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신동욱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성균관대학교 융합의과학원 디지털헬스학과)



ⓒTHE CIRCLE



임시직으로 고객 상담을 하던 메이(엠마 왓슨 분)는 친구의 소개를 통해 ‘서클’이라는 SNS회사에 취직을 하게 된다(Facebook이나 Google같은 회사를 떠올리면 된다). 근무환경과 복지가 최고인 이 회사에 취직하여 고객 관리를 담당하게 된 메이는 주변의 압력에 의해 SNS를 시작하게 된다. 


서클의 CEO인 베일리(톰 행크스 분)은 전 세계의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공유하는 것을 추구하는사람이다. 베일리는 어디에나 손쉽게 설치할 수 있는 초소형 카메라를 통해 인공위성으로 실시간 영상 데이터를 전송하고 분석할 수 있는 씨체인지(SeeChange)라는 기술을 소개한다. 


베일리: “혹시 그냥 카메라라고 생각하셨나요? 실시간 분석 처리 기술이에요. 이 영상과 더불어 이것도 볼 수 있죠. 대기 오염, 교통량, 기상 패턴, 생체인식, 안면인식은 물론 저장과 검색까지 가능합니다. 앞으로 몇 달 후면 매장에 풀리는데 청바지 한 벌 값 수준이죠.” 

 

씨체인지 서비스를 소개하는 베일리: “아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모든 것을 아는 것은 더 좋습니다” ⓒThe circle


메이는 이 회사에서 제공하는 의료서비스를 받게 된다. 액체 센서를 먹은 뒤, 손목 밴드를 차고 걷는 동안 생체신호를 측정해서 기초정보를 수집하고, 향후 나타날 문제들을 예방해주는 기술이다. 본인 뿐 아니라 다발성 경화증을 앓던 아버지도 연구를 겸하여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해주어 행복해한다. 


의사: “미디어 밴드에 금방 익숙해질 거예요. 하지만 피부에 닿아 있어야 해요. 방수니까 안 벗어도 돼요. 작동해 볼까요?” 

메이: “저게......”

의사: “방금 삼킨 센서를 동기화하는 거예요. 이제 이 방을 걸어보세요. 좀 더 빨리. 심장박동, 혈압, 콜레스테롤, 호흡, 수면의 질, 소화율…… 계속 걸으세요. 이 정보들은 클라우드나 태블릿에 저장돼요. 물론 다른 직원들도 이용하고 있고요. 수집한 정보를 기초로 의학적인 문제들을 사전에 피하는 거죠.”


센서와 밴드를 통해 본인의 몸 상태를 알게 되는 메이 ⓒThe circle


가끔 아무도 없는 바다에 나가서 카약을 즐기는 메이는, 어느 날 밤에 혼자 남의 카약을 몰래 타고 나갔다가 전복 사고를 당한다. 어두운 바다에 빠졌지만, 이때 놀랍게도 구조헬기가 곧 나타나서 메이를 구한다. 근처에 설치된 씨체인지 카메라 영상을 보고 누군가 신고를 한 덕분이었다. 

메이: (구조대원에게) “운 좋게 근처에 계셨네요.” 

구조대원: “운이요? 씨체인지 카메라가 살린 거예요. 바다표범 구경하던 사람이 목격하고 신고했어요.”


씨체인지 덕분에 구조되는 메이 ⓒThe circle


이 일로 인해 메이는 “비밀은 범죄를 가능하게 하고, 책임이 없을 때 우리는 더 나쁘게 행동한다”라면서 본인의 모든 생활을 SNS에 공개하기로 한다. 화장실에 갈 때를 제외하고 그녀의 생활은 실시간으로 모두에게 공개되고, 그녀의 삶은 많은 팔로워들로부터 주목 받게 된다.

