는 지식이 생겨났다. 담배회사에서도 내부적으로는 그런 흡연의 건강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담배회사들은 증거가 확실하지 않다면서, 담배의 유해성을 부인하는 연구들을 지원한다. 일례로 2001년 스위스의 릴란데르 교수는 필립모리스의 자금을 받은 연구에서 간접 흡연의 피해가 과장되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가, 유럽 연합의 건강 환경 분야 전문직을 박탈당했다. 최근의 사례로는, 아직 재판중에 있는 사안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옥시로부터 연구비를 받은 교수들이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가 유해하지 않다는 연구결과를 낸 사실이 문제가 되었다.


“이해 상충(Conflict of interest)” 이란 전문직 종사자의 일차적 관심사에 관한 전문적 판단이 이차적 이해(secondary interest)로 인해 부당하게 영향을 받거나 받을 수 있는 조건으로 정의된다. 이해 상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그 자체로 연구 부정행위를 뜻하는 것은 아니고, 대부분의 연구자들이 이해 관계를 위해 부정행위를 하는 것은 아니므로 이는 분명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연구자들이 금전적 이득, 경력이나 명성 등에 대한 욕심이 앞서는 경우 연구 결과를 조작하거나 편향되게 보고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가 된다. 이 영화에서도 NFL의 위원회에 소속되거나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많은 전문가들이 객관적 연구결과를 부정하고 오히려 협박이나 잘못된 홍보에 가담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 그리고 그들의 증언은 사회적 여론, 규제적 판단, 재판 결과 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효과 없는 약에 대한 시판 승인은 환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게 할 수 있고, 잘못된 독성학적 보고는 피해자를 만들거나 피해자들이 구제를 받지 못하게 할 수 있다. 이에 이해 상충을 자발적으로 밝히게 하고, 상당한 이해 상충이 있는 경우에는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연구나 심의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 가지 언급하고자 하는 것은, 이해관계라는 것이 단순히 NFL이나 담배회사, 제약회사와 같은 기업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서울대는 왜 황우석 교수의 연구를 승인했을까? 당시 줄기세포는 정부에서 밀고 있던 산업이었다. 그리고, 막대한 연구비가 들어오면 서울대는 시설이나 인력 확충, 간접비 사용 등 간접적 이득이 있다. 이 영화에서는 외압을 행사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FBI가 오말루 박사의 상사인 웩트 박사를 수사하여 옷을 벗기는 장면이 나온다. 이는 미식축구로 경제가 돌아가야 하는 피츠버그시, 어쩌면 더 큰 단위의 공공조직이 연구의 진실을 가리려고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NFL이 침체된다면 NFL의 문제가 아닌, 행정관료나 정치인에게는 보직이나 정치적 생명이 달린 문제일 수 있다. 


실제 공적인 영역에 있는 보건의료 정책 결정과정은 많은 이해관계를 내포한다. 정책적 결정은 의료 제공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뿐 아니라, 관련된 산업과 소비자들에게도 영향을 많이 미칠 수밖에 없다. 또한 정책적 결정은 결정에 참여하는 자 스스로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공직이나 선출직에 있는 사람들에게 명성, 승진, 정치적 성공은 어쩌면 금전보다도 더 중요한 이득이 될 수 있다. 위원회에 참여하는 사람들 역시 정부의 지속적인 연구비 지원이나 주요 정책 결정 과정 참여로 얻게 되는 권력이 주요한 이해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 


이제 연구자들은 연구 시작 전에 임상연구 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임상시험의 경우 원래의 연구 설계를 공개 웹사이트에 등록해두어야 하고, 연구 결과 보고시에 이해관계를 자발적으로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투명성은 이해관계로부터 과학적 윤리성과 대중들의 과학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이다. 보건의료 정책의 결정과정 역시 마찬가지여야 한다. 결정 과정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하고, 결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이해 상충이 잘못된 결과를 이끌어내지 않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 본고는 외부 필자의 원고로서 <공감 NECA>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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