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진이 부연구위원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보건의료근거연구본부 보건의료안전연구팀)
과거 ‘간질’이라는 명칭으로 주로 불렸던 뇌전증(epilepsy)은 다양한 원인과 복합적인 발병과정을 통하여 반복적으로 발작(seizure)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뇌전증 환자 중 30% 이상은 2가지 이상의 약물에 의해서 발작이 조절되지 않는 약물 난치성 환자이다. 수술은 약물 난치성 뇌전증에 대하여 매우 효과적인 치료 방법 중 하나이다. 난치성 뇌전증 환자에 대하여 적절한 치료를 시행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환자가 지출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사회적으로도 뇌전증 치료에 사용되는 막대한 의료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우리나라의 환자들에 대한 난치성 뇌전증에 대한 치료현황을 분석하고, 각 치료방법별 효과에 대하여 비교 검정하여, 어떤 치료법이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에게 적절한지에 대한 기초자료와 그 근거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 연구 목적 및 내용
본 연구에서는 국내의 난치성 뇌전증에 대한 치료현황을 파악하고, 난치성 뇌전증에 대한 치료법별 성과가 어떠한지를 비교분석하였다. 구체적으로 (1) 국내 뇌전증 환자 및 난치성 뇌전증 환자의 특성을 파악하고, (2) 약물 난치성 뇌전증에 대하여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두 가지 치료법인 수술치료(약물치료를 수행하다가 수술을 시행)와 비수술치료(약물치료만 지속)에 대한 성과를 비교하고, (3) 수술이 수행된 환자들을 대상으로 수술법별 성과를 비교분석하였다.
❚ 연구 방법
자료원/ 연구대상자
2002년부터 2012년까지 국민건강보험 청구자료에서 간질(G40) 또는 간질지속 상태(G41)이 주상병으로 청구된 환자들(299,235명)을 대상으로 하였다. 이들 중에서도 항경련제를 2년 이상 최소 2개 종류를 처방받은 환자 중 항경련제 중단기간이 6개월 이하인 대상자(83,253명)를 약물 난치성 뇌전증환자로 정의하였다. 이들에 대하여 뇌전증 수술(측두엽 절제술, 뇌량체 절단술, 뇌엽절제술, 다발성대뇌피질연막하절단술 등)을 받은 수술군을 선정하고 일부 제외기준을 적용하여 수술환자들 1,560명을 최종선정하였다. 수술환자의 특성들(성별, 연령, 건강보험 자격, 수술전 항경련제 종류수, 수술전 뇌파검사 횟수, 뇌병변 여부)을 바탕으로 1:1 정확매칭을 수행하여 비교대상이 되는 비수술군을 선정하였다. 매칭 결과 수술군과 비수술군 각각 1,443명이 매칭되어 최종 2,886명이 수술군과 비수술군의 비교에 사용되었다. 수술이 이루어진 환자를 대상으로는 수술의 종류를 측두엽절제술(temporal lobectomy)과 뇌엽절제술(non-temporal lobectomy)로 구분하고, 구분된 수술 각각에 대하여 수술 시행 전에 전극삽입술을 시행했는지의 여부를 기준으로 다시 구분하여 수술법별 성과를 비교하였다.
성과 지표
뇌전증 치료법에 대한 성과지표는 경제적, 임상적으로 의미가 있는 지표로 비용관련 지표인 ‘전체 의료비용’, ‘뇌전증관련 의료비용’, ‘항경련제 비용’, 이외에 ‘항경련제 사용량(Defined daily doses: DDDs)’ 등을 선정하였고, 임상 지표로는 사망을 고려하였다. 비용관련 성과지표들의 합산단위는 6개월이며(수술전 3개월부터 수술후 3개월까지를 ‘0m’으로 정의), 1인당 평균값을 사용하였다. 비용은 소비자물가지수 변동을 반영해 2014년도 가치로 환산하였다.
분석 방법
연구대상자들에 대하여 인구학적 정보를 요약하였고, 수술 전후의 시간동안 성과지표들의 변화를 기술적으로(descriptive) 제시하였다. 또한 일반화 선형방정식(generalized estimating equation, GEE) 을 사용하여 각 요인별로 시간의 변화에 따른 성과지표의 변동량을 예측하였다.
수술환자와 비수술 환자의 비교 시에는 수술여부, 시간 등을 GEE 모형에 고려하였고, 수술환자들에 대한 분석 시에는 수술종류, 시간, 연도, 성별, 연령, 건강보험 자격 등을 모형에 고려하였다.
