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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이슈/미디어 속 보건의료이야기

[Vol.3 7월호] 미디어 속 보건의료 이야기



   글. 이재영(서울대학교 병원 간호사)



115분간 나는 자신의 실패를 딛고 일어나 가슴으로 사랑을 실천한 실존 인물 헌터 아담스를 만났다. 주인공 헌터 아담스는 사회 부적응자로 자살을 기도하여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그가 만약 정신병원에서 환자들과 의료진들의 상호관계와 환경을 목격하고 또한 느끼지 않았으면 변화를 일으키지 못 한 채로 꺼져가는 불씨가 되었을 것이다..  

 




그의 불행으로 그의 행복과 사람들의 자각이 시작되었으니 조금은 아이러니하다.

그는 정신병원에서 아더 멘델슨이라는 사람이 네 개의 손가락을 펴 보이며 헌터에게 몇 개냐고 묻자 그는 네 개라고 대답하지만 네 개의 손가락의 문제만 보지 말라고 하며 그걸 감싼 전체를 바라보라고 한다.

 

그는 여기서 진실을 보는 방법을 알고 자신의 생의 목표를 찾는다. 그것은 웃음과 남을 도와주는 것이 진정한 치료임을 안 것이며 의사를 통해서도 간호사를 통해서도 아닌 바로 그와 함께 병을 겪고 그와 함께 생활한 동료 환자들로부터 깨달은 것이었다. 

 

2년 후 버지니아 의대에 입학하고 3학년이 되어서 병원에 나가 실습할 수 있다는 규정을 어기고 정육협회에서 얻은 흰 가운을 걸치고 환자들 속으로 들어간다. 특유의 재치로 소아암 환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냉랭하고 두려움이 머무는 병동의 아이들에게 잠시나마 그가 있는 동안은 모든 것을 잊고 활짝 웃을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한다.


그리고 환자들을 그들의 이름이 아닌 병명으로 호칭하는 비인간적인 의사들과 다르게 환자를 이름으로 호칭한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임에도 불구하지만 마음으로 느껴서 불리우는 자신의 이름과 형식적으로 불리우는 자신의 이름은 귀가 먼저 알 것이다.


의사라는 지위와 권한이 얼마나 환자로부터 거리감을 형성하게 하는지.... 한번쯤 반드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의술은 질병을 치료할 수 있고 질병을 악화 시킬 수도 있고 죽음에 이르게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랑하는 마음은 질병을 치료할 수 있고 마음을 치료 할 수 있으며 삶에 이르게 할 수 있다. 

  

이러한 헌터는 상처를 치유한다는 의미의 패치로 불리우며 후에 패치아담스라는 이름으로 더욱 알려진다. 학칙을 어긴 그는 우수한 성적임에도 불구하고 학과장 월컷교수와 갈등에 빠진다. 그는 3학년 이전에 환자들과 만나지 말라는 학과장의 말을 따를 생각이 없었고 게이준 하트라는 무료진료소를 세워 가난한 이들에게 사랑의 의술을 펼친다. 이것은 또 무허가 의료행위로 고발당하고 그의 여자친구도 정신질환자에게 살인을 당한다.


그리하여 그는 마음에 상처를 입고 또다시 차가운 세상 앞에 홀로 서기를 하게 된다.그를 심판하기 위한 의학협회의 앞에서 그는 이런 말을 한다. “나는 온 마음으로 의사가 되고 싶다.” 그리고 세상은 그로인해 한걸음의 변화를 딛는다.


 패치아담스라는 인물이 실존인물이며 이러한 모든 일들이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이 매우 감사할 뿐이었다. 언제든지 항상 환자들을 대할 때 나는 이 순간의 이 마음을 절대 잊고 싶지가 않다.

 

영화가 감동을 주기 위한 요소를 사용했고 휴먼드라마적인 성격을 짙게 띠고 있지만 패치아담스라는 사람의 환자에 대한 사랑이 느껴졌다.


머리로 하는 사랑이 아닌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사랑으로 사람들을 돌봐야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남의 마음을 보듬어 주기엔 지금 내 마음조차도 너무 힘들어서 불가능 하다고 한다. 나도 얼마 전까지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 영화를 통해 확실히 알았다. 내가 스스로 나의 마음을 치유시키는 것보다 내가 그들의 마음을 치유시키고 그들이 나의 마음을 치유시키는 길이 가장 빠른 길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