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노진섭 의학기자 (시사저널)


이야기의 발단은 된장이었다. "재래식 된장과 달리 공장에서 만든 된장은 방부제와 식품첨가물이 많아 오히려 건강에 좋지 않을 것 같다"고 누군가가 말한 것이다. 재래식 된장과 공장에서 대량으로 만든 된장은 무엇이 다를까? 일반적으로 우리는 '공장표 된장'보다 재래식 된장을 선호하는 것 같다. 음식은 '손맛'이라는 의식, 그리고 공장에서 만든 음식을 못 미더워하는 습성(?) 때문이다. 맛 칼럼리스트 황교익 씨에게 재래식과 공장표 된장이 어떻게 다르고, 공장표 된장이 재래식 된장보다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음식인지를 물었다. 된장에 대한 그의 시각은 이랬다.


"재래식 된장에는 잡균이 많다. 그래서 된장 맛이 풍부하다. 그러나 어떤 균 때문에 된장이 썩기도 한다. 오래된 재래식 된장에서 퀴퀴한, 결코 상쾌하지 않은 향이 풍기는 이유다. 공장표 된장은 단일 균으로 발효시키므로 맛이 단조롭지만 썩지 않게 조절하므로 위생적이다. 재래식 된장과 공장표 된장을 섞으면 풍부한 맛과 깔끔한 향을 취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식품 전문가들은 재래식 된장과 공장표 된장을 섞어 먹기도 한다. 재래식 된장이라고 무조건 좋다고 할 수 없고, 공장식 된장이라고 해서 못 먹을 음식이 아니다."


이 말과 함께 그는 책 '한식의 배신'을 권했다. 저자는 서울여자대학교에서 식품영양학 박사 학위를 받은 이미숙 작가다. 저자는 책에서 재래식 된장을 '잡균의 서식지'라고 표현했다. 된장이나 치즈처럼 단백질을 함유한 음식이 발효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유해물질이 바이오제닉 아민(biogenic amines)이다. 히스타민이나 티라민과 같은 바이오제닉 아민을 많이 섭취하면 혈압상승, 설사 등이 일어날 수 있다. 국제식품규격위원회는 바이오제닉 아민의 종류별 허용치를 kg당 200mg 이하로 보고 있다. 2010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된장에서는 약 300mg/kg의 바이오제닉 아민이 검출됐다. 재래식 된장에서 바이오제닉 아민이 높게 검출된 이유는 미생물 균종의 선택이 이뤄지지 않고 공기 중에 있는 모든 미생물이 번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랴'라는 속담처럼 재래식 된장은 비위생적인 과정을 거칠 가능성이 있다.


"예전에는 장을 담글 때 구더기가 생기는 것이 매우 흔한 일이었음을 추측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 선조들은 구더기가 생기는 것을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음을 또한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속담은 틀렸다. 구더기가 생길 정도로 비위생적인 환경이라면 장 담그는 것을 포기해야 옳다. (중략) 유럽에서 치즈의 바이오제닉 아민 함량을 줄이기 위해 치즈 제조과정을 개량했듯이 우리도 보다 안전한 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최적의 스타터를 찾아내고 제조공정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38~41쪽)


된장에 대한 글만 읽으려고 했다가 어느새 책 전체를 정독했다. '전통 한식=건강에 좋은 음식'이라는 등식을 깰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한식을 객관적인 시각에서 바라본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은 '무심코 차린 한식 밥상이 우리 가족 수명을 단축시킨다'는 부제를 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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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 몇 가지를 살펴보자. 예로부터 한국 사람은 쌀밥을 열량원으로 삼았다. 쌀밥이 주식이고 그 외의 음식은 반찬이다. 탄수화물의 주성분인 쌀에는 단백질이 약 7% 들어 있고 지질(脂質), 회분(灰分), 비타민류도 약간 포함된다. 탄수화물은 생존에 필요한 영양분 중 하나다. 탄수화물은 소화 과정에서 포도당으로 바뀌어 우리 몸의 에너지로 사용된다. 그러나 비만의 주범이기도 하다. 물론 지방도 비만을 부르지만, 탄수화물도 만만치 않다. 탄수화물을 너무 많이 먹으면 사용하고 남은 포도당이 체내에 쌓여 비만을 부른다.