❚ 연구 결과
1. 뇌전증 환자 현황
연구대상기간동안 파악된 뇌전증 환자들 중 난치성 뇌전증 환자는 약 3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남성의 비율이 여자보다 약간 더 높으며, 50세 이상과 20세 미만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전체 뇌전증 환자의 의료급여 수급대상 환자의 비중이 21.4%, 난치성 뇌전증의 경우 27%로 국민 전체의 의료급여 대상자는 3%보다 현저히 높았다.
표 1. 우리나라의 뇌전증 환자현황
분류 |
|||||
n=297,215 |
n=82,818 | ||||
n |
(%) |
n |
(%) | ||
성별 |
|
|
|
| |
|
남자 |
167,366 |
(56.3) |
47,877 |
(57.8) |
|
여자 |
129,849 |
(43.7) |
34,941 |
(42.2) |
연령, mean [range] |
38.62±23.4 |
[1,126] |
34.04±20.15 |
[1,103] | |
|
20세 미만 |
79,566 |
(26.8) |
23,618 |
(28.5) |
|
20-29 |
35,747 |
(12.) |
12,984 |
(15.7) |
|
30-39 |
37,155 |
(12.5) |
13,305 |
(16.1) |
|
40-49 |
41,446 |
(13.9) |
13,222 |
(16.) |
|
50세이상 |
103,296 |
(34.8) |
19,687 |
(23.8) |
|
결측 |
5 |
(0.0) |
2 |
(0.0) |
|
|
| |||
|
의료 급여 |
63,529 |
(21.4) |
22,437 |
(27.1) |
|
하 |
43,869 |
(14.8) |
10,698 |
(12.9) |
|
중 |
114,222 |
(38.4) |
29,906 |
(36.1) |
|
상 |
75,547 |
(25.4) |
19,771 |
(23.9) |
|
결측 |
48 |
(0.0) |
6 |
(0.0) |
|
2. 수술치료와 비수술치료의 비교
수술군과 비수술군 모두 수술 전 12개월 시점에서는 비슷한 의료비를 지출하다가(뇌전증 관련 6개월 평균의료비, 수술군 1,485,897원, 비수술군 1,276,474원), 수술시점에서는 수술군에서의 비용이 급격히 증가 (수술군 16,009,867원, 비수술군 1,317,113원) 하다가, 수술 1년 후부터는 수술군의 의료비 지출이 비수술군보다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수술 2년 후, 수술군 1,132,205원, 비수술군 1,395,980원). 항경련제 사용량도 비슷한 경향을 보여, 수술 1년 전에는 두군의 사용량이 비슷하나(수술군 345 DDDs, 비수술군 370 DDDs), 수술 후 2년 뒤에는 수술군 267 DDDs, 비수술군 361 DDDs로 수술군의 항경련제 사용량이 대폭 낮아졌다. GEE 분석 결과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관찰되어, 대략 수술후 18개월 시점정도부터 수술군의 성과지표들(비용 및 사용량)이 유의하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ref = 비수술군의 수술전 12개월 시점, p<0.05).
그림 1. 수술 후 뇌전증 관련비용
그림 2. 항경련제 사용량(DDDs)
3. 수술방법에 따른 성과분석
뇌전증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경우, 측두엽절제술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54.4%). 수술방법별로 모든 수술에서 수술후 비용은 감소하는 추세를 나타냈다. 비용측면에서는 연령이 증가할수록, 건강보험 가입자일수록 비용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전극삽입술을 시행하지 않은 측두엽 절제술에 비해 전극삽입술을 시행한 측두엽 절제술과 뇌엽 절제술의 비용이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전극삽입술을 시행하지 않은 뇌엽 절제술의 경우 비용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항경련제 사용량의 경우, 여성에 비해 남성이, 연령이 증가할수록 항경련제 사용량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극삽입술을 시행하지 않은 측두엽 절제술에 비해 다른 수술방법에서 항경련제 사용량이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결론
본 연구결과, 수술군은 뇌전증 수술로 인하여 수술 전후 환자지출 비용이 급격히 증가하나 수술후 시간이 경과하면서 비수술군보다 더 적은 의료비를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술군에서의 항경련제 사용량도 시간이 지나가면서 급격히 낮아지고 있고, 비교군인 비수술군의 항경련제 사용량보다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통해 수술이 발작의 감소를 통하여 항경련제 사용량을 줄이는데 기여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뇌전증 수술 전후 환자지출 비용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은 수술에 대한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뇌전증 치료에 대한 경제적 장벽을 없애고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적시에 받을 수 있게 유도하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
연구책임자
이진이 부연구위원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보건의료근거연구본부 보건의료안전연구팀)
정천기 교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외과)
연구진
이자연, 김세희, 신호균 (한국보건의료연구원), 김동욱 (건국대학교), 허원 (서울대학교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