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성규 부연구위원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연구기획실 연구기획팀)



photo by mazz_5, flicker (CC BY-SA)


2016년 6월 23일, 전 세계의 관심 속에서 영국이 국민투표를 진행했다. 영국 내부의 투표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가 긴장 속에서 이 투표의 결과를 지켜봤던 이유는 그 결과가 유럽연합(European Union, EU)뿐 아니라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었다. 국민투표로 붙여진 안건은 영국이 EU 회원국으로 그 자격을 계속 유지하느냐, 아니면 탈퇴하느냐에 대한 문제였다. 그래서 이번 국민투표를 Britain과 exit를 합성한 ‘Brexit’로 이름 붙였고, 전 세계가 브렉시트를 주요기사로 다루었다. 투표결과 발표 이후에도 후속조치 및 변화에 대한 기사를 긴급뉴스로 다루고 있는 상황이다.


영국의 EU탈퇴 혹은 잔류에 대한 국민투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73년 EU의 전신인 European Economic Community(EEC)에 영국이 처음 가입한 이후 1975년 EEC 회원국 유지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했고, 당시 67%가 잔류에 찬성하면서 EEC 회원국을 유지했다. 이후 ECC가 EU로 변경되었고, 2016년 6월 23일 영국은 Brexit 국민투표를 진행했다. 6월 24일 투표결과는 1975년과 달리 52%가 탈퇴에 찬성하면서 영국은 EU탈퇴를 공식적으로 결정하게 되었다.  


영국의 EU탈퇴는 영국, EU, 전 세계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브렉시트 결정 직후 전 세계 주가 및 환율이 요동쳤고, 갈수록 불확실성은 커져만 가고 있다. 많은 분야에서 변화가 예상되고 있고, 각 분야별 전문가들이 Post Brexit에 대해 각종 예측을 내놓고 있다. 그렇다면 브렉시트가 영국 공중보건(public health)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영국 국민의 52%가 브렉시트를 희망한 가장 큰 이유는 ‘이민자’ 문제였다. EU 내 중저개발국가 국민들이 영국으로 유입되면서 자국민들이 이민자들로부터 일자리와 생활터전을 뺏기는 문제, 그리고 분쟁지역에서 영국으로의 정치적 이민이 늘면서 발생하는 각종 범죄 증가 등이 영국 국민들로 하여금 개방을 고수하는 것보다 ‘폐쇄’를 희망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브렉시트를 선택한 영국 국민들은 대부분 EU를 탈퇴할 경우 이민자들이 줄어들게 되어 앞서 언급한 문제들이 해결되는 것과 동시에 보건의료 측면에서는 이민자들에게도 무료로 제공되어 온 의료서비스(National Health Service, NHS)가 감소하면서 자동적으로 영국 국민들이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영국 국민들의 믿음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런던대학교(London School of Hygiene & Tropical Medicine, University of London) Martin McKee 교수는 브렉시트가 영국 공중보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실제와 영국 국민들의 생각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주장한다[각주:1]. 최근 University College London에서 수행한 연구결과를 인용해 지난 2001년부터 2011년 사이 EU 이민자들이 영국의 국가재정에 기여한 규모가 그들이 해택을 본 것보다 34% 높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EU 이민자들이 실제 영국 국가 재정에 손실이기보다는 수익원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은 EU로부터 젊은 청년들, 건강하고 기술이 있는 이민자를 ‘수입’할 수 있는 것에 비해 국가로부터 수십만 파운드의 연금을 받아가는 노년층을 스페인, 프랑스와 같은 국가로 ‘수출’할 수 있는 것은 영국이 EU 회원국으로 누릴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이라는 것이다. 브렉시트로 인해 이러한 경제적 혜택이 단절된다면 영국 의료서비스 재정은 감소하거나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보건전문가의 주장이다. 