 

본인의 모든 상태를 공개하게 된 메이와 그 영상에 달린 댓글들 ⓒThe circle


회사에서 점점 더 핵심인물이 된 메이는, 새로 런칭되는 소울 브릿지(Soul Bridge)라는 사람 찾는 서비스의 발표를 맡게 된다. 10분 만에 랜덤으로 골라진 살인사건 수배자를 찾는데 성공하는 것 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대중은 그녀에게 지난 번 그녀의 SNS에 나왔던 어릴 때 친구 멀서(Mercer)를 찾으라고 요구하고, 갑자기 추적을 당한 멀서는 당황하여 카메라를 피해 차를 몰고 달아나다가 높은 다리에서 떨어지는 사고로 죽고 만다. 

 

소울 브릿지 서비스를 소개하며, 살인범을 찾는 시범을 보이고 있는 메이 ⓒThe circle


친구의 죽음 이후 충격을 받은 메이는, 개인 정보의 공개와 공유에 대해 생각을 달리하게 된다. 그리고 다른 회사의 공개석상에서 서클의 CEO인 베일리와 핵심 중역 톰에게 그들이 지향하는 가치를 위해 그들도 모든 메일과 전화 내용을 공개하자고 제안한다. 그러면서 그간의 모든 메일 내용을 사적인 내용까지 포함하여 공개해버린다.

 

공개석상에서 베일리와 톰의 모든 메일과 전화내용을 공개한 메이 ⓒThe circle


최근 의료 정보의 빅데이터화가 이슈이다. 실시간으로 생체 신호나 활동량 등을 모니터링 하고 분석하는 기술이 발달하고, 이것이 의무기록, 유전정보 등과 연계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사람의 대화 내용을 몇 초 정도 들려주면 어조나 단어 선택 등을 통해서 우울증이나 인지기능 저하가 진단되기도 하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되던 생체 신호를 통해서 뇌졸중이나 뇌전증 발작과 같은 증상이 몇 시간 전에 예측된다. 혼자 사는 노인의 움직임이나 심전도를 인식하여 낙상이나 부정맥 등 건강상의 이상이 의심될 때 자동으로 의료진을 긴급히 불러줄 수도 있다. 개인의 활동량 기록은 이제 보험료 인하라든가 금리와도 연결되고 있다. 꼭 의료정보가 아니더라도 SNS 활동과 같은 정보를 통해서도 심리상태라든가 우울증 여부 등을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 


미래의 의료는 데이터 기반 의학(Data-driven medicine)으로 변화해 가고 있다. 평균에 기반하여 판단하던 알고리즘에서 각 개인이 가진 유전정보, 생체정보, 라이프로그를 통합하고, 이를 인공지능 등을 활용하여 실시간으로 분석한 후, 스마트폰과 같은 친숙한 매체를 통해 피드백 한다. 그럼으로써 개인의 개별 위험도를 고려하여 맞춤형 건강 증진계획을 안내하고, 중요한 순간에 위험을 알려주는 개입을 제공하고, 병에 걸리면 각 개인에게 최선의 결과를 가져올 개별화된 치료를 확률에 기반하여 추천하게 한다. 


