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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이슈/보건의료이슈

[Vol.39 8월호] 보건의료이슈 :: 영상진단과 방사선 노출




글. 정승은 교수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pixabay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서 지난 1,000년 동안 11개의 가장 중요한 의학적 발전을 꼽았는데 그 중 하나가 의료영상의 발전이다.[각주:1] 


의료영상검사는 1985년 뢴트겐이 미지의 광선인 X선을 발견한 이후 현대의학에서 가장 강력한 진단 및 치료도구로써 그 역할을 하고 있다. X선을 이용하는 진단검사인 전산화단층촬영장치(computed tomography, CT), 양전자단층촬영장치 등의 최첨단의료기기가 개발되고 환자의 진단에 적극적으로 도입되면서 환자의 의료방사선노출선량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또한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건강증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증가함에 따라 건강검진에서의 방사선검사 이용 역시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우리나라 국민들의 방사선피폭에 대한 관심은 크게 증가하였다. 원전사고에 의해 나오는 방사능과 질병의 진단에 사용하는 방사선은 매우 다르지만, 방사능 사고에 의한 오염 정도를 진단용방사선 촬영 몇 장과 비교하여 인체에는 영향이 없다는 설명으로 방사능과 진단용방사선을 매우 혼돈하여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는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CT 검사에 대한 방사선 피폭 위해로 나타나고 각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


CT는 일반촬영에 비하여 훨씬 높은 방사선조사량을 초래하기 때문에 인구의 집단선량을 증가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2007년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서 보고된 바에 의하면 미국에서 연간 6,200만 건의 CT검사로 1980년에 비교하여 20배 이상의 증가를 보이고 있다.[각주:2] 또한 1991년부터 5년간 발생한 암의 0.4%는 CT 촬영에 의한 방사선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고하였다.[각주:3] 2013년 OECD 건강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CT 보급률은 평균의 1.5배 이상이며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서 CT검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여 2009년에 450만 건이 청구되었다. 이러한 의료영상의 이용이 증가하면서 국민 일인당 연간 피폭선량은 1980년 3.6 mSv에서 25년 사이 두 배 가까이 증가하였다. 


일반적인 방사선 방어의 원리는 정당화(justification), 최적화(optimization), 방사선량의 제한(application of dose limits)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nternational Commission of Radiological Protection, ICRP)는 의료방사선 피폭에 있어서는 일반적 피폭과 다른 의료 피폭의 특성을 고려하여 방사선 선량은 환자의 이득을 위해서 사용되어야 하고, 최적화 되어있어야 한다고 따로 명시하고 있다.[각주:4] 


검사의 정당화 확보는 그 환자에게 그 방사선 검사가 진단에 꼭 필요한 검사인지 정당성이 인정되어야한다. 영상검사에서 발생하는 환자의 피폭은 대부분 의사에 의해 결정된다. 의사는 영상검사를 시행하기에 앞서 과연 이 검사에 의한 위험보다 이익이 많은지를 잘 따져보아야하고, 임상적 의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으면서 방사선을 사용하지 않는 다른 대체할 만한 검사방법(예, 초음파검사나 자기공명영상검사)은 없는지 고려해야한다. 따라서 의사는 의학적 판단뿐만 아니라 방사선 피폭에 대한 위험성을 잘 알고 있어야 하며 검사의 처방이나 검사를 하고자 할 때 이러한 위험성을 감수하더라도 환자의 이득이 이러한 위험성을 상쇄할 만큼 가치가 있다는 것을 판단해야 한다.[각주:5] 하지만 최근 의료 행태에서는 영상검사가 남발되고 있다고 생각되는데 캐나다영상의학과의사연합(Canadian Association Radiologists)에 의하면 약 30%의 CT검사나 방사선영상검사가 불필요하며 유용한 정보를 주지 못한다고 발표하였다.[각주:6] 


