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박종연 선임연구위원(한국보건의료연구원 정책연구Unit)
의료기술평가(Health Technology Assessment, HTA)란 질병의 진단과 치료, 예방에 관련된 기술에 대해 다양한 방법론을 이용하여 그 기술의 안전성, 효과성, 경제성 등에 대해 평가함으로써 국민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근래 들어 과학기술이 급속하게 발전하면서 보건의료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커짐에 따라, 많은 국가들에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를 갖고 있는 의료기술을 통해 모든 국민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한정된 보건의료자원의 효율적 관리와 운영을 위한 방안으로 의료기술평가가 활용되는 추세에 있다. 의료기술평가는 일반적인 연구의 절차와 방법을 통하여 수행되지만, 의료기술 자체에 대한 평가가 아니면서도 의료기술평가연구의 범주에 넣을 수 있는 주제도 있다는 점에서 ‘의료기술평가’와 ‘의료기술평가연구’는 의약품, 의료기기, 의료기기 등 개별 의료기술평가를 위한 연구뿐만 아니라 의료기술평가를 체계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관련 제도 및 정책, 방법론 및 의료기술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사회문화적 요인에 대한 학술적인 연구를 포함한다(그림 1 참조). 본 연구는 의료기술평가연구의 국내외 동향을 검토하고, 전문가 시각에서의 연구 우선순위를 조사·분석하여, 보건의료제도와 정책에서 의료기술평가의 중요성이 증대하고 있는 최근의 환경 변화를 반영하여 우리나라 실정에 적합한 연구 우선순위 설정의 기초를 마련하기 위해 수행되었다.
그림 1. 의료기술평가와 의료기술평가연구의 관계
❚ 의료기술평가연구의 동향
의료기술평가(HTA)연구의 국제동향 파악을 위해서 국제의료기술평가학술대회 연례회의 발표 내용을 분석하였다. 분석결과, 2007년에는 HTA 기반구축 연구 및 개별의료기술평가와 관련된 주제에 대한 발표가 많았는데, 이는 의료기술평가와 관련된 연구방법론, 자료의 연계 등에 대해 논의 발표하고 실제 평가를 실시한 경우를 공유하고자 하는 측면에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2008년은 의료기술평가제도의 전반적인 내용을 다루는 연구가 34.6%로 가장 많았고, 신개발유망의료기술탐색이 6.6%, 개별의료기술평가가 27.2%로 이전 연도에 비해 증가하였다. 2009년은 HTA 시스템과 신개발유망의료기술탐색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였는데, 각국에서 실시되고 있는 HTA 시스템을 소개하고, 신개발유망의료기술탐색을 통해 국내 실정에 맞는 신기술을 적시에 도입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활동에 관심이 높았다. 의료기술평가 가치의 극대화와 환자중심시스템을 주제로 한 2010년과 2012년은 HTA 시스템과 HTA 기반구축 연구가 다수였고, 의료기술평가의 지속성을 다룬 2011년은 개별의료기술의 평가가 31.9%로 가장 높았으나 신개발유망의료기술 탐색활동은 1.4%로 분석연도 중 가장 낮은 비중을 차지하였다. 서울에서 개최된 2013년 학술대회에서는 HTA 시스템, 개별의료기술평가, HTA 기반구축 연구의 비중이 유사하였다.
한편, 국내에서의 의료기술평가연구 동향을 살펴보면, 건강보험 관련 기관이나 유관 학회를 중심으로 연구가 수행되고 있는데, 의료기술평가연구를 가장 많이 수행하는 기관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연도별 의료기술평가연구 주제 분포를 살펴보면, 대체적으로 의료기술평가의 시스템이나 기반구축 등을 위한 연구보다는 개별 의료기술에 대한 평가 연구가 다른 분야의 연구보다 많았다. HTA 기반구축 연구는 2012년에, HTA 시스템 연구는 2013년에 가장 많이 수행되었으며, 신개발유망의료기술탐색 연구는 설립초기 2009년과 최근 2013년에 각각 1건이 수행되었다.
