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주:1]




글. 김 윤 교수(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료관리학)

 


지난 8월 문재인 대통령은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겠다는 이른 바 ‘문재인 케어(이하 문케어)’를 직접 발표했다. 이는 역대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 중 가장 획기적인 대책이다. 재정투자 규모 30.6조원으로 역대 최대일 뿐만 아니라 의학적으로 필요한 모든 진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문케어가 성공하면 우리 국민은  ‘병원비 걱정 없는 나라’에서 살 수 있을 것 같다. 이 글에서는 먼저 1) 지난 정부 보장성 강화 정책을 평가하고, 2) 문케어의 핵심인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전략’을 살펴보고, 3) 문케어를 둘러싼 여러 쟁점을 검토한 후, 4) 끝으로 문케어의 성공 전략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한다.


지난 정부 보장성 강화의 한계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하기 시작한 것은 2005년부터였다. 2005년부터 2016년까지 정부는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해 누적 금액으로 약 29조원을 건강보험에 투자했다. 매년 적게는 수천억에서 많으면 조 단위의 재정을 투입했다. 하지만 보장성 강화 정책의 성적표는 매우 초라했다. 


건강보험이 국민의 병원비 부담을 얼마나 많이 덜어주고 있는가는 1) 건강보험의 보장률[각주:2]과 2) 재난적 의료비 경험률[각주:3]이라는 두 가지 지표로 평가한다. 본격적으로 보장성 강화 정책을 시행하기 직전인 2004년 61.3%였던 보장률은 2015년 63.4%로 약간 증가하는 데 그쳤다. 병원비 때문에 얼마나 많은 국민이 빈곤층으로 전락하는가를 가늠하는 지표인 재난적 의료비 경험률은 지난 10여 년간 오히려 더 늘어났다. 2000년 1.6%였던 재난적 의료비 경험률은 2015년 4.5%로 약 3배 가까이 늘어났다. 2015년에 전체 가구의 2.5%에 해당하는 44만 가구가 병원비 때문에 상대적 빈곤층으로 전락했다. 


지난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이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비급여 풍선효과’ 때문이었다. 이는 정부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항목을 늘리면, 다른 한편에서 병의원이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비를 늘려나가는 현상을 말한다. 비급여 진료비가 늘어나면 결국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가는 병원비는 줄어들지 않게 된다. 지난 10여 년간 정부는 단계적으로 비급여 항목을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항목으로 전환했지만, 비급여 진료비는 전체 진료비보다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저수가와 비급여 풍선효과


‘비급여 풍선효과’는 왜 생기는 것일까? 이는 병의원이 돈을 밝히기 때문이 아니라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행위의 가격인 건강보험 수가가 너무 낮아서 생기는 현상이다. 병의원은 건강보험 수가가 낮아서 생기는 적자를 비급여 진료의 수가를 높게 책정해서 얻는 흑자로 메꿔왔다. 그런데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해 비급여 진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면 병의원은 적자를 메꾸기 위해 새로운 비급여 진료를 만들어 내거나 비급여 진료를 더 많이 하게 된다. 비급여 진료는 건강보험 수가가 낮아서 생기는 적자를 합법적으로 벌충할 수 있는 일종의 용인된 사각지대이다. 건강보험의 저수가 때문에 보장성 강화와 비급여 풍선효과 사이에 악순환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지난 정부는 비급여 풍선효과가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저수가 체계에 기인한 구조적 문제라는 점을 간과했고 그 결과 비급여 진료비가 늘어나서 건강보험 보장률이 정체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 물론 비급여 진료를 당연히 여기는 진료문화와 비급여 진료를 통제하는 기전이 없는 것도 비급여 풍선효과를 부추겼을 것이다. 


비급여 문제가 중요한 이유는 비급여 진료비가 늘어나면 병원비 때문에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국민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우리 건강보험은 병원비 때문에 국민이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본인부담금 상한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한 사람당 연간 병원비가 일정 금액 이상이 되면 그 이상은 전액 건강보험이 부담하는 제도이다. 예를 들어 소득 중하위층인 4~5분위의 본인부담 상한액은 150만원이다. 따라서 중하위층은 연간 병원비를 최대 150만원까지만 부담하고 나머지는 건강보험에서 전액 부담해준다. 그런데 이 본인부담금 상한제는 건강보험 진료비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비급여 진료비로 수천만원이 나와도 이런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비급여 진료비가 본인부담금 상한제를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비급여 풍선효과를 없애지 않으면 보장성을 강화할 수 없다는 것이 지난 10여년 간 보장성 강화정책의 실패가 주는 교훈이다. 


