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주지현 교수(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내과)
❚ 서 론
줄기세포란, 다양한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미분화된 세포로서, 무한한 증식능력과 자신을 새롭게 재생산하는 능력(self-renewal), 그리고 다양한 세포와 조직으로의 분화능력(pluripotency)을 가지고 있는 세포를 말한다. 줄기세포의 발견 초기에는 세포분화와 조직 및 기관 형성에 관련된 인자를 밝히는 데에 노력을 쏟았으나, 최근에는 세포치료제와 줄기세포의 재생능력을 이용한 재생의학 분야로 그 관심이 옮겨지고 있다. 급증하는 퇴행성 질환과 만성질환에 대한 치료법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의료현실 속에서 줄기세포의 응용은 기존의 의학을 보완ㆍ대체하는 수단으로 평가되고 있다.
줄기세포는 크게 배아줄기세포, 성체줄기세포, 역분화줄기세포로 분류된다. 배아줄기세포는 수정란을 발생시켜 얻은 배반포 내부의 세포덩어리로부터 얻을 수 있다. 세포의 특성상 자가 재생능력이 뛰어난 것이 장점이지만 배아의 파괴에 따른 윤리적인 문제가 연구의 대중화와 임상의 실용화에 걸림돌이 된다.
성체줄기세포는 이미 발생이 끝난 성체로부터 얻어내 는 것으로서 지방, 혈액, 골수, 제대혈 등의 다양한 부위에 서 얻을 수 있다. 성체줄기세포는 배아를 파괴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생명윤리적인 문제에서 자유로운 편이지만, 배아줄기세포에 비해 분화능력이 떨어지고 추출 가능한 세포의 수도 한정적이어서 세포치료제로서의 응용에 제한을 받기도 한다.
역분화줄기세포는 체세포에 Oct4, Klf4, Sox2, C-myc의 전사인자를 처리하여 인위적으로 리프로그래밍하여 얻은 만능줄기세포이다. 2006년에 이러한 시도가 성공한 이후 전 세계에서 많은 연구자들이 관심을 보이며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분야이다. 수정란을 파괴해 얻어야 하는 배아줄기세포 방법에 비해 윤리적인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환자의 체세포를 직접 리프로그래밍 함으로써 환자 특이적인 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다는 점으로 인해 줄기세포의 연구 분야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배아줄기세포, 성체줄기세포, 역분화줄기세포 등 각 줄기세포들 사이에 장점과 단점이 혼재되어 있어 우열을 가리기는 사실상 쉽지 않다. 환자에서 얻은 환자 특이 역분화줄기세포는 만성질환, 난치성질환, 유전질환의 질환기전연구, 분자진단과 맞춤치료 등에 응용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 각광을 받고 있다.
* 사진 출처: 제대로 묻자! 제대로 알자! 줄기세포치료의 모든것(2015)
❚ 본 론
1) 역분화줄기세포의 현재 응용: 질환모델링
다양한 질환에 대한 연구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조만간 연구와 임상에 적용 가능한 분야로서 ‘질환모델링’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질환모델링’이란 환자의 세포를 역분화줄기세포로 리프로그램하고, 시험관내에서 질환의 핵심병인세포로 분화를 시킨 뒤, 시험관내에서 환자의 질환환경을 모사하는 기법이다.
인간 역분화줄기세포는 대부분의 환자 세포로부터 유도가 가능하고, 또한 여러 세포로 분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질환모델링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역분화줄기세포 기술은 유전적으로 문제가 되는 질환에서 질환 유발 게놈을 가진 세포주를 생산하는데 유용하다. 질환모델링을 유전자-약제간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플랫폼으로 사용하고, 환자에게 특이적으로 효과적인 약제의 선별에 응용할 수 있다. 이 플랫폼을 이용하여 과거에 안전성 문제로 개발이 중단되었던 신약 후보물질이 새로운 치료제로 다시 개발될 수 있음을 확인한 연구결과들도 보고되었다.
