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를 기반으로 한 전자담배 관리방안의 필요성
글 이성규(한국보건의료연구원 대외협력팀)
흡연이 건강에 해롭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며, 건강을 위해 많은 흡연자들이 끊임없이 금연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흡연인구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니코틴의 중독성'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금연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전문가의 상담 뿐만 아니라 니코틴껌, 니코틴패치 등의 금연보조제 등이 함께 지원되고 있으며 보조제로도 금연이 어려운 흡연자들은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금연치료제(의약품)가 처방되기도 한다. 2008년부터는 전통적인 금연보조제, 치료제가 아닌 '전자담배'가 국내에 수입되기 시작하였고, 전자담배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추세이다.
다양한 매체들을 통해 전자담배가 "금연성공"을 "보장"하는 대단한 제품으로 광고되고 있다.
실제로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덜 해롭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전자담배에 대한 최근 연구결과들을 보면 전자담배 업계의 "전자담배가 안전하고 금연을 돕는다"는 주장과 반대되는 결론들을 도출하고 있다.
온·오프라인을 통해 광고·홍보되고 있는 전자담배에 대한 내용들이 과학적으로 분석된 연구에서는 어떠한지 살펴보고, 전자담배를 둘러싼 문제들을 정리해보았다. 이미 여러 연구에서 밝혀진 것처럼 전자담배에는 디에틸렌클리콜, 메탄, 포름알데히드, 메타놀, 스테아르산 등의 독성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전자 담배 업계가 주장하는 "전자담배는 무해하다"와는 상반된 연구결과이다.
전자담배 내 독성물질 뿐 아니라 관리감독이 부족하여 전자담배가 무분별하게 제조 및 수입되고 있어 안전성에 대한 문제도 심각한 상황이다. 미국 플로리다에서는 전자담배를 입에 물고 있는 상태에서 전자담배가 폭발하는 일이 발생해 흡연자가 치아와 혀를 잃고 얼굴에 큰 화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고1), 최근 영국 웨일즈에서는 자동차에서 충전 중이던 전자담배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2) 이러한 문제들은 전자담배의 디자인과 내용물 등 제조에 대한 표준화된 규격 및 지침 등이 전무하여 발생하는 일들로 전자담배 이용자들은 항상 이러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상황이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전자담배 액상 카트리지는 중국에서 제조되는 것으로 지자체에 등록만 하면 얼마든지 판매, 유통이 가능하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언제든지 위와 같은 일들이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전자담배와 관련하여 가장 큰 문제는 판매자들이 신뢰할 만한 근거없이 전자담배를 '금연보조제'로 홍보하고 있는 것이다.
전자담배를 판매하는 온·오프라인 매장에서는 '금연성공', '금연 100%보장' 등과 같은 문구로 제품을 홍보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세계적으로 전자담배의 금연보조제로써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2011년도 청소년건강행태온라인조사'를 분석한 연구가 실시되었으며, 연구결과가 국제 저명학술지 Journal of Adolescent Health 를 통해 발표되었다 3). 해당 연구결과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전자담배 경험률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08년 청소년 중 전자담배 경험률은 0.5%수준이었지만, 2011년에는 경험률이 9.4%로 급증하였다.
이러한 수치는 흡연 청소년 중 금연 의지가 높은 청소년들에게서 더 높게 나타났으며, 금연을 목적으로 전자담배사용에 더 적극적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즉, 청소년들 사이에 전자담배가 판매업체의 홍보문구처럼 금연에 도움을 준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 연구에서는 과거 흡연자 즉, 금연에 성공한 사람들의 전자담배 경험률을 조사했으며, 그 결과 과거 흡연자와 현재 흡연자를 비교했을 때 전자담배를 사용해 본 사람은 대부분 현재도 흡연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전자 담배 사용이 더 많은 흡연량과 정적인 관련성을 보였다.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4개국에서 2010년과 2011년 자료를 분석한 연구결과에서도 전자 담배 사용자의 85.1%가 전자담배를 금연보조제로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금연 성공률은 전자담배를 사용하는 흡연자와 그렇지 않은자 사이에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4) 또한,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성인 흡연자를 대상으로 니코틴 대체제와 전자담배 간의 금연효과를 비교하기 위해 실시한 무작위 환자대조군 임상연구 결과, 전자담배를 금연보조제로 이용한 집단(7.3%)이 니코틴 대체제를 이용한 집단(5.8%)보다 6개월 뒤 금연성공률이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으나 그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5)
최근 전자담배 관련 연구 중 주목해야할 결과는 전자담배가 일반담배와 전자담배를 동시에 사용하는 '중복이용자(dual user)'를 양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청소년건강행태온라인조사 자료를 분석한 연구를 살펴보면 2011년 기준 전자담배 사용률은 4.7%였으며, 이들 중 약 75%에 해당하는 3.6%가 전자담배와 기존의 일반담배를 동시에 사용하는 "중복이용자"였다. 6)
이에 앞서, 미국 질병관리본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전자담배를 사용하는 미국의 중고등학생 75%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전자담배와 기존담배를 동시에 사용하는 중복이용자들이었다. 7) 전자담배에 대한 관리와 규제에 대한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중복이용자들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며, 이는 또다른 공중보건학 문제를 유발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전자담배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담배규제를 무력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기존 일반담배 흡연자들이 금연 장소에서는 전자담배를 사용하다가 흡연이 가능한 장소에서는 일반담배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자담배에 대한 여러가지 쟁점들이 발생함에 따라 이를 관리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등장하고 있다.
