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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NECA/언론보도

[청년의사] 신장신경차단술, 효과 있나 없나

신장신경차단술, 효과 있나 없나

-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신장신경차단술 연구보고서 입수 분석



  • 언론사 | 청년의사

  • 기자명 | 박기택

  • 보도일시 | 2014. 8. 22.





미국에서 저항성 고혈압, 흔히 난치성 고혈압 환자에게 희망으로 여겨져 온 ‘신장신경차단술’이 효과가 없다고 발표되면서 국내 전문가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국내에서는 3~4년 전부터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주요 병원의 전문가들 사이에서 효과를 봤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치료법은 정말 효과가 없을까. 국내 의료진들은 잘못된 연구결과를 냈던 것일까. 이에 본지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이 최근 정리한 ‘신장신경차단술’ 보고서를 단독으로 입수해, 이를 바탕으로 신장신경차단술의 효과와 쓰임에 대해 살펴봤다.



시술 시간은 짧고 부작용도 없어


본지가 수차례 기사를 통해 소개한 바 있지만, 신장신경차단술의 효과에 대해 판단하기 위해선 이 시술이 무엇이고, 어떤 환자에게 적용됐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단 ‘저항성 고혈압 환자에서 카테터를 이용한 신장신경차단술’(Catheter-based Renal Denervation in patients with Resistant Hypertension), 약칭 신장신경차단술은 심혈관 질환과 신장질환 합병증의 고위험군인 저항성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이뤄진다. 여기서 저항성 고혈압은 환자의 혈압이 이뇨제를 포함해 작용기전이 다른 혈압강하제를 3가지 이상 병용해 각각의 약의 용량을 최대한 사용해도 혈압이 140/90mmHg 이하로 조절되지 않는 경우를 의미한다(대한고혈압학회 고혈압 진료지침). 외국에선 치료 중인 환자에서 저항성 고혈압의 유병률이 5~30%로 보고되고 있으나, 가성 저항성 고혈압까지 감안할 경우 실제로는 10% 미만일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저항성 고혈압 환자는 심혈관질환과 신장질환 합병증 발생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신장신경차단술은 혈압조절과 관련된 중요한 기전 중 하나인 RASS(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 시스템)에 신호를 전달하는 신장신경을 차단해 교감신경계 활성을 감소시켜 혈압을 낮추는 시술이다. 신장교감신경은 신장 동맥의 진피하층에 존재하며, 구심성 및 원심성 교감신경이 같이 지나가는 유일한 곳이 신장동맥이다.


신장의 교감신경 절제는 여타 경피적인 시술방법과 동일하다고 보면 된다. 환자의 사타구니에 작은 절개를 가하고 여기에 카테터를 삽입해 대동맥을 통해 신장동맥에 카테터를 갖다 댄다. 이후 고주파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는 특수카테터를 신장동맥의 원위부에 위치시켜 내벽으로 약 8와트의 고주파에너지를 전달해 혈관외벽에 분포한 교감신경을 차단한다. 보통 각 신장동맥의 원위부에서 시작해 근위부로 나오면서 5mm 간격으로 평균 6곳 정도 나선형으로 신경을 차단하며, 혈관의 저항과 혈관 내 온도 상승을 모니터링하면서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고주파를 전달한다. 평균 시술시간은 대략 40~60분정도가 소요되고, 대퇴부의 최소 부위만 절개하기 때문에 부작용과 합병증이 적다. 환자는 시술 후 당일 퇴원 혹은 하루 정도 입원하는 게 대부분이다.