축산경제리서치센터가 지난해 발간한 ‘NH 축경포커스’에 따르면, 2015년 기준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62.9㎏이다. 1970년(136.4㎏)보다 54% 감소했다. 그러나 하루에 필요한 에너지 가운데 탄수화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하루 에너지 필요량이 2000㎉인 성인의 경우 탄수화물 권장량이 총 에너지 섭취량의 55~65% 정도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50~64세 남성의 탄수화물 섭취량이 전체 에너지 섭취량의 68.9%, 여성은 70.2%였다. 2008년 질병관리본부 조사 결과에서도 국민 1인당 하루에 섭취하는 탄수화물의 양은 평균 에너지 1838㎉ 중 67%를 차지했다. 그 뒤로는 지방 19%, 단백질 14% 순으로 영양소 섭취가 고르지 못함을 확인할 수 있다. 총 에너지의 70% 이상을 탄수화물로 섭취하면 당뇨병이나 대사증후군 등 건강 위험이 증가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 책에서도 저자는 쌀에 대한 집착을 조금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원래 '밥은 보약이다'라는 말에서 '밥'은 식생활 전체를 의미한다. 즉 rice가 아니라 meal이다. 즉 건강에 있어서 식생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그런데 한민족 특유의 쌀에 대한 집착, 밥에 대한 집착이 더해져 '밥이 보약'이라는 말을 '쌀(혹은 쌀밥)이 최고'라는 의미로 잘못 해석되는 경우가 생겨난 것이다." (54쪽)


쌀밥의 맛은 무미(無味)에 가깝다. 그래서 반찬과 함께 먹는 게 일반적이다. 특히 우리 식탁에 오르는 반찬은 대개 짜고 맵다. 김치, 국, 찌개, 장조림 등에 나트륨 함유량은 하루 권장량을 훌쩍 넘긴다. 짭짤한 고등어자반, 소고기 장조림, 굴비 등은 밥을 많이 먹도록 만드는 밥도둑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밥도둑을 우리 식탁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 밥상에서 밥도둑으로 종횡무진 맹활약을 하고 있는 각종 저장 음식들은 모두 건강도둑이다. 저장 음식의 특성상 간이 강할 수밖에 없으니 나트륨 함량이 높아 고혈압의 원인이 되고, 밥도둑의 본분에 충실하다 보니 밥을 많이 먹도록 부추겨 탄수화물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영양 불균형과 비만, 고지혈증을 유발할 수 있다." (108쪽)


필자는 TV에서 소개하는 맛집의 '맛'을 공감하지 못한다. 특히 양념이 강한 음식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양념이 강하면 주재료 본래의 맛을 느끼지 못한다. 우리는 생선회도 초장에 찍어 마늘을 곁들여 상추에 싸서 먹는다. 생선살의 담백한 맛은 온데간데없고 초장, 마늘, 상추 맛이 강하게 입안을 휘젓는다. 이 책도 갖은 양념이 미각을 망친다고 지적한다.


"이상적인 양념의 역할은 재료의 풍미를 극대화하는 조연이어야 한다. 양념이 음식 맛의 전면에 나서는 순간 재료의 맛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네 맛도 내 맛도 아닌 양념 맛으로 통일된다." (79쪽)


전통적인 한식은 밥과 국과 반찬의 조합이다. 반찬은 적게는 2~3가지에서 많으면 10가지도 넘는다. 외국에는 반찬 문화가 없다. 피자에 따라오는 피클 정도가 반찬이라면 반찬이다. 그런데 한식에서의 반찬이란 서양의 피클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요리'다. 갖은 양념을 만들어야 하고 주재료를 손질하고 조리하는 시간도 만만치 않다. 국내 호텔에 한식당이 거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손이 많이 가고 상차림도 번거롭다. 이런 한식의 상차림을 이 책의 저자는 '공간전개형'이라고 표현했다.