많은 영상의학검사가 이러한 목적 달성에 미치지 못하고 환자에게 불필요한 방사선 피폭을 가져오고 있다. 이러한 주요원인으로는, 1) 이미 다른 병원이나 의원에서 검사했던 검사를 반복하는 것, 2) 검사결과가 환자의 치료방침 결정에 도움이되지 못하는 검사, 3) 질병이 진행하거나 회복되기 전에 시행되는 검사이거나 결과가 치료에 영향을 미치기 전에 이루어지게 되는 너무 잦은 검사, 4) 적절하지 못한 검사(영상기법이 매우 빨리 발전하고 있으므로 영상의학과 전문의와 상의하는 것이 도움이 되며 최적의 영상검사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5) 적절하고 정확한 임상정보 제공과 영상검사의 목적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것, 6) 어떤 임상의사들은 검사에 너무 의존하며 환자들도 많은 검사에 안도하게 되는 것들이 있다.[각주:7] 


대한영상의학회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영상검사의 정당화 확보를 위해 여러 활동을 하고 있는데 양 기관이 공동으로 영상검사의 정당화 확보를 위하여 “근거기반 영상검사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이런 가이드라인이 개발되어 있었으나 국내 실정에 맞는 포괄적 영상가이드라인은 없었으며 이 개발을 통하여 국내 임상 현장에서 수용 가능한 임상영상 검사의 시행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였다. 이는 의사들에게는 최선의 임상적인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환자에게는 방사선 노출을 최소화 하면서도 정확한 진단을 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2015년에 25개의 핵심질문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작하였고 대한영상의학회는 지속적으로 다양한 임상상황의 시나리오에 맞는 가이드라인을 개발할 예정이다. 또한, “검진 영상검사에서의 적절한 사용을 위한 세계보건기구 국제 워크숍”이 세계보건기구, 대한영상의학회,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공동주최로 2016년 9월 26일부터 28일까지 서울에서 개최된다. 전세계보건전문가 및 국내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검진에서 영상검사의 정당화 확보를 위해 다방면에 걸친 논의 후 권고안을 작성할 예정이다.


일단 방사선검사의 정당성이 확보되면 피폭 저감화의 다음단계는 검사에서 최소한의 방사선피폭을 주면서 진단에 적합한 영상화질이나 필요한 결과를 얻어야한다. 디지털 영상은 방사선량이 증가할수록 영상화질이 좋아지고 어느 정도 이상이 되면 화질의 변화가 없기 때문에 선량에 대한 고려가 없어지게 되어 불필요한 과피폭이 되어도 이를 알 수 없다. 


최신의 디지털 영상장비에서는 촬영조건에 따라 기준이 되는 수학적 팬텀이 받게 되는 선량을 계산하여 촬영자나 영상의학과의사가 쉽게 볼 수 있도록 선량보고(Dose report)를 생성하여 보여준다. 이런 선량보고를 검토하면 그 검사에서의 환자선량을 예측할 수 있고 검사 프로토콜을 조절하여 선량을 낮게 유지할 수 있다.[각주:8] 


이런 최적화를 위해서 국가적으로 또는 세계적인 기관에서 진단참고수준(diagnostic reference level, DRL)의 가이드라인을 정하여 진단 방사선검사에서의 환자선량을 감소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DRL은 진단방사선 및 핵의학분야의 검사 및 시술과정에서 일상적인 목적으로 사용되는 환자선량이 비정상적으로 높은지를 확인하기 위해 사용되어온 지표이다. DRL은 그 이상의 선량을 사용해서는 안 되는 허용기준은 아니며 DRL은 실태조사를 통한 결과 선량분포의 삼사분위값이므로 실제 검사에서는 DRL 보다 더 낮게 유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각주:9]