단순하게 전자담배의 판매 및 사용을 금지하는 방법에서부터 약으로 분류하여 규제하는 방법, 일반담배와 동일하게 규제하는 방법들이 있다.
효과적인 관리 방안을 만들기 위해서 전자담배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하여 조금 더 공중보건학적으로 접근해야 하며, 전자담배가 안고 있는 불확실성, 위험성, 위해성 등을 고려하여 관리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규제방안을 수립해야 하는 것과 함께 정부, 학계 또는 임상 차원에서 전자담배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는 일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전자담배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여 이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전문가가 전무한 상황에서 전자담배 사용자들의 수는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연지도사, 금연클리닉의 임상의, 청소년 흡연을 지도하는 부모와 교사 등은 전자담배 사용에 대하여 지도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밝혀진 근거를 면밀히 검토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공중보건학적 의사결정을 통해 전자담배가 체계적으로 관리되어야 할 것이다.
1) Mikaela Conley. Man suffers severe injuries after e-cigarette explodes in his mouth. abc News. Florida. Available at http://abcnews.go.com/Health/electric-cigarette-explodes-fla-mans-face/story?id=15645605, accessed at December 14, 2013
2) Harriet Arkell. E-cigarette wrecked car when it exploded 'like a firework' while being charged overnight leaving seats destroyed and windows blackened. Dailymail, South Wales. Available at
http://www.dailymail.co.uk/news/article-2430393/E-cigarette-wrecked-car-EXPLODED-like-firework-charged-overnight-leaving-seats-destroyed-windows-blackened.html, accessed at December 14, 2013
3) Sungkyu Lee, Rachel A. Grana, Stanton A. Glantz. Electronic Cigarette Use Among Korean Adolescents: A Cross-Sectional Study of Market Penetration, Dual Use, and Relationship to Quit Attempts and Former Smoking. J Adolesc Health, 2013; DOI: 10.1016/j.jadohealth.2013.11.003.
4) Adkison SE, O'Connor RJ, Bansal-Travers M, et al. Electronic nicotine delivery systems: International tobacco control four-country survey. Am J Prev Med 2013;22:19-23.
5) Bullen C. Howe C, Laugesen M, et al. Electronic cigarettes for smoking cessation: A randomised controlled trial. Lancet 2013 Sep 9 [Epub ahead of print]. doi:pii: S0140--6736(13)61842-5.
6) Sungkyu Lee, Rachel A. Grana, Stanton A. Glantz. Electronic Cigarette Use Among Korean Adolescents: A Cross-Sectional Study of Market Penetration, Dual Use, and Relationship to Quit Attempts and Former Smoking. J Adolesc Health, 2013; DOI: 10.1016/j.jadohealth.2013.11.003.
7) US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Notes from the field: Electronic cigarette use among middle and high school students, United States, 2011-2012. MMWR Morb Mortal Wkly Rep 2013;62:729e30.
'생생이슈 > 보건의료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Vol.11 3월호] 보건의료이슈 :: 보건의료분야에서 빅데이터 활용 (0) | 2014.04.01 |
---|---|
[Vol.10 2월호] 이것이 알고싶다 :: 척추 굽음증 (0) | 2014.02.27 |
[Vol.9 1월호] 이것이 알고싶다 ::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 발령 (0) | 2014.02.21 |
[Vol.9 1월호] 신개발 유망의료기술 탐색 (0) | 2014.02.21 |
[Vol.8 12월호] 보건의료이슈 (0) | 2014.0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