"고급 일품요리 개발로 성공을 거둔 특급호텔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한식의 세계화를 연구하는 많은 연구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부분이 바로 공간전개형 상차림이다. 여러 가지 반찬을 한 상에 늘어놓는 전통의 방식에서 벗어나 요리 하나하나를 단일 품목으로 만들어 그 요리 자체만을 먹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실상 '밥과 반찬'이라는 한식의 기본 상차림을 통째로 바꿔버리는 발상이다." (177쪽) 


이처럼 이 책은 한식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개선할 점을 신랄하게 지적한다. 그렇다고 해서 '한식=최악의 음식'이라고 정의하지 않는다. 저자는 오히려 한식을 더 건강하게 먹는 법을 제시한다. 예컨대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는 방법으로 '작은 밥그릇 사용'을 추천한다. 


"밥의 섭취를 줄일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밥그릇 크기를 줄이는 것이다. (중략) 밥그릇이 적으면 두 그릇, 세 그릇을 먹지 않겠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제로 음식 섭취 후 만복감을 조사해보면 커다란 밥그릇으로 한 그릇을 먹었을 때와 작은 그릇으로 한 그릇을 먹었을 때 만복감 차이가 크지 않다. 그릇이 크건 작건 똑같이 한 그릇을 먹었다는 심리적인 만족감이 배가 부르다는 느낌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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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한식이 세계적인 음식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다양한 제안도 풀어놓는다. 이른바 '개인 맞춤형 한식'이다. 


"한국에 여행을 와서 맛의 고장이라는 전주를 찾은 채식주의자 외국인은 그 유명하다는 전주비빔밥을 주문한다. 언뜻 생각하면 비빔밥은 다양한 채소가 들어간 채식음식이다. 하지만 채식주의자 입장에서는 전주비빔밥에 들어가는 육회가 영 거슬린다. 날달걀 노른자를 가운데 얹어주는 것도 싫다. 그래서 육회와 달걀을 빼달라고 주문을 하지만 주인은 이런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다. 그냥 주면 주는 대로 먹으라는 배짱이다. 심지어 고추장까지 주인 마음대로 미리 넣는 경우도 많다. (중략) 하다못해 싸구려 음식의 대명사인 햄버거를 먹으면서도 양파를 빼달라고 주문할 수 있는 문화에 익숙했던 사람의 입장에서는 한국인이, 아니 한식이라는 음식이 너무 불친절하고 불편하다고 느낄 수 있다." (181쪽) 


음식은 건강을 유지하는 기본 중 한 가지다. 특히 한식처럼 여러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식단도 흔하지 않다. 그러나 정작 우리는 한식을 잘 모르고 있다. 2012년 '대한지역사회영양학회지'에 실린 한 연구의 결과가 흥미롭다. 일반인 500명 가운데 41%만이 볶음밥을 한식으로 생각하고, 김치볶음밥은 무려 응답자 중 69%가 한식으로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책의 저자는 한식을 제대로 알아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이 땅의 조상들이 수천 년간 먹어왔고, 현재 우리들이 먹고 있으며, 앞으로 우리의 후손들이 먹게 될 한식이 더 건강해지려면, 진정으로 한식이 건강식이 되려면 꼭 필요한 자기반성, 자아 성찰을 해보자는 것이다." (14쪽)


이처럼 재래식 된장과 공장표 된장의 차이점에 대한 궁금증은 한식 전반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어졌다. 그 호기심을 풀어가면서 건강한 식단의 표준으로 각인된 한식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됐다. 식품 보관이 어려웠던 예전에는 염장 음식이 필요했고, 구더기가 생기더라도 된장을 담가 먹어야 했다. 그러나 음식 제조, 보관이 과거보다 발전한 지금은 덜 짜고, 위생적인 음식을 만들 수 있다. 전통 한식을 건강하게 만드는 노력은 ‘건강한 한식’으로 우리에게 돌아올 것으로 생각하면서 책장을 덮었다. 


※ 본고는 외부 필자의 원고로서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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