문케어의 핵심,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문케어의 핵심은 모든 비급여를 건강보험 급여로 전환함으로써, 비급여 풍선효과를 해소하겠다는 데 있다. 문케어에서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핵심 전략으로 한 이유는 비급여 풍선효과는 건강보험 저수가 체계에 기인한 구조적인 문제라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문케어가 비급여 풍선효과를 해소할 수 있을까를 살펴보기 전에 먼저 건강보험이 적용되어야 하는 비급여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대통령은 비급여를 모두 없애겠다고 했는데, 복지부는 모든 비급여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고하며 우리를 헷갈리게 만들고 있다. 


어떤 비급여에 건강보험을 적용할 것인가? 


문케어에서 전면 급여화해야 할 비급여는 ‘필수 의료에 해당하는 비급여’로 해석해야 한다. 병을 진단하고 치료하기 위한 의료이면서 안전하고 효과적이기만 하면 조금 비싸더라도 필수 의료가 될 수 있다. 비싸지만 환자의 편익(예: 약한 통증)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효과를 입증할 근거가 불확실하더라도 전문가가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면 일단은 급여로 전환한 후 나중에 효과를 평가해서 최종적으로 급여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너무 비싸서 건강보험 재정으로 감당하기 어려우면 건강보험을 적용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들어보자. 의학적 효과가 불분명한 의료(예: 영양 주사)와 너무 비싸면서 다른 진단 및 치료 방법이 있는 의료(예: 라식, 로봇수술)는 비급여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대체가능한 다른 진단 및 치료방법이 없으면 비싼 의료(예: 고가 항암제)라도 급여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비급여 풍선효과가 예상되는 의료(예: 척추수술)도 예비급여로 전환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떤 비급여 의료가 필수 의료에 해당하는지를 결정하는 일은 매우 지난한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필수 의료를 판단하는 기준이 명확해지고 필수 의료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 있다.


비용 대비 효과가 낮은 비급여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기존 비급여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더라도 ‘정규급여’가 아니라 ‘예비급여’로 전환된다. 예비급여는 정규급여에 비해 본인부담률이 높다. 입원환자에서 정규급여의 본인부담률은 20%이지만, 예비급여는 효과와 경제성을 고려하여 본인부담률을 50%-70%-90% 중 어느 하나로 책정된다. 이렇게 하면 정규급여에 비해 예비급여에 과다하게 건강보험 재정이 투입되는   경우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일정 기간 건강보험을 적용하면서 평가를 거친 후에 예비급여는 정규급여로 전환되거나 비급여로 퇴출될 것이다. 예비급여는 비급여가 만연해있는 상황에서 보장성을 높이기 위한 과도기적인 제도이다. 


어떻게 비급여를 모두 없앨 것인가?


문케어가 비급여 풍선효과를 없애려면 다음 3가지 정책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먼저 1) 기존 비급여를 모두 건강보험 급여로 전환함과 동시에 2) 새로 개발된 의료기술에 대해서도 모두 건강보험을 적용하면서, 3) 병의원에서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항목을 비급여로 진료하는 경우가 없도록 관리해야 한다. 달리 말하면 기존 비급여를 없애는 정책과 새로운 비급여가 출현하지 않도록 막는 정책이 모두 필요하다. 


정부는 기존 비급여를 모두‘예비급여’로 전환하여 건강보험을 적용할 계획이다. 동시에 새로운 비급여가 생기지 않도록 가능한 한 모든 신의료기술에 대하여 우선 건강보험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비급여 풍선효과가 다시 생기지 않도록 낮은 건강보험 수가를 적정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이 같은 3가지 정책이 모두 실행되면 의학적으로 필요한 의료는 모두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비급여 풍선효과는 재발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는데도 비급여로 진료하거나,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를 선호하는 일부 병의원은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만약 이런 병의원이 많아지면 비급여 풍선효과가 재발될 수도 있다. 건강보험공단에 진료비를 청구하는 급여 진료와 달리 비급여 진료는 어느 병의원에서 얼마나 진료가 이루어지는지 알기 어렵다. 따라서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 비급여 진료의 경우 진료행위별로 횟수와 금액을 포함한 자세한 내역을 진료비 영수증에 포함시키는 것도 방법이다. 기존 비급여 진료에 대한 형식적인 동의절차를 실질적인 동의절차로 개선하는 것도 방법이다. 즉, 환자에게 비급여 진료의 필요성과 가격 등을 반드시 설명하고 동의서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가장 강력한 방법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진료와 비급여 진료를 함께 하지 못하도록 하는‘혼합진료 금지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제도는 건강보험의 급여 범위가 충분히 넓어진 이후에야 도입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비까지 모두 환자가 부담해야 하거나 의학적으로 필요한 비급여 진료를 받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문케어를 둘러싼 쟁점들   


