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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이슈/생생해외동향

[Vol.47 17년 제4호] 국제교류 특집 :: 2017년 국제보건의료기술평가학회(HTAi) 연례회의 참관기




글. 정진희 (평가사업협력팀)



개회식 현장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All roads lead to Rome)". 문자 그대로 해석하자면 과거 로마 대제국 시절의 부흥과 번영을 상징하는 표현이다. 하지만, 같은 문장을 달리 생각해보면 같은 목적지에 도달하는데 다른 많은 길이 있다 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한 문장으로 글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2017년 국제보건의료기술평가학회(Health Technology Assessment international, HTAi) 연례회의가 이탈리아 로마에서 개최되었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우리는 전 세계 많은 국가에서 의료기술평가(HTA)를 활용한 보건의료 발전을 이루기 위해 실천하고 있는 다양한 접근법에 대하여 보고 들을 수 있었다.


2017년 국제보건의료기술평가학회 연례회의 개최장소인 로마는 이탈리아의 수도이며, 가장 큰 도시이다. 이탈리아반도 중서부지역의 테베레강 부근에 위치하고, 유럽연합의 도시 중 4번째로 인구가 많으며(430만 명), 도시자체가 문화유산으로 가득 차있는 곳이다. 보건학적으로 이탈리아는 역동적인 국제 보건의료기술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위해 풍부한 환경을 제공해왔다. 2005년부터 병원기반의(hospital-based) 의료기술평가를 시행해왔고, 현재 로마에서 의료기술평가는 국가 보건정책 의제(agenda)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의료기술평가기관인 SIHTA (Società Italiana di Health Technology Assessment)[각주:1]는 보건정책 결정을 위한 근거생성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지지하며, 이는 병원과 환자, 시민단체, 산업계 뿐 아니라 국가보건서비스 전반에 걸쳐진 공통된 인식이다.


패널 토의


국제보건의료기술평가학회는 전 세계 의료기술평가 기관의 협의체로 현재 65개국 의료기술평가 관련 전문가, 의료계, 산업계가 참여하고 있다. 국제보건의료기술평가학회 연례회의는 회원 기관 간 보건의료 및 의료기술평가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참여 기관의 연구역량 향상을 지원하기 위해 매년 6월에 개최되고 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는 의료기술평가의 최신 연구동향들을 파악하고, 다양한 연구 성과에 대한 토의와 발표 내용을 공유함으로써 연구에 대한 이해를 높이며, 유관기관 관계자들과 국제교류 증진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 해마다 연례회의에 참석하여 왔다. 


2017년 국제의료기술평가학회 연례회의는 6월 17일~22일 일정으로 진행되었다. 17~18일은 사전회의 워크숍(26개 주제)과 HTAi 정책포럼으로 구성되었고, 19~21일은 정규 학회 기간으로 본 회의(3개 세션), 패널 토의(57개 주제), 구연 발표(37개 주제), 비넷(vignettes)[각주:2] 발표(33개 주제), 포스터 발표(172개 주제), 심포지엄(7개 세션) 등으로 구성하여 진행되었다. 이번 연례회의는 기관장을 포함하여 총 8명의 연구원이 참석하였으며, 5건의 포스터 발표와 2건의 비넷 발표, 1건의 구연발표 성과를 거두었다. 어느 국제학회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영어로 발표하고 질의응답을 진행해야하는 부담감에 학회기간 내내 긴장을 놓을 수 없었는데, 우리원의 연구 성과 발표 내용에 관심을 가지고 귀 기울이는 모습을 보니 뿌듯함에 그간의 노고가 사라지는 것만 같았다. 


학회참석자 연구 발표


2017년 연례회의 주제는 “Towards an HTA Ecosystem: from local needs to global opportunities"으로, 가치 기반의 보건의료 이슈에 대한 접근 - 특히 보험이나 의료서비스 가격 - 에 대하여, 유럽 및 아시아의 각 국가별 상황에 적용가능한 해결책들을 발굴하고 공유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되었다. 의료기술평가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보건의료시스템을 규정하고, 의료의 혁신을 관리하고, 공공과 민간에서 발생하는 투자 회수와 관련하여 근거가 되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선두적인 접근법으로 생각되어 왔다. 의료기술의 공급과 의사결정을 위한 의료기술평가의 활용에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관여하고 있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모든  레벨(level) - 국제적, 국가적, 지방, 지역 - 에서 상호작용이 일어날 수 있는 통합된 환경이 제공되어야 한다. 따라서 의료의 질과 환자의 건강결과를 향상시키기 위한 적절한 보건의료 네트워크 구성에는 국제적 협력이 필수적이다.