환자유래 역분화줄기세포는 질환모델링 분야에서 다른 줄기세포들에 비해 우월하다. 배아줄기세포는 환자에서 얻어질 수 없는 세포이기 때문에 이런 질환모델링 용도로는 사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성체줄기세포를 통해서도 질환모델링을 적용해 보려는 시도가 있으나, 성체줄기세포의 제한된 분화능력과 줄기세포를 채취에 관한 문제로 인해 임상 적용이 활발하지 않은 편이다. 시험관내에서 구현된 환자 특이적인 질환환경은 맞춤의학적인 관점에서 앞으로 응용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유전적인 질환뿐만 아니라 퇴행성 질환의 연구(신경퇴행성질환, 연골퇴행성질환 등)에도 역분화줄기세포를 이용한 질환모델링이 응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만성퇴행성질환은 신경이나 연골 같은 손상된 병리조직을 채취하기 어렵고, 조직을 얻더라도 병인 세포의 지속적인 배양이 쉽지 않기 때문에 시험관내 연구에 걸림돌이 되었다. 환자 특이 역분화줄기세포는 체외배양을 통해 지속적인 증식이 가능하고 분화조건을 처리하여 원하는 세포를 대량으로 얻을 수 있으므로 환자 맞춤형 질병연구와 약제개발연구에 있어 큰 장점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예를 들어, 유전적인 소인이 결합된 신경퇴행성 질환을 가진 환자의 역분화줄기세포를 만들어 신경세포로 분화시킨 후 환자의 신경세포의 퇴행과정을 늦추거나 막는 치료제를 개발하는 방법으로 응용될 수 있다. 실험적인 약물치료를 통해 호전을 보인 일부 질환모델링 연구에서는 연구 결과를 환자에게 적용하여 난치질환의 경과를 호전시키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질환모델링 대부분의 대상 질환들은 지금까지 알려진 치료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환자의 삶의 질 향상과 치료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환자 특이 역분화줄기세포를 이용한 질환모델링이, 치료제가 없는 유전병이나 만성병 등에 있어, 신약개발을 위한 플랫폼으로써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 역분화줄기세포의 미래 응용: 세포치료제 및 재생의학
질환모델링보다는 늦어지고 있지만 역분화줄기세포를 미래 응용에 대해 임상연구자들의 관심을 모으는 분야가 ‘세포치료를 응용한 재생의학’이다. 세포치료란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결핍된 세포와 파괴된 조직을 복원하기 위해 체외에서 세포를 선별하고 증식시켜 다시 체내로 이식하여 질병을 완화시키거나 치료하는 방법이다.
환자에게서 채취한 체세포를 이용하여 리프로그램 과정을 거쳐 탄생한 역분화줄기세포로 시행하는 ‘자가세포치료’는 현대의학에서 난치성, 비가역적 질환에 대한 새로운 치료대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환자에서 채취 가능한 섬유아세포, 말초혈액세포, 잉여세포 등으로 역분화줄기세포를 만들어 세포치료의 재료로 분화시키는 방법은 ‘동종간 세포이식’에서 흔하게 생기는 면역 거부반응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 세포치료에 필요한 충분한 세포치료제를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역분화줄기세포의 자가 재생산능과 지속 분화능이 매우 유리한 장점으로 적용될 것으로 생각된다.
위에서 기술한 역분화줄기세포의 세포치료제로서의 단순한 역할뿐만 아니라 체외 유전자치료의 플랫폼으로써의 기능이 가능해진다면 맞춤형 유전자치료의 중요한 수단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환자의 체세포로 역분화줄기세포를 만든 후 최신 유전자치료기법을 통해 결함이 있는 유전자를 교정하게 되는 것이다. 교정된 유전자가 역분화줄기세포를 정상세포로 분화시킬 수 있도록 체외에서 유도한 뒤 환자에게 투여하는 식의 ‘세포치료방법’으로서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 결 론
역분화줄기세포의 연구는 비교적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발전하는 속도가 무척 빠르다. 2006년에 처음으로 보고된 이후로 전 세계 여러 곳에서 장밋빛 청사진들과 임상 적용가능성에 대한 연구결과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임상에 실제 적용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비교적 가까운 미래에 임상 적용이 가능한 역분화줄기세포의 응용분야에서 환자 특이적인 세포를 얻어서 환자의 질병모델링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환자에게 직접적인 위해가 가지 않기 때문에 비교적 자유로운 임상적용과 연구영역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이미 많은 연구자들이 ‘시험관 환자/질환 (Patient/Disease in a dish)’의 개념을 정립하고 임상에 적용하기 위한 경쟁을 하고 있다.
역분화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치료 전략은 질환 모델링보다는 늦게 임상에 적용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일본에서 Masayo Takahashi에 의해 2014년부터 퇴행성 망막질환에 대한 역분화줄기세포치료 임상연구가 세계최초로 시작되었다. 이 임상연구가 성공으로 결론이 나게 되면 앞으로 역분화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치료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역분화 줄기세포가 가진 유도만능성과 재생성의 장점을 앞세워 다양한 응용분야로 발전하는 속도가 매우 빠른 상황이다. 이에 국내 연구자들의 세계적인 연구의 흐름을 따라잡고 줄기세포를 난치성 질환의 진단과 치료에 응용하려는 노력이 매우 필요한 시점으로 생각된다.
※ 본고는 외부 필자의 원고로서 <공감 NECA>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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