문케어 발표 후 다양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소요재정에 대한 비판과 적정수가를 포함한 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비판으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소요재정에 대한 비판은 1) 30.6조원의 재원을 조달할 수 있는가와 2) 30.6조원으로 약속한 보장성을 달성할 수 있는가, 그리고 3) 비급여 병원비를 과소추정한 것은 아닌가 이다. 


30.6조원을 조달할 수 있는가?   


정부는 문케어에 필요한 재원을 1) 누적적립금 활용, 2) 국고지원 증가, 3) 과거 10년 평균 수준 이내의 보험료 인상을 통해 조달하겠다고 발표했다. 먼저 건강보험 재정 흑자로 쌓인 누적적립금 21조원 중 약 10조원을 활용하고, 국고 지원비율을 기존 15%에서 17%로 늘려 약 5조원을 조달하고, 건강보험료를 매년 3.2% 늘리면 최소 15조원이 더 늘어난다. 이를 모두 합하면 약 30조원이 된다.[각주:4] 하지만 이는 소득증가와 보험료 부과 기반에 따른 보험재정 증가를 고려하지 않은 추계결과이다. 지난 10년간 보험료 수입의 자연증가율은 약 6.4%로 이 같은 증가율을 적용하면 5년간 약 56조원이 보험재정이 더 늘어난다. 보험료 수입의 자연증가율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지만 약 30조원은 어렵지 않게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재원 조달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정부가 먼저 국고지원 규모를 밝히고 약속하는 것도 방법이다. 


건강보험료를 매년 3.2%씩 올리고 같은 수준으로 소득이 증가했다고 해도, 가구당 월 보험료 증가액은 월 3천 6백원, 연 4만 4천원에 불과하므로 보험료 폭탄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 사실 국민들은 본인이 납부하는 보험료에 비해 훨씬 더 많은 혜택을 받고 있기 때문에 보험료를 더 내는 게 오히려 유리하다. 2016년 기준으로 국민들은 건강보험료 납부액의 약 1.8배에 달하는 건강보험 혜택을 받고 있다. 국민들이 내는 보험료만큼을 기업과 국가도 보험료로 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30.6조원으로 충분한가? 


결론부터 말하면“이론적으로는 충분하지만 상당한 불확실성이 있다.”2015년 비급여 진료비는 약 12.1조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미용성형과 같은 비필수 비급여 진료비 1.4조원을 제외한 규모이다. 예비급여로 전환된 비급여의 본인부담률 평균을 70%, 5년간 예비급여 진료비 증가율을 약 15% 정도로 가정하고, 매년 단계적으로 예비급여를 늘려나가는 효과를 고려하면 5년간 소요 재정은 약 16조원으로 추정된다. 나머지 약 14조원을 본인부담금 상한제와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 강화, 노인과 어린이, 여성에 대한 보장성 강화에 충당하면 된다. 이론적으로는 30.6조원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총 재정지출 규모는 가변적이다. 먼저 12.1조원에 달하는 기존 비급여 진료 중 어느 정도가 예비급여로 전환될 것인가에 따라 지출 규모가 달라진다. 정부는 예비급여로 전환되는 비급여 진료비의 규모를 최소 8.7조원에서 최대 12.1조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음으로 평균 본인부담률에 따라서도 지출 규모가 달라진다. 개별 예비급여 항목의 본인부담률은 그것의 의학적 효과와 경제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정확한 평가가 이루어지기 전에는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가장 가변적인 요소는 예비급여로 전환된 항암제의 약값과 MRI와 초음파 검사비가 낮아지면 약과 검사의 이용량이 얼마나 늘어날 것인가이다. 이는 기존 진료비 심사체계를 대신할 새로운 진료비 관리체계가 얼마나 잘 만들어지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비급여 진료비가 과소 추정된 것은 아닌가? 