그러나 이 모든 장미빛 전망은 데이터 공유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누군가에 의해 어디엔가 각 개인의 건강 정보가 저장되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되고 있어야, 그렇게 모아진 많은 사람의 정보를 통해 각 개인의 건강 위험과 치료 반응을 예측할 수 있게 되고, 새로운 의학 지식과 기술이 발전할 수 있다. 그러나, 거기에는 항상 개인정보의 오용에 대한 위험이 따를 수 밖에 없다. 완벽한 보안이라는 것이 불완전한 세상에서는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 ‘서클’은 전체적으로 개인의 삶을 공개하고 공유하는 것이 초래할 수 있는 폐해를 지적하고 있다. 개인정보의 오용에 대한 위험을 지적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거꾸로 그러한 정보의 공유 없이는 데이터 기반 산업의 과실을 누릴 수도 없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티맵(T-map)은 수많은 개별 운전자가 본인의 위치 정보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막히는 길을 알게 되고, 운행 소요시간을 예측하며, 최단 거리를 제시해줄 수 있는 것이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검색기록 등을 활용하여 각 개인이 관심 가질만한 정보를 뽑아내고 해당정보를 추천함으로써, 개인에게는 필요한 정보가 쉽게 제공될 수 있게 하고 광고주에게도 효율적인 수단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의료 데이터 역시 마찬가지이다. 오늘날 우리가 이전보다 더 정확한 질병 예방에 대한 정보와 더 좋은 치료 옵션을 가지게 된 것은 기존 환자들의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빅데이터라고 통칭되어지는 더 많은 데이터들은, 우리가 그 동안 쉽게 발견하지 못했던 의학지식들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일례로 미국 FDA에서는 자연히 발생하는 전자의무기록, 보험청구자료, 웨어러블 기기 등을 통해 얻어진 자료 등 실제임상자료(real world data)를 기반으로 한 실제임상근거(real world evidence)를 신약개발과 허가, 약물 안전성에 대한 자료로서 이용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는 임상시험처럼 개인의 동의에 기반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영화에서 메이는 프라이버시가 존중되지 못하는 문제로 친구를 잃었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 프라이버시가 없었던 덕분에 본인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개인의 의료 정보에 관련한 것도 마찬가지이다. 개인 의료 정보의 완벽한 프라이버시도, 정보의 무제한적 공유도 모두 단순한 답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둘 모두는 계속 추구해야 할 과제이고, 불완전하더라도 어느 선에서 효용과 위험을 타협하는 수 밖에 없다. 더 좋은 기술이 조금 더 위험을 줄이면서 효용을 더 높여가긴 하겠지만 말이다. 


미국의 SEER-MEDICARE database 같은 경우에는 암 등록 자료와 의료보험자료를 연계한 후 익명화하여 누구에게나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의료 정보의 공유를 주장하는 산업계와,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환자 단체의 의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국립암센터, 질병관리본부, 통계청 등에 쌓여있는 공공데이터를 연계하여 익명화해서 의학 연구에 활용하는 작업은 개인 정보의 위험이 거의 없는 부분인데, 이마저도 잘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점이다. 


영화에서 메이는 “비밀은 범죄를 가능하게 하고, 우린 책임이 없을 때 더 나쁘게 행동한다”라고 한다. 그러면 공적 영역도 개인의 사생활처럼 보호를 받아야 할 것인가? 영화에서 서클의 핵심 중역인 톰은 아래와 같은 말을 한다.

“이곳 서클은 투명성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신조죠. 우린 매일같이 투명성을 몸소 실천하고 있어요. 우리 정부는 반대예요. 투명성을 기대하면 애매한 태도와 모호한 말로 대응하죠. 우린 책임감과 투명성을 요구해야 하며 우릴 대표하는 자들이 우리의 돈을 가지고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개인의 사생활은 최대한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거꾸로 공적 업무는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의료정책 결정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 무려 58조의 건강보험 예산을 결정하는 건강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의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되고, 회의록은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다. 약품 허가에 관련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중앙약사심의위원회(중앙약심)의 회의와 회의록 역시 공개되지 않고, 심지어는 위원들의 명단조차 공개되지 않는다. 보건복지부의 정책결정도 마찬가지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문재인 케어 관련해서도 국회의 요구에 의해 의견수렴에 참여한 전문가 명단을 제출했으나, 정작 명단에 있는 일부 전문가들은 금시초문이며 본인들은 논의한 바도 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선진국들이 정책결정 과정에 이해 당사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공개하고, 모든 논의 내용을 회의록으로 남겨 공개하고 있는 것과 매우 대조적이다. 미국 FDA의 경우 전문가 패널들의 회의가 소집되는 장소, 시간, 각 패널이 구체적으로 무슨 발언을 했는지 까지 전부 투명하게 공개된다. 우리나라에서는 비공개 사유가 위원들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 업무의 공정한 수행을 위함이라고 하는데, 보호되어야 할 것은 개인정보이지 공적 활동에 대한 정보가 아니다. 공개되어야 할 것과 공개되지 말아야 할 것을 정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 본고는 외부 필자의 원고로서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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