❚ 의료기술평가연구 우선순위에 대한 전문가 의견
우리나라 의료기술평가연구 우선순위를 설정하기 위해 보건의료 영역에서 의료기술평가 및 보건정책전문가, 임상의사, NECA 연구진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조사내용은 국내 의료기술평가연구의 방향과 내용에 대한 의견이었고, 중요도는 5점 척도로 조사하였다. 또한 의료기술평가연구 주제 선정의 우선순위 기준별 쌍대비교 형식의 설문문항를 이용해 이 분야 전문가 의견을 조사하였다(표 1 참조).
표 1. 설문조사 개요
구분 |
개요 |
비고 | |
조사대상 |
HTA 전문가 |
HTA 학회(14.1016~17) 참석자 |
박사과정 이상 |
보건정책전문가 |
보건행정학회(14.11.6~7) 참석자 | ||
임상의사 |
NECA 연구기획관리위원 / 신의료기술평가위원 |
비임상위원 제외 | |
NECA 연구진 |
NECA 소속 연구직 직원 |
연구직 직원 | |
조사내용 |
연구방향 |
연구방향성, 의료기술주기, 평가내용 |
5점 척도 |
연구내용 |
의료기술유형, 의료기술적용영역, 정책이슈 |
쌍대비교 |
우리나라 의료기술평가연구가 지향해야 할 목적과 방향성의 우선순위를 조사한 결과 보건의료정책을 위한 과학적 근거생성이 4.42점으로 가장 높았다(표 2 참조). 다음으로는 의료자원 활용의 효율성 제고, 정책 또는 제도 개선 등의 순으로 향후 의료기술평가연구의 방향성이 제시되었다. 전문분야별로는 HTA 전문가, 임상의사, NECA 연구진은 근거생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였으며, 보건정책전문가는 의료자원 활용의 효율성 제고, 국민의료비 안정화 또는 절감 등을 가장 중요한 연구 방향으로 생각하였다.
표 2. 우리나라 의료기술평가연구의 방향성
HTA 연구 방향성 |
HTA를 통한 의료자원 활용의 효율성 제고 |
HTA 정책 또는 제도 개선 |
보건의료정책을 위한 과학적 근거생성 |
HTA 방법론 발전 |
HTA 결과 확산 |
국민 의료비 안정화 또는 절감 | |
전체 (77명) |
4.32 |
4.18 |
4.42 |
3.78 |
4.13 |
3.96 | |
전 문 분 야 |
HTA 전문가 (17) |
4.06 |
4.12 |
4.18 |
3.82 |
4.00 |
3.25 |
보건정책전문가 (15) |
4.20 |
4.00 |
4.20 |
3.73 |
3.67 |
4.20 | |
임상의사 (11) |
4.18 |
4.27 |
4.64 |
3.30 |
4.00 |
3.91 | |
NECA 연구진 (34) |
4.56 |
4.26 |
4.56 |
3.91 |
4.44 |
4.21 |
의료기술평가의 어떤 측면을 평가할 것인가에 관해서는 안전성 평가, 효과성 평가, 경제성 평가의 순으로 연구의 중요성이 제시되었다(표 3 참조). HTA 전문가와 임상의사는 전체 의견과 동일한 결과를 보였지만, 보건정책전문가는 의료기술의 경제성 평가를 가장 중요한 연구내용으로 제시하였다.
표 3. 우리나라 의료기술평가연구 내용별 중요성
HTA 연구 내용 |
의료기술의 안전성 평가 |
의료기술의 효과성 평가 |
의료기술의 경제성 평가 | |
전체 (77명) |
4.58 |
4.45 |
4.16 | |
전 문 분 야 |
HTA 전문가 (17) |
4.29 |
4.29 |
3.71 |
보건정책전문가 (15) |
4.20 |
4.27 |
4.40 | |
임상의사 (11) |
4.64 |
4.36 |
4.00 | |
NECA 연구진 (34) |
4.88 |
4.65 |
4.32 |
의료기술은 기초연구 단계로부터 의료기술의 연구개발, 신의료기술로의 발전 단계를 거쳐 의료현장에서 활용, 다른 새로운 의료기술의 발전에 따른 대체 또는 퇴출 등과 같은 일정한 생애주기를 거친다. 의료기술의 이러한 생애주기 단계별 평가의 중요성에 대해 조사한 결과, HTA 전문가와 임상의사는 신의료기술에 대한 평가 연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반면, 보건정책전문가는 현재 사용되고 있는 의료기술이나 퇴출 대상 의료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재평가대상 의료기술에 대한 연구를 가장 중요한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표 4 참조).
