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창훈 교수(서울대학교병원)
1. 서론
만성폐쇄성폐질환과 천식으로 대표되는 만성기도질환은 세계보건기구가 2030년까지 전세계 사망원인 3위가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을 정도로 중요한 보건의학적 문제이다. 치료제를 먹거나 주사로 맞는 다른 질환들과는 달리 만성 기도질환 치료를 위해서는 흡입용 약제가 널리 쓰이고 있으며 흡입용 스테로이드제와 흡입용 기관지확장제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흡입용 약제는 기관지와 폐에 빨리 도달하여 신속하게 작용하고 보다 우수한 효과를 보인다. 반면에 먹거나 주사로 맞는 다른 약제들과 달리 전신순환계를 우선 거치지 않아 전신부작용이 적다는 것도 중요한 장점이다. 하지만, 부작용이 없는 약제는 없는 법이다.
기관지와 폐로 들어간 스테로이드제는 호흡기계의 국소적인 면역력을 떨어뜨려 폐렴이나 결핵 발병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은 이전 본 연구진의 연구결과 등 여러 연구에서 확인이 되었다. 또한 먹거나 주사를 맞는 경우보다야 덜하겠지만 전신성 부작용이 생길 우려도 물론 있다.
이에 본 연구진은 몇 가지 연구를 통해 흡입용 약제가 국소적, 전신적 합병증/부작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해 보고자 하였다. 여기서는 자세한 연구방법(이는 결과보고서를 참조하기 바란다)은 지면관계상 생략하고 결과 중심으로 간단히 언급한다.
2. 본론
(1) 흡입기 종류에 따른 흡입용 스테로이드 관련 폐렴 발생
흡입용 약제는 흡입기를 통해 환자가 들이마시게 된다. 흡입기는 회사마다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으나 크게는 계량선량흡입기와 건조분말흡입기로 대별된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흡입용 스테로이드제는 폐렴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위험의 정도가 흡입용 기기의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는지 확인을 해 보았다.
연구 결과 흡입용 스테로이드제를 계량선량흡입기를 통해 흡입하는 경우에 건조분말흡입기를 이용할 때보다 폐렴으로 인한 입원 위험이 높았다. 이는 흡입용 기기의 작동 방식의 차이에서 오는 약물입자의 물리화학적 특성과 첨가물의 종류에 따라 차이가 나는 것으로 보이나 정확한 기전은 좀 더 분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 흡입용 약제와 객혈 발생
또 다른 국소 합병증으로 객혈이 있다. 이 연구는 객혈이 흔히 발생할 수 있는 기관지확장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기관지확장증도 만성기도질환의 일종으로 흔히 흡입용 약제가 쓰인다.
분석 결과 여러 종류의 흡입용 기관지확장제들이 객혈 발생의 위험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지확장제로 쓰이는 약제는 특성상 혈관을 확장시키고 심박동수를 늘릴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폐부위로 혈류를 증가시켜 출혈에 기여할 수 있다고 이해된다.
(3) 흡입용 약제와 심혈관 질환
전신성 합병증의 대표적인 예가 심혈관 질환이다. 본 연구는 급성 심근경색과 빈맥부정맥에 초점을 맞추어 분석을 진행하였고 흡입용 기관지확장제가 이러한 심혈관질환 발생의 위험을 높일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기관지확장제로 쓰이는 약제는 심장, 혈관에도 작용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4) 흡입용 스테로이드제와 임신유도고혈압
임신부의 중요한 전신 합병증인 임신유도고혈압에 미치는 흡입용 스테로이드제의 효과도 분석해 보았다. 이 결과 분명한 정도는 아니더라도 흡입용 스테로이드제가 임신유도고혈압의 위험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전은 불분명하다.
3. 정리
이번 연구들을 정리해 본다. 우선 이번 연구는 흡입용 약제 역시 국소적 또는 전신적인 부작용이 있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안전하다고 여겨온 임신부에서 흡입용 스테로이드제 사용 역시 약간의 우려는 있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연구를 흡입용 약제가 위험하다고 금기시해야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이유는 없다. 만성 기도질환에서 흡입용 약제의 전체적인 효과(여기에는 부작용으로 인한 손해도 감안이 되어 있다)는 이미 잘 밝혀져 있을 뿐더러 처음부터 말하였듯이 먹거나 주사로 맞는 약보다는 부작용의 정도는 미약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연구는 흡입용 약제의 합병증으로 객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보고하고 있다. 객혈은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합병증이다. 그리고 정확한 기전은 더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계량선량흡입기가 건조분말흡입기보다 흡입용 스테로이드제로 인한 폐렴 위험성이 좀 더 높았다. 이러한 새로운 정보들이 만성기도질환 환자나 이를 치료하는 의사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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