브렉시트로 인해 NHS의 예산이 감소할 수 있다는 측면뿐만 아니라 또 다른 측면에서 브렉시트가 영국 공중보건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영국이 EU 국가들과 함께 EU 전 국민의 공중보건 향상을 위해 공동 수행 중인 여러 EU 공동연구에 참여할 수 없게 되고, 질병관리, 특히 감염병 관리, 그리고 약품 및 식품의 안전성 검사 등에 대한 여러 가지 이슈들이 문제로 부각될 수 있다. EU 탈퇴는 영국의 고립을 점차 증가시킬 것이고, 질병에 대한 EU 회원국 간 정보공유에도 큰 제약을 받게 될 수 있다. 특히 감염성 질환에 대한 EU 국가 간의 공동 대응 활동인 European Centre for Disease Prevention and Control에 영국이 참여할 수 없게 될 경우 질병에 대한 정보공유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 인구의 해외여행 급증으로 감염병에 대한 관리가 다른 국가들과 체계적으로 공조되지 못할 경우 영국 공중보건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U 회원국 간 공동연구에 영국이 참여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학문적으로 더 큰 문제는 연구비 지원이 큰 폭으로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례로 2007년부터 2013년까지 영국이 EU 공동연구에 투자한 연구비는 54억 유로인 것에 반해 영국 연구자들이 EU로부터 수혜 받은 연구비는 88억 유로였다. 이러한 연구비 감소, EU 회원국 간의 공동연구가 줄어들 경우 공중보건 관련 연구 및 정책발전에도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영국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각주:2]. 또한, 감염성 질환뿐 아니라 비감염성질환(만성질환)의 위해요소로 주목받고 있는 흡연, 음주 관련 문제에도 적절한 대응이 어려워질 수 있다. 담배, 술에 대한 규제정책의 경우도 영국 국민보건향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에서 브렉시트 이후 이러한 규제정책에도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담배규제정책의 경우 EU 회원국들은 EU Tobacco Product Directive를 제정해 회원국 간 상호협력으로 담배규제정책을 강화하고 있었다. 하지만 EU와 함께 이러한 정책을 수행할 수 없을 경우, 예컨대 “밀수”문제가 매우 심각한 술, 담배 관련 규제정책에 많은 어려움이 발생할 것이다. 영국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담뱃값이 높은 수준이고, EU 전체에서도 담뱃값이 가장 비싼 만큼 담배밀수가 매우 활발하고 다른 EU 회원국의 협조가 없다면 결코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각종 표준기준, 예컨대 수질, 대기질 등에 대한 EU 규정이 있기 때문에 영국도 이러한 기준을 회원국 간 상호견제 하에서 이행이 가능했지만, EU의 관리를 벗어나는 순간 영국 스스로 이 문제들을 심도 깊게 고려할 가능성이 낮을 수 있다는 주장이 있고, 그 결과 영국 국민들의 공중보건에는 위기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Martin McKee교수가 발표한 저널 원고[각주:3]에서는 브렉시트가 야기하는 영국 내 공중보건 상 장점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브렉시트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적 침체는 자연스럽게 국민건강향상에 투입되는 의료비 감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설명이다. 영국 보건부는 브렉시트로 인해 거대한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EU 규정을 적용하고 있던 각종 보건관련 이슈들에 대해 영국 스스로가 세부적인 규정 내용을 검토해 EU 규정을 영국에 그대로 적용할지, 그렇지 않으면 영국 국내법을 다시 재정해야할지 고민해야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보건부는 향후 브렉시트로 인해 예상되는 경제적 침체를 대비해 인원을 감축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과연 시기를 놓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브렉시트 후속조치가 가능할지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보건관련 모든 이슈가 국제화 되고 있는 현실에서 영국은 정치경제적 상황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브렉시트를 선택한 상황이다. 이러한 영국 국민들의 결정이 향후 영국 내 공중보건에 어떻게 작용할지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것이다. 


※ 본고는 <공감 NECA>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1. McKee M, Galsworthy MJ. Brexit: a confused concept that threatens public health. Journal of Public Health. 2016;38(1):3-5 [본문으로]
  2. McKenna H. Five big issues for health and scoial care after the Brexit vote. TheKing'sFund. 2016. Available from http://www.kingsfund.org.uk/publications/articles/brexit-and-nhs. Accessed at 11 July 2016. [본문으로]
  3. McKee M, Galsworthy MJ. Brexit: a confused concept that threatens public health. Journal of Public Health. 2016;38(1):3-5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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