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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이슈/보건의료이슈

[Vol.14 6월호] 보건의료이슈 :: 담뱃세 인상을 둘러싼 쟁점과 해결책

 

담뱃세 인상을 둘러싼 쟁점과 해결책

 

글. 이성규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부연구위원)

 


세계보건기구(이하 WHO)는 흡연으로부터 전 인류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매년 5월 31일을 ‘세계금연의 날(World No Tobacco Day)’로 지정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해마다 담배관련 다양한 주제를 선정하여 전 세계 국가들이 담배규제정책을 강화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WHO는 27번째를 맞은 2014년 세계 금연의 날 주제로 ‘담뱃세 인상(Raise Taxes on Tobacco)’을 채택하였으며, “담뱃세가 올라가면, 죽음과 질병이 줄어든다(Raise tobacco tax, lower death and disease)”는 슬로건 하에 각 당사국에 담뱃세 50% 인상을 촉구했다. 
 

<제 27회 세계 금연의 날 주제 포스터>

 

WHO의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에 따르면 모든 협약 당사국은 담배 수요를 감소시키기 위해 담뱃세를 인상해야 할 의무를 가진다. 2005년에 이 협약에 가입한 우리나라 역시 위와 같은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2004년 이후 단 한 차례도 담뱃세를 인상하지 않았다.

 

이와 같은 국내․외 상황으로 인해 국내 담뱃세 인상에 대한 필요성 및 시급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보건복지부는 국민건강 보호 차원에서 담뱃세 인상을 적극 추진할 예정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관련기사] 

 

2004년 인상 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담뱃세 인상을 위한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담뱃세 인상과 관련된 법안들이 국회에 발의되기는 하였으나 번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였다. 이러한 까닭에는 담뱃세와 관련하여 평행선을 달리는 ‘쟁점’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담뱃세 인상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담뱃세 인상이 흡연율 감소에 가장 효과적인 정책이며, 특히 청소년 및 저소득층의 건강증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흡연자들은 이미 니코틴에 중독되었기 때문에 담뱃세를 인상하여 담배가격이 비싸지더라도 실제로 금연을 선택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 주장한다. 뿐만 아니라, 저소득층의 흡연 비율이 높은 현 상황에서 담배가격의 인상은 역진적이고 저소득층의 경제적 부담만 가중시키고, 불법․가짜 담배 양산 및 담배 밀수를 유발할 것이라 주장했다.

 

담뱃세 인상을 둘러싼 이러한 쟁점사항들은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담뱃세 인상과 관련하여 전 세계 사례를 살펴보면 세계 각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쟁점들에 대한 논쟁을 확인할 수 있다.
담뱃세 인상을 반대하는 주장들이 담배회사 혹은 담배회사의 'Front group[각주:1]'에 의해 제기되는 것이 여러 나라에서 확인되었다.

 

미국의 경우 2014년 1월 현재 담배산업을 주요 산업으로 삼고 있는 주(State)의 담뱃세가 평균 48.5센트임에 반해 그렇지 않은 주의 담뱃세 평균이 1.67달러이다. 이는 담배회사 혹은 담배회사의 Front group 등의 이해당사자들이 담뱃세 인상에 끼치는 큰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해당사자들의 주장이 쟁점과 혼재하고 있는 이러한 상황에서 담뱃세를 성공적으로 인상하기 위해서는 ‘전략’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를 극복하고 오바마 대통령 임기동안 두 차례에 연방 담뱃세를 성공적으로 인상한 미국의 경우를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 정부는 2009년 2월 ‘Children's Health Insurance Reauthorization Act of 2009' 시행을 통해 미국 내 소아청소년을 위한 의료보험 지원 확대를 위한 재원을 연방 담뱃세에서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1차로 기존 1갑당 39센트였던 연방 담뱃세를 1달러 1센트로 대폭 인상하였다.
 
2013년 4월 소아청소년들을 흡연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정책 및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추가 재원 확보를 위한 2차 담뱃세 인상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2015년부터 연방 담뱃세가 기존 1달러 1센트에서 1달러 95센트로 인상될 예정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2012년 담뱃세 인상을 시도하였다. Proposition 29로 명명되었던 이 계획은 담배에 부과되던 주 담뱃세를 1갑당 1달러 인상해 추가로 발생하는 세액을 캘리포니아주 내 암관련 연구비로 활용하겠다는 것이 주 내용이었다. 주민 투표를 실시한 결과 찬성 49%, 반대 51%로 실제 인상에는 실패하였으나, 담뱃세 인상을 찬성하는 사람들과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캠페인에 투자한 비용을 살펴보면 이 계획이 실패한 시도라고 볼 수 없다.

 

담뱃세 인상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캠페인을 위해 1,200만 달러를 조달한 반면에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담배회사의 투자로 이에 약 4배인 4,680만 달러를 캠페인에 사용하였다. 4분의 1수준의 비용으로 절반에 가까운 찬성표를 얻어냄으로써 세금 인상에 재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미국 역시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담뱃세 인상이 역진적이고, 저소득층의 경제적 부담을 증진시킬 뿐만 아니라 불법 담배 및 밀수가 촉진될 것이라는 담배회사 및 Front group의 주장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담뱃세 인상에 대한 ‘뚜렷한 목적’이 존재하였기 때문에 성공적일 수 있었다.

 

 

담뱃세 인상의 궁극적인 목적은 흡연율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목적만으로는 담뱃세를 둘러싼 여러 가지 쟁점들을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미국의 사례처럼 인상된 담뱃세로 인해 발생하는 세액 사용에 대한 구체적이며 세부적 활용방안이 제시된다면 담뱃세를 둘러싼 쟁점들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담배 가격의 62%는 담뱃세가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담뱃세 비중은 WHO의 담배규제기본협약(FTCT)와 비추어보면 여전히 낮은 수준으로 정부에서는 이를 국제적 수준으로 인상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여론은 이미 62%가 세금인 상황에서 이를 더 높이려고 하는 정부의 계획뿐만 아니라, 담뱃세에 포함되어 있는 건강증진기금이 흡연자들을 위하여 적절하게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담뱃세를 효과적으로 인상하기 위해서는 인상된 세액이 흡연자들의 건강을 증진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여 담뱃세 인상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시켜야 할 것이다.

 

흡연자 감소, 담배규제정책 강화 그리고 국민건강증진을 위해서는 담뱃세 인상은 절실하다. 지금까지의 실패를 거울로 삼고 선진사례를 잘 습득하여 담뱃세 인상을 둘러싼 쟁점들을 효과적으로 극복하여 담뱃세가 성공적으로 인상되기를 기대해본다.

 

  1. Front group : 특정 단체에 의해서 새워지거나 운영되는 조직으로 특정 단체의 입장을 대중 및 정치권 등에 대신 전달하는 역할을 함. 담배회사는 역사적으로 많은 Front group을 운영하거나 지원했고, 이들 Front group을 통해 담배회사의 주장을 정치권 및 일반대중에게 전달하여 왔음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