표 4. 우리나라 의료기술의 생애주기별 연구 필요성
의료기술 생애주기 |
연구개발 의료기술 |
신개발 의료기술 |
유망의료기술 |
신의료 기술 |
의료기술 |
재평가 대상 의료기술 | |
전체 (77명) |
3.29 |
3.62 |
3.90 |
4.40 |
4.13 |
4.13 | |
전 문 분 야 |
HTA 전문가 (17) |
3.06 |
3.53 |
3.94 |
4.12 |
3.59 |
3.53 |
보건정책전문가 (15) |
4.07 |
4.20 |
4.00 |
4.20 |
4.27 |
4.27 | |
임상의사 (11) |
3.09 |
3.27 |
3.55 |
4.55 |
3.91 |
4.18 | |
NECA 연구진 (34) |
3.12 |
3.53 |
3.94 |
4.59 |
4.41 |
4.35 |
한편, 의료기술의 유형별, 적용영역별, 이슈별로 어떠한 연구가 중요하다고 보는지 가중치 개념을 적용하여 우선순위를 조사하였다. 여기서 가중치란 해당 범주의 여러 선택지들에 대한 중요도의 총합을 1로 할 때 각 선택지별 비중을 의미한다. 분석결과를 종합하면, 의료기술 유형별로는 의료기술(0.297), 정책/제도(0.271), 의약품(0.255) 순이었고, 의료기술의 적용 영역별로는 치료(0.339), 진단(0.245), 예방(0.223)의 순이었으며, 이슈별로는 만성질환(0.175), 건강형평성(0.166), 의료비(0.164), 의료체계(0.155) 등의 순이었다(그림 2 참조).
그림 2. 의료기술평가연구 우선순위 기준별 가중치
의료기술 유형별로는 의료행위 연구가 다른 유형의 의료기술 연구보다 중요한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보건정책전문가의 경우에는 의료행위의 가중치가 0.341, NECA 연구진은 0.340으로 특히 높았고, HTA 전문가와 임상의사들은 의약품에 대한 평가연구를 중요시하고 있었다. 의료기술 적용 영역별로는 HTA 전문가, 임상의사, NECA 연구진이 모두 치료 영역의 의료기술을 가장 우선순위가 높은 연구주제로 보고 있었는데, 보건정책전문가는 예방, 진단, 치료, 재활 영역의 순으로 HTA 연구를 중요하게 생각하였다. 사회 및 정책적 주요 이슈별로는 만성질환, 건강형평성, 의료비, 의료체계 개선, 감염성 질환, 고령화, 보건산업의 순이었지만, 전문분야별로 나누어 보면, HTA 전문가들은 건강형평성에 가장 높은 우선순위를 부여하였으며, 보건정책전문가들은 의료비, 임상의사와 NECA 연구진은 만성질환을 가장 중요한 이슈로 고려하고 있었다.
❚ 종합 및 제언
의료기술평가연구의 우선순위 조사 결과를 종합해 보면, 의료행위에 대한 연구, 치료 영역에 관련된 기술의 연구, 만성질환과 관련된 의료기술에 대한 연구 등의 중요도가 높았으나, HTA 전문가, 보건정책전문가, 임상의사 등 의료기술 관련 응답자의 특성에 따라 약간의 의견 차이를 보이기도 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아직까지 의료기술과 관련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간의 의료기술평가 제도의 운영 및 결과 활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다시 말해 광범위한 의료기술의 유형 및 적용 영역, 주요 정책이슈를 고려함과 동시에 다양한 의료기술평가 범주의 균형 있는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의료기술평가와 관련된 보다 많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수렴에 근거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 이를 바탕으로 의료기술평가연구와 관련된 다양한 이해관계 집단의 의견수렴을 통해 사회적 수용이 가능한 의료기술평가연구의 우선순위를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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