국가적인 차원에서 여러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국가선량을 측정하고 이를 외국과 비교하며, 국가 단위의 DRL을 수립하는 것은 의료기관으로 하여금 방사선 사용의 최적화를 할 수 있도록 밑거름이 될 것이다. 이를 통해서 환자에 대한 피폭을 감소시킬 수 있으며, 영상의 질을 유지하여 진단의 정확성도 높일 수 있고, 전체적으로 국민건강증진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영국, 독일 등에서는 이미 자국의 실정에 맞는 환자선량 조사를 통하여 국가적인 DRL을 수립하여 방사선량을 줄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8년의 흉부X-선검사와 유방X-선검사의 환자선량 평가를 시작으로 다양한 검사의 DRL을 수립하여 권고하고 있으며, 2016년 부터는 DRL의 재설정을 위해서 2차 전국조사를 시행하고 있다.[각주:10]


영상검사는 현대의학에서 환자의 진단과 치료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방사선 노출은 필수 불가결하다. 하지만 이런 이득 때문에 관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영상검사에 의한 방사선피폭 관리는 환자가 방사선 촬영으로 반드시 이득을 얻을 때만 검사해야 한다는 정당화의 원칙에 입각하여, 진단이 가능한 최소한의 방사선량으로 검사가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는 최적화의 원칙을 지킬 때 이루어질 수 있다. 이러한 정당화와 최적화는 의사와 방사선사, 관리자들에 대한 방사선에 대한 교육, 환자에 대한 충분한 의학정보 확보, 검사준비의 철저에서 부터 시작되며, 촬영시 보호장구 사용, 그리고 방사선량을 줄이는 최적화된 프로토콜을 사용함으로써 이룰 수 있다


모든 의사는 자신이 처방하는 영상검사에 대하여 장단점을 알고 있어야 하며 환자 개인에게 최적의 상황인지 확인하여야 한다. 이는 약을 처방할 때 그 약의 적응증과 부작용을 잘 알고 개인의 특성을 고려하여 처방하는 것과 동일하다. 최적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촬영기법, 표준화된 촬영 프로토콜 및 각 개인의 질병을 찾기 위한 최적화된 검사방법으로 검사가 시행되어야 한다. 또한 이런 적절한 영상화질을 위해서는 장비의 관리는 필수적이다


영상검사의 정당화 확보를 위한 근거기반 영상검사 가이드라인의 제작은 시작되었지만 앞으로 갈 길은 멀다. 정당화 확보와 관련한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있고 임상현장에서 상당히 복잡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앞으로 국가, 처방의사, 영상의학과의사, 병원의 경영자, 환자 모두가 정당화 확보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위해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 본고는 <공감 NECA>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1. Looking back on the millennium in medicine.N Engl J Med. 2000 Jan 6;342(1):42-9. [본문으로]
  2. Brenner DJ, Hall EJ. Computed tomography – an increasing source of radiationexposure. N Engl J Med 2007; 357: 2277-84. [본문으로]
  3. Brenner DJ, Hall EJ. Computed tomography – an increasing source of radiationexposure. N Engl J Med 2007; 357: 2277-84. [본문으로]
  4. ICRP. Recommendations of the International Commission on Radiological Protection. ICRP Publication 60. Ann. ICRP 1990; 21(1-3) [본문으로]
  5. 박용구,정승은. CT검사의 방사선 피폭과 저감화 방법.대한의사협회지 2011;54:1262-1268 [본문으로]
  6. You JJ, Levinson W, Laupacis A. Attitudes of family physicians, specialists and radiologists about the use of computed tomography and magnetic resonance imaging in Ontario. Healthc Policy 2009;5:54-65 [본문으로]
  7. Borgen L, Stranden E, Espeland A. Clinicians' justification of imaging: do radiation issues play a role? Insights Imaging 2010;1:193-200 [본문으로]
  8. 박용구,정승은. CT검사의 방사선 피폭과 저감화 방법.대한의사협회지 2011;54:1262-1268 [본문으로]
  9. 대한민국의학한림원. 방사선과 건강. 2015 [본문으로]
  10. 대한민국의학한림원. 방사선과 건강. 2015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