현재 의료기술평가는 효과적이고 지속가능한 의사결정을 위하여 통합 네트워크(integrated network) 또는 “Ecosystem"의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시나리오는 방법론과 도구(tool), 전문적 능력의 조정과 변화가 필요함을 뜻하며, 더불어 빅데이터 분석을 위한 컴퓨터 활용 능력까지 요구되고 있다. Ecosystem은, 오래전 1993년 INAHTA (International Network of Agencies for Health Technology Assessment)에서 제안한 국제적 협력의 수준을 넘어서, 전 세계 서로 다른 지역에서 최근 생겨났거나 서서히 발전되어온 새롭고 또 오래된 협력의 한 형태를 지칭한다. 예를 들어, 현재 EUnetHTA (the European Network of Health Technology Assessment)는 의료기술평가 협력(cooperation)에 있어 구조화된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회원국 간의 의료기술평가 협력(collaboration)[각주:3]을 주도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미국의 HTA Network (RedETSA)는 이러한 협력을 위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였고, 이와 비슷하게 아시아 국가들도 HTAsiaLink를 통한 새로운 경험들을 바탕으로 변화를 준비하고 있으며, 이 외에도 세계적으로 변화된 협력을 위한 다양한 움직임들이 보고되고 있다.


2017년 국제보건의료기술평가학회 연례회의 참석자들


2017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개최된 국제보건의료기술평가학회 연례회의에서 우리는 다양한 국가들의 잠재력과 서로 다른 방식의 도전과 혁신, 의료기술평가에서의 협업 장려, 의료기술평가와 규제시스템간의 조정에 대한 다양한 경험의 수집을 목표로 하였다. 또한 국제적 수준(global level)에서 의료기술평가 결과가 어떻게 보건의료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또 무엇을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한 다양한 관점들을 접할 수 있었다. 의료기술평가를 통하여 생성된 근거를 기반으로 한 정책마련, 효율적인 지식전달, 전 세계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이슈(예, 형평성, 보장성 강화 등)를 고려한 의료기술평가의 방향성 설정 등은 앞으로 우리 원의 연구 전략 수립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향후 국제보건의료기술평가학회 이외에도 국내외 학술대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우리 원에서 수행된 연구 성과 및 의료기술평가 경험을 공유하여 기관의 역량을 알리고, 그동안 형성된 국제적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이 남은 중요 과제일 것이다. 


  1. 이탈리아에서 의료기술평가가 시작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이전까지는 의료기술평가를 수행하는 특정 국가 기관이 존재하지 않았으며, 새로운 의료기술의 도입여부를 결정해야 할 때에는 개인, 지역, 개별기관 수준에서의 주관적 평가가 이루어지곤 하였다. 이후 2003년, 이탈리아 복지부의 주도 하에 의료기술평가를 위한 전문기관인 SIHTA (Società Italiana di Health Technology Assessment)이 설립되었으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용하고 관련 근거들을 종합하여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본문으로]
  2. 비넷 발표(vignettes presentation)는 2017년 연례회의에 처음 도입된 형태로, 연구성과 중 핵심부분에 대한 간략한 구연발표이다. 각 발표는 5분 발표(슬라이드 3장 이내), 5분 질의응답으로 이루어진다(총 10분 이내). 초록접수 시 저자가 비넷 발표를 자원할 수는 없으며, 제출된 자료의 심의결과를 바탕으로 ISPC (International Scientific Programme Committee)에서 지정한다. [본문으로]
  3. cooperation은 하나의 일을 여러 부분으로 나눈 뒤 담당자가 각 부분을 마친 후 부분들을 합치면 일이 완성되는 것을 뜻한다. 반면 collaboration은 하나의 일을 여러 사람이 토론을 통해 동시에 추진하여 완성에 이르는 것을 뜻하는 말로 그 의미에 서로 차이가 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