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지선 교수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지현


최근 유명 연예인들이 프로포폴이나 졸피뎀과 같은 향정신성 약물을 남용한 사례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향정신성 물질의 오남용이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약물의 남용은 의학적인 문제인 동시에 심각한 사회문제이기도 한데, 약물의 남용이 정신적, 신체적 건강을 해치게 되고, 나아가 실직, 폭력, 범죄 등과 같은 사회문제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의 4대 중독 및 정신건강 실태조사'(2014)를 분석한 결과, 응답자의 17%(697명)가 최근 1년간 약물을 오남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 6명 중 1명이 최근 1년간 한 번은 약물을 오남용했다는 것으로 실로 우려할만한 수치이다.


약물의 ‘오용’이란 의학적인 목적으로 사용하나 의사의 처방에 따르지 않고 임의로 사용하거나 처방된 약을 제대로 또는 지시대로 사용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약물의 ‘남용’이란 의학적 상식, 법규, 사회적 관습으로부터 일탈하여 쾌락을 추구하기 위하여 약물을 사용하거나 과잉으로 사용하는 행위를 말한다. 따라서 법적규제의 대상이 되는 마약류를 사용하는 것과 법적 규제의 대상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약물이라도 환각목적으로 사용할 경우도 포함한다. 즉, 약물의 오남용은 사회적으로 혹은 직업적으로 기능의 장애를 초래할 수 있는 약물을 의학적 사용과는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빈번히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흔히 약물의 오용은 의사 등 전문가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약을 사용하거나 스스로 자신의 질병과 치료법을 정하여 약을 사용할 때, 그리고 필요하지 않은 약을 사용할 때 나타나게 된다. 또한 남용은 순간적인 즐거움이나 현재 처해진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충동에 의해 생기게 되며 이때 흔히 복용하는 약물이 뇌에 작용하는 향정신성약물이다.


향정신성 약물이란 뇌에 영향을 미쳐 의식이나 마음상태를 변화시킬 수 있는 약물로, 크게 중추신경 자극제, 중추신경 억제제와 환각제 등의 물질을 포함한다. 과거로부터 지속적으로 남용이 문제가 되어 왔던 알코올 뿐만아니라 향정신성 약물의 오남용도 우리 사회에서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졸피뎀을 포함한 수면제와 항불안제와 같은 신경안정제, 마취제 등의 약제는 치료를 목적으로 의사의 처방을 받아 사용할 수 있는 합법적 약물이기 때문에 일반인들 사이에서 쉽게 오남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향정신성 약물을 남용하게 되는 것일까?


남용을 하는 경우는 대개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는데, 첫 번째는 유희의 목적, 즉 쾌락을 얻기 위해 사용하게 되는 경우와 복합물질남용의 일부로서 사용하는 경우, 마지막으로는 의학적인 목적의 사용이다. 어떤 경우이든 대개는 의사의 처방에 의해 처음으로 사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흔히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향정신성 약물들은 주관적 긴장감을 감소시키고 정신적 안정과 강한 다행감을 유도한다. 처음에는 불면증 치료제로 사용하거나 불안증세를 경감시키기 위해 처방받아 사용하다가 점차 다행감이나 안정감을 경험하면서 오남용에 빠지게 되고, 내성이 생기게 되면 복용 용량이 많아지게 된다. 그리고 이후에는 끊고자 해도 금단 증상이 두려워 중단하지 못하게 된다. 또는 약을 중단했을 때 나타나는 금단 증상을 불안, 불면의 재발로 오인하고 약을 다시 먹게 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술 또는 다른 남용 약물들과 같이 복용하게 되면 더욱 큰 부작용에 노출된다.

 

향정신성약물의 과다복용은 졸음, 보행실조, 저혈압과 같은 다소 경한 부작용부터 심하면 심장과 호흡 기능 억제, 정신 착란 등의 부작용까지 유발할 수 있다. 특히 더 문제가 되는 금단 증상은 치료 용량 이상을 1개월 이상 복용하다 중단할 경우 2~3일 후부터 나타나게 되는데 불안, 불쾌감, 팔다리 저림, 복통, 불면, 진전, 오심 등을 유발하며 드물게는 경련이나 망상, 환각 등의 증상까지 나타나기도 한다.


그렇다면 향정신성약물의 오남용을 예방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의 전문적인 처방에 따른 복용이다. 대부분의 오용이 전문가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약을 사용하거나 스스로 줄이거나 늘려서 복용하는 방식에서 시작된 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당연한 듯 하지만 가장 중요한 예방책은 전문가의 처방을 따르는 것이다. 또한 약을 복용할 때는 정확한 용량, 시간, 투여방법을 지켜서 복용해야 하며, 다른 음료나 약물들과 섞어서 복용하지 않도록 한다.


향정신성 약물은 모두 의사의 처방에 의해서만 복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가급적 병원에 자주 방문하여 단기간 처방을 받고 이후 지속적인 진료를 통해 의사와 상의 하에 감량하며 약을 끊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 국가적으로 향정신성 약물의 처방일수를 한달 이내로 제한하고 있으나 병원에 자주 방문하기 번거로워하는 환자들의 요청으로 여전히 장기일수 처방이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향정신성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들이 조금 번거롭더라도 자주 병원에 방문하여 의사와 상의하여 약을 필요한 기간동안에만 복용하는 것이 약물 오남용의 현명한 예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향정신성 약물에 내성 혹은 의존이 생겨 오남용의 우려 때문에 전문가와 상의 없이 갑작스럽게 약을 중단하게 되면 오히려 금단증상을 경험하게 되며 감량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아 약의 처방과 중단은 모두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향정신성 약물은 정신건강의학과적 증상에 대해 치료가 필요할 때 의사와 상의해서 치료 목적으로 복용할 수 있는 꼭 필요한 약물로 잘 사용하면 위험하지 않다. 약물오남용 실태를 점검하기 위한 국가 주도의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모니터링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먼저 약물 사용자들이 향정신성 약물의 바른 사용과 부작용에 대해 잘 인지하고, 전문가와 상의하지 않고 자의로 복용하는 습관이 약물의 오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민성길 외 (2015) 최신정신의학 6, 알코올 및 물질관련 장애

Benjamin J. Sadock et al.,(2015) Kaplan and Sadock’s Synopsis of Psychiatry 11th Edition

채수미 (2015) 약물오남용의 실태와 개선방안, 보건복지포럼

 

 ※ 본고는 외부 필자의 원고로서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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