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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이슈/보건의료이슈

[vol.1 창간호] 신의료기술 평가제도 발전을 위한 제언

   글. 이상주(대한의사협회 보헙이사)



의료분야는 더 나은 기술에 대한 요구가 어느 영역보다도 높다. 질병과 사고로 고통당하는 환자의 치료 욕구는 물론이고 그 환자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빨리 그리고 효과적으로 해결해 주고자하는 의료진의 고민도 바로 그 이유이다. 

 

그러나 검증되지 않은 의료기술을 무분별하게 사용할 경우 발생할 위험 또한 심각하기 때문에 신의료기술 평가는 신중하고 보수적으로 진행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신기술 개발지원과 정확한 검증이라는 두 가지의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의 고민도 막중할 것이다.





 

실제 현장에서 진료를 보면서 느낀 점과 의사협회의 의료행위 분류 업무를 소관하고 있는 입장에서 신의료기술 평가제도의 발전을 위해 아래와 같은 몇 가지 사항을 제언하고자 한다.



한국형 의료행위분류 체계와의 일관성


현행 절차에 따르면 검증 대상 기술에 대한 안전성·유효성 평가가 완료된 이후에 보건복지부에서 이를 신의료기술로 고시하고, 건강보험 적용 여부에 대해서는 의료행위전문평가위원회에서 비용효과성을 감안하여 급여, 비급여 여부를 검토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해당 행위(기술)는 기존의 유사행위들과 구분되는 행위명을 부여받고, 검증 또는 평가를 받아 최종적으로는 '건강보험 행위 급여·비급여 목록표 및 급여 상대가치점수'고시에 등재되는데, 이 행위명이 기존의 행위분류 체계와 상충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물론 보건복지부에서 신의료기술로 고시하기 전에 행위명과 시술개요 등에 대한 의견조회를 실시하긴 하지만 의사협회가 제한된 의견조회 기간 동안 관련위원회를 가동하고 합의된 의견을 완성하여 정확한 수정의견을 반영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의사협회에서는 2007년부터 의료행위심의위원회(KCPTc-Korean Current Procedural Teminology committee)를 운영하면서 각 학회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의료행위를 분류하고 정의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는 각각의 명칭으로 구분된 행위들이 포함하는 학술적 시술범위를 명확히 하기 위함이다. 아마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도 검증 대상 행위가 포괄하는 영역과 분류체계상의 위치가 명확하다면 신속하고 효과적인 평가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가 안전성·유효성 평가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대상에 대해 의사협회의 의료행위심의위원회와 협조하여 해당 행위에 대한 분류 및 정의를 완성하는 단계를 마련하는 것을 제안한다. 이 과정을 통해 해당 행위는 명칭 적합성은 물론 현행 분류체계상의 위치도 파악할 수 있으므로 향후 건강보험 체계에서도 분류체계상의 일관성을 확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현장중심 평가방법 


신의료기술의 평가방법으로 체계적 문헌고찰(SR)과 이를 근거로 위원회가 논의를 발전시키는 것이 일반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개발되는 수술이나 처치와 같은 시술자 중심의 의료기술은 그 특성을 반영한 평가방법을 보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와 같은 행위들은 임상사례에 대한 논문이 축적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외국 사례도 없기 때문에 체계적 문헌고찰의 근거자료를 갖추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여의도 성모병원 임의비급여 사건의 공개변론에서 성모병원측 참고인으로 나선 구홍회 교수(성균관대)께서도 이와 유사한 취지의 발언을 하였다. 구 교수께서는 현행 제도에서 국내에서 개발된 의료기술이 국외 관련 근거문헌이 없다는 이유로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지 못해 기술 개발자가 해외 학술자에 논문을 게재하고 이를 근거로 신의료기술 평가가 진행되는 모순점에 대하여 문제 제기를 한 바가 있다.

 

우리나라 신의료기술 평가의 목표 중 하나는 국내 의료기술의 발전을 지원하고 그 우수성을 입증하는 것이다. 국내에서 개발된 기술은 해당 전문가들의 의견을 직접 들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술 현장도 확인할 수 있는 평가상의 이점이 있기 때문에 이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향으로 평가방법을 보완할 것을 제안한다.

 

특히 수술행위에 대한 현장평가는 체계적 문헌고찰 기법을 보완하여 평가 대상기술의 안전성에 대한 평가위원의 판단을 가장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방법이라고 사료된다. 수많은 평가 대상 기술을 모두 현장에서 검토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수술행위에 대해서는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이 외에도 신의료기술의 적극적인 육성을 위해 국민건강보험법 차원에서 평가등급에 따라 한시적 비급여를 인정하는 등의 제도적 지원도 필요하지만, 이는 정책적 판단이 개입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의료계와 정부가 심도 있게 논의해야할 부분이라고 사료된다. 다만, 의료계나 정부 어느 쪽이라도 이에 대한 타당성 연구를 속히 추진하여 다른 나라에 뒤쳐지지 않는 신의료기술 도입절차를 완성할 수 있기를 의료계의 일원으로써 희망한다.

 

마지막으로 올해 개최되는 2013 서울 국제의료기술평가 학술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통하여 세계적인 수준의 의료기술평가 방법이 활발히 논의되고 우리나라의 신의료기술평가가 더욱 발전하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