정부는 비급여 진료비의 총 규모를 2015년 건강보험공단 진료비 실태조사 자료를 근거로 추정했다. 이는 전국 표본요양기관 1,825개 기관의 6월과 12월 외래 및 입원환자 진료비 약 1천만 건을 조사한 것이다.[각주:5] 이 조사에서 비급여 진료비의 표준오차는 약 0.4%이며, 이를 근거로 95%의 확률범위 내에서 비급여 진료비 오차의 크기는 약 6천억 원 정도이다. 따라서 비급여 진료비 규모는 표본조사로 인한 오차를 고려하더라도 최대 12.7조원을 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에서는 병의원이 비급여 진료비 자료를 일부러 축소해서 제출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개별 병의원의 익명성이 보장되는 조사라는 점을 고려할 때, 다수의 병의원에서 비급여 진료비를 축소 보고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판단된다. 


문케어에 대한 의료계의 우려는 매우 크다. 의료계는 1) 적정수가를 보장할 수 있는가, 2) 진료의 자율성이 침해되는 것 아닌가, 3)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환자쏠림이 심해져 지방 중소병원과 의원이 도산하는 것은 아닌가 이다. 여기서는 1)번 적정수가에 대해서만 살펴보고, 2)번과 3)번 주제는‘문케어의 성공전략’에서 다룬다. 


적정수가를 보장할 수 있는가?


건강보험의 낮은 의료비 가격을 적정 수준으로 인상하기 위한 재원은 문케어 소요재정 30.6조에 이미 포함되어 있다. 건강보험 수가를 올리기 위한 별도의 재원을 마련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비급여 진료수가는 원가에 비해 높게 책정되어 있다. 비급여 진료수가는 원가의 약 1.5배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비급여를 예비급여로 전환하여 건강보험을 적용하려면 현재의 높은 관행수가를 원가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 그림 1과 같이 예비급여의 가격이 비급여 가격의 2/3 수준으로 인하되면, 예비급여의 진료비의 규모 역시 비급여 진료비 2/3 수준인 약 8조 정도로 축소된다. 그렇게 되면 나머지 1/3에 해당하는 4조원 정도를 낮은 건강보험 정규급여의 가격을 적정수준으로 인상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논의해야 할 부분은 어떤 방법으로 현재의 낮은 수가를 적정 수준으로 인상할 것인가이다. 이 때 기존 수가를 일률적으로 인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기존 건강보험 수가의 경우 검사비는 높고 의료진의 행위료는 낮은 매우 불균형한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각주:6] 따라서 기존에 가격이 낮게 책정된 행위료를 크게 인상함과 동시에 의료의 질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진료항목에 대한 보상을 크게 강화해야 한다. 진료 결과를 평가해서 의료 질과 효율성이 높은 병의원에 대해 진료비를 가산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그림 1. 비급여의 급여 전환과 급여수가의 인상 



문케어의 성공 전략 


시민-의료계-정부 사회적 합의기구 설립


문케어 성공의 가장 큰 걸림돌은 의료계와 정부 사이의 오랜 불신이다. 이 문제를 당장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투명한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이다. 시민-의료계-정부의 사회적 합의기구인‘(가칭)문재인 케어 위원회’를 설치하고, 주요 의사결정이 이 위원회를 통해 이루어지도록 보장해야 한다. 문케어에 큰 영향을 받는 의사협회와 병원협회의 추천 위원 수를 늘리고 국회에서 공익대표를 추천하면 보다 공정한 의사결정구조를 만들 수 있다. 문케어의 성패는 정부가 의료계를 포함한 이해당사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복잡하게 얽힌 난제를 얼마나 정교하게 풀어낼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합리적인 진료비 관리체계를 기반으로 진료의 자율성 보장


문케어로 병원비 부담이 줄어들면 이용량이 늘어날 수 있다. 특히 모든 환자에서 횟수에 관계없이 건강보험이 적용될 초음파와 MRI 검사, 그리고 고가 항암제 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기존의 치료재료는 종류는 많지만 진료비는 크게 늘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초음파와 MRI는 그동안 환자의 질병과 횟수를 기준으로 심사를 해왔는데,[각주:7] 이제 기존 방식으로는 이용량을 관리할 수 없다.


