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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이슈/미디어 속 보건의료이야기

[Vol.27 8월호] 미디어 속 보건의료이야기 ::허가받지 않은 실험, 신과 인간의 경계- 영화 <라자루스>

 

 

 

글. 양금덕 기자(청년의사)

 


ⓒ조이앤시네마

 

사랑하는 사람이 눈앞에서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 죽은 사람을 되살릴 수 있는 약을 가지고 있다면?
영화 <라자루스>는 죽은 이가 되살아난다는 ‘라자루스 이펙트(Lazarus Effect)’에 대한 실험을 하는 연구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빠르게 성장하는 B세포의 종양을 접합해 신경섬유의 재성장을 촉진시키는 일명 ‘라자루스 세럼’을 만드는 연구다. 이를 죽은 사람의 뇌에 주입하고 제한된 전기에너지를 이용해서 혈청을 활성화시키면 사람이 되살아 날 수 있다는 가설이다.


연구 책임자인 주인공 프랭크(마크 듀플라스 분)는 이 연구가 의료계 종사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만약 누군가를 살릴 시간이 더 길어진다면? 의식은 돌아오고 후유증이 없다면 누구에게나 두 번째의 기회를 누릴 수 있다.”

숱한 연구 끝에 이들은 죽은 개인 로키를 살리는 데까지 성공한다. 그야말로 전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연구 업적을 이루는 고지까지 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사고는 뜻하지 않게 다가오고, 걷잡을 수 없는 사태까지 이르고 만다.

그들의 연구에 대해 당초 연구목적에 벗어난 실험을 했다는 점을 빌미로 그간 연구결과와 지적재산권이 타 회사로 넘어가게 되면서 위기가 찾아온다.
3년간의 노력이 물거품 될 위기에 처하자 그들은 조용히 마지막 실험을 한다.
그런데 전기에너지 주입 과정에서 프랭크의 연인이자 동료인 조이(올리비아 와일드 분)가 감전사(感電死)하고 만 것이다.

모두가 슬픔에 잠겨 있는 것도 잠시, 프랭크는 해서는 안 될 일을 결심한다. 로키처럼 죽은 조이를 살리기로 한 것.
“혈청은 완벽해. 가능하잖아.”
“그녀가 돌아온 다음은요? 단순한 실험이 아니에요. 인간이에요. 시체를 살리는 것이에요.”
“선을 넘었어, 이건 인간이야.”
“그녀를 잃을 수 없어. 이렇게는 아니야.”
팀원들은 프랭크를 설득시켜보지만 사랑하는 이를 잃은 그에게는 들리지 않고 결국 팀원들도 그를 돕는다. 그렇게 조이가 되살아났다는 기쁨도 잠시, 그들은 이상한 일들을 겪기 시작한다.

 

 

ⓒ 조이앤시네마

 

이 영화를 눈 여겨 보게 된 것은 성경에서 나온 라자로의 부활에서 비롯된 ‘라자루스 신드롬’에 대해 재해석하고 있다는 점이다.
성경의 요한복음 11장에는 라자로의 죽음을 슬퍼하던 예수가 그의 무덤 앞에서 ‘라자로, 나오세요’라고 하니 그가 되살아 났다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예수 부활과 라자로의 부활 등은 종교적인 믿음을 이끄는 중요한 사건이 된다.

이와는 다르지만 오랜시간 동안 전 세계 곳곳에서 의학적으로 이미 사망했던 이들이 몇 시간 이내 되살아나는 기이한 현상이 확인되고 있다. 여전히 과학적으로는 해석이 안되지만 심폐소생(蘇生)을 통해 죽음의 문턱을 넘은 이들 중에는 임사(臨死)체험을 했다는 증언도 나온다.

 

이러한 가운데 영화에서는 기이한 자연현상과 달리 의학발달에 의한 생명연장, 부활을 다룸으로써 생명윤리와 과학발달 사이의 근본적인 고민을 하게 만든다.
앞서 조이도 되살아난 로키를 보면서 프랭크에게 라자루스 이펙트 연구의 당위성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는다.
“잘 모르겠어. 무지개다리에서 로키를 끌어내려왔다면? 만약에 우리가 싫어할지도 모르는 애(로키)를 강제로 끌고 온 거일지도 모르잖아.”
그러나 프랭크는 “엄청난 문제를 우리가 풀고 있다면 해답을 찾아야한다”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며, 수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는 것”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영화가 단순히 죽은 자를 되살리는 것에 대한 도덕성, 생명윤리의 문제와 더불어 흔히 경험할 수 있는 사적 감정의 개입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한다.
그들의 연구는 동물실험을 통해 1차 성공은 했으나 뇌 속의 혈청이 사라지지 않음으로써 폭력성을 키우는 등 불완전한 상태였다. 그런데도 이를 사람에게 시도한다는 것은 제아무리 전문가라고 한들 사적인 감정으로 인해 판단력을 잃게 한 것이다.
실제로 의사들도 사람인지라 사적 감정으로 인해 환자 치료에 영향을 줄 수도 있어 지인이나 가족의 진료나 치료를 오히려 타인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를 테면 가족이나 지인의 편의를 봐주려고 검사나 과정을 생략하거나 약물을 과다하게 쓴다거나하는 실수를 하게 되는 것인데 이를 ‘VIP 신드롬’이라고도 부른다.

 

이 영화의 결말도 비극적으로 끝나는 것은 어쩌면 인간으로서 범할 수밖에 없는 실수와 욕심에 대해 경고하려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