미국 “효과 없다” vs 국내 “효과 있다”


신장신경차단술을 위해 개발된 제품은 ‘Symplicity’(메드트로닉), ‘Vessix’(보스톤사이언티픽), ‘EnligHTN’(세인트주드메디칼), ‘OneShot’(코비디엔) 등이 있는데, 이 제품들은 모두 유럽에서 CE(european communities) 마크와 호주 관계 당국의 허가를 획득했다. 하지만 미국 FDA는 허가하지 않았다. 당초 미국 CMS(Center for Medicare and Medicaid Services)는 메드트로닉의 신장신경차단술 관련 대규모 임상시험인 Symplicity HTN-3 결과를 기초로 한 FDA의 신장신경차단술 안전성과 효과 분석을 바탕으로 보험급여 적용을 판단키로 했었다. 하지만 HTN-3 결과 Symplicity의 안전성은 재확인했으나 유효성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미국에선 이 기술을 적용이 아닌 연구단계의 기술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연구진은 이에 반박하고 있다.


국내 신장신경차단술 임상시험에 참여한 연세의대 심장내과 장양수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HTN-3 연구결과는 인종 간 차이를 간과한 결과라고 지적한 바 있다. 장 교수는 “HTN-3 연구 대상 중 30% 가량인 흑인에서 유독 신장신경차단술의 유의한 효과를 확인하지 못했고, 이들을 제외한 하위그룹을 분석한 결과에선 135mmH 가량의 혈압 강하 효과가 확인됐다”며 신장신경차단술의 효과에 대한 의문을 일축했다. 그는 다양한 국내 연구에서 그 효과를 확인했고, 효과를 보지 못한 저항성 고혈압 환자는 10%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발표된 국내 신의료기술평가보고서에선 신장신경차단술을 ‘저항성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혈압을 감소시키는 목적으로 사용 시 임상적으로 유용할 것으로 판단되나, 안전성에 대해서는 아직 장기 추적 연구결과가 부족해 연구가 더 필요한 단계의 기술’(권고등급 B, 연구단계기술분류 Ⅱ-b)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NECA “인종 간 차이…장기 연구 필요”


NECA 보고서에선 FDA와 국내 관련 연구자들의 중간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HTN-3연구에서 인종간 결과 차이가 있는 만큼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를 기반으로 근거에 대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또 심혈관질환의 이환율과 사망률을 포함한 실제 결과변수에 대한 효과평가가 남아 있기 때문에 장기 추적관찰 연구가 지속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NECA 보고서의 결론이라고 할 수 있는 의료기술평가전문가(826명 중 무작위로 선정된 해당 진료전문가 4인)의 의견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기존의 약물치료 방법으로 조절되지 않는 저항성 고혈압 환자들의 새로운 치료법으로서 심혈관 및 신장 관련 합병증 등 중증질환으로 진행 가능성이 높은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미충족 의료수요, 즉 사회적 필요성이 높은 의료기술이라는 것이다. 또 이 기술이 국내에 도입, 시행되더라도 건강형평성의 측면과 사회, 법적 등의 부분에서 부정적인 면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실제 시술에 적합한 저항성 고혈압 환자의 유병률 파악이 어렵고 임상적으로 가성 저항성 고혈압 환자 구분이 제대로 이뤄져야 하며, 현재로선 저항성 고혈압 환자에게만 적용될 수 있는 의료기술인만큼 당뇨병이나 심부전 등 타 질환에서 적용되지 않도록 해당 기술의 적응증을 명확히 설정해 오용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의료진의 술기가 중요한 만큼 시술방법에 대한 훈련과 러닝타임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술기도 신장기능지표의 수준, 해부학적 양상에 따른 동맥 적용부위, 고주파 시술의 적용법과 시도의 횟수, 치료효과의 검증방법 등에 대해 표준화 방법이 확립되고 이에 따른 연구들이 선행돼야 한다고도 했다.


결과적으로 의료기술평가전문가들은 최근 보고된 연구에서 시술의 효과가 입증되지 못했고, 인종, 연령, 신장지표 등의 하위그룹 간 결과차이를 보였으나 임상적 측면에서 신장신경차단술의 전반적인 잠재적 영향력이 크다고 여겨지는 만큼 장기 추적 관찰을 통한 시술의 비교효과 연구와 신장기능의 변화, 신장신경의 재생, 시술 이후의 합병증, 심혈관계 질환의 발생 및 사망률 등의 안전성에 관한 추가연구들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