새로운 진료비 관리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전문학회를 중심으로 의학적인 적응증과 질병군을 고려한 적절 이용량 기준을 만들고 이를 근거로 병원별 예비급여 진료비 총량을 관리해야 한다. 고가 항암제의 적절한 사용과 효과에 대한 의학적 근거를 축적하기 위한 자료수집체계도 만들어야 한다. 향후 이른 바‘심평의학’이라 불리는 행정적인 진료비 심사기준을 기계적으로 적용해 의료전문가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진료비 삭감을 피하기 위해 의사가 비급여 진료를 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과잉진료가 의심되는 병의원은 청구명세서가 아닌 의무기록을 검토하는 심사를 해야 한다. 합리적인 진료비 관리의 핵심은 의학적 근거에 따른 진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기준과 체계를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정교한 모니터링과 중간 평가 


문케어의 지출 규모는 아직 불확실하다.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방법은 정교한 모니터링 체계를 갖추고 시나리오별로 대안을 미리 만들어 놓는 것이다. 예비급여가 본인부담금 상한제 대신 재난적 의료비 지원을 받기 때문에 고액 진료비 부담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 역시 불확실하다. 따라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의료이용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예비급여로 전환된 주요 진료항목의 이용경향을 모니터링 해야 한다. 이와 함께 건강보험공단의 진료비 실태조사도 규모를 확대하고, 신속하게 조사결과를 보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비급여 풍선효과가 행여나 다시 나타나는지도 면밀하게 감시해야 한다. 불확실성을 고려하여 2019년에 중간평가 결과에 따라 문케어 추진계획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일차의료의 강화와 의료전달체계 개편 


문케어로 병원비 부담이 줄어들면 수도권 큰 병원으로 환자가 몰릴 수 있다. 일차의료를 강화하고 의료전달체계를 개편해야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문케어의 30.6조원은 보장성과 함께 일차의료를 강화하고 의료전달체계를 개편하기 위한 재원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병의원 유형별로 비급여가 사라져 생긴 손실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고, 일차의료와 전달체계 개편의 방향에 맞춰 새로운 보상체계를 설계해야 한다. 


동네의원이 만성질환을 잘 관리할 수 있도록 진찰료와 교육상담료 등을 건강보험에서 보상해줘야 한다. 동네의원이 교육과 상담을 잘 해주고, 환자가 생활습관을 잘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국민들도 굳이 멀고 복잡한 대학병원에 찾아가지 않을 것이다. 대학병원에 대해서는 중증환자 진료비는 올리는 대신 경증환자 진료비는 낮춰 고난이도 진료에 집중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 중소병원은 규모가 작아 급성기 입원환자를 제대로 진료하기 어렵다. 그래서 급성기, 회복기, 요양환자가 뒤섞여 있다. 중소병원이 급성기 병원, 회복기 병원, 요양병원으로 분화 발전할 수 있도록 수가체계를 개편해야 한다. 국민들도 단순한 고혈압이나 당뇨병으로 대학병원을 찾지 않도록 불합리한 의료이용에 대해서는 본인부담률을 높이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물론 고혈압이나 당뇨병도 심각한 동반 질환이 있거나 합병증이 있으면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정교한 체계를 짜야 한다.


맺는말 


문케어는 병원비 걱정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는 근본적이고 실현가능한 대안이다. 동시에 이는 비급여로 인한 왜곡된 진료행태를 해소하고, 적정부담-적정급여-적정수가 체계로 전환할 수 있는 다시 오기 어려운 기회이다. 고령사회에 대비하여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문케어가 성공하려면 의사와 병원, 환자와 시민, 전문가, 정부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양보하면서 최적의 실행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정교한 실행방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성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문케어의 성패는 우리 모두에게 달려있다. 


※ 본고는 외부 필자의 원고로서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1. 이 글은 참여연대에서 발간하는 복지동향 2017년 10월호에 실린 글을 일부 수정하여 참여연대의 승인을 받아서 중복 게재하였습니다. [본문으로]
  2. 건강보험 보장률은 전체 병의원 총 진료비 중 건강보험에서 부담하는 진료비의 비중을 말한다. [본문으로]
  3. 재난적 의료비 경험률은 한 가구의 가처분 소득 중 병원비로 40% 이상을 지출하는 경우를 말한다. 재난적 의료비 경험률이 높으면 병원비 때문에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가구가 많아진다. [본문으로]
  4. 이는 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으로 인한 보험료 수입 감소효과를 반영한 결과이다. 2017년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매년 0.9조의 보험료 수입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본문으로]
  5. 전국 병의원 중 보건지소와 조산원을 제외한 약 85,552개 기관 중 약 2.1%에 해당하는 1,825개 기관을 층화군집추출하여 조사한 것이다. [본문으로]
  6. 감염관리나 환자안전, 만성질환관리와 같이 의료의 질과 효율성을 높이는 데 핵심적인 진료에 대해 거의 보상을 하지 않고 있다. [본문으로]
  7. 예를 들어 현재 MRI 검사는 암과 뇌혈관 질환에서 1회만 건강보험을 적용해준다. 다른 질환으로 MRI 검사를 하거나 1회 이상 검사를 하면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없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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