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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접종을 하지마라, 백신은 위험하다’
‘수두파티를 해서 아이들의 면역력을 키워야한다’
‘화상에는 온찜질을 해라’
이러한 치료법을 제시하며 자녀를 건강하게 키우고 싶어하는 대한민국 엄마 6만명의 이목이 집중된 곳, 바로 ‘약 안 쓰고 아이 키우키’, 일명 안아키 카페가 도마 위에 올랐다.
열이 39도까지 올라간 아이를 민간요법으로 치료하다가 뇌손상 위험까지 이르게 했던 한 엄마의 남편이 SNS에 하소연 글을 올리며 수면 위로 떠오른 이 카페는, 아토피 환자 아이 사진 등이 함께 게재되면서 여론의 문제제기로 보건복지부에서 카페 운영자와 회원 일부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 (현재 해당 카페는 폐쇄된 상태임)
더욱 충격을 주고 있는 것은 바로 이 카페의 운영자가 한의사, 즉 의료인이라는 것이다. 이 운영자는 카페에서 본인이 낸 시험 문제를 통과한 몇 명의 맘 닥터와 함께 문의 글에 답변을 달아 치료법을 안내했다. 범람하는 의료정보의 홍수 속에서 아이의 건강을 위하여 현명한 선택을 하고 싶은 엄마들은 자연치료법을 따르거나 혹은 아이의 고통을 지켜보는 것을 감내하며 맘 닥터의 치료법에 따랐다.
무엇이 이들을 이토록 현혹시킬 수 있었을까?
지난 6월 14일, 16일 2회에 걸쳐 청년의사 팟캐스트 “나는 의사다”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이민 전략기획팀장, 민들레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박지영 가정의학과 전문의와 함께 “안아키 사태,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로 특집 방송을 했다.
방송에 참여한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이민 전략기획팀장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9년째 근무하고 있는 최초의 남성 육아휴직 경험자로 두 아이를 둔 아빠이다.
그는 육아휴직 기간 동안 실제 5살, 2살 아이들을 돌봤으며 아이들이 아프면 주로 큰 병원을 이용하였고, 보건의료계에 종사하다 보니 평상시 긴급 상황에서는 의사나 간호사인 주변 지인들에게 도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보통의 경우, 주변에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동네사람이나 가족, 또는 응급실 정도이기에 인터넷 카페에서는 병원평가나 육아 정보 등을 접하기가 쉽고,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모인 만큼 서로 의지하며 동지의식을 느끼게 된다. 뿐만 아니라 스마트한 요즘 엄마들에게 의료전문가인 한의사가 논리적이고 친절하게 설명하는 것들이 신뢰를 주어 카페가 활성화되었던 것이 아닌지 조심스레 추측했다.
박지영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세 아이를 둔 엄마로 아이들에게 좋은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던 끝에 근거중심 자연주의 육아를 표방하며 최근 그간 본인의 경험담으로 연재한 웹툰을 묶어 ‘초록처방전’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일명 ‘야옹선생’으로 불리는 그는 안아키 카페 운영자의 잘못을 무지, 무책임, 무반성 세 가지로 정리했다.
운영자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일반인에게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을 제시하였는데, 과연 의학적으로 이를 검증하는 방법론을 알고 있었을까? 통상 임상 연구에서는 환자군과 대조군을 설정하고 플라시보 효과의 배제, 무작위성 등 기본 조건에 만족한 상황에서 여러 번의 연구를 시행해야 그 효과를 검증할 수 있는데 자신의 몇 가지 케이스를 성공사례로 착각하여 대중에게 전달했다. 설령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주장할 수 있다고 해도 대중에게 제시하기 전에 먼저 동료 전문가들과 충분한 논의를 통하여 합의를 이루는 단계를 거쳤어야 한다.
이러한 안아키 카페에서 제시한 치료법에는 “아이의 편도선이 부었을 때 숯가루를 물 없이 먹이고 종아리를 주물러라, 아이의 배가 아픈 경우 가스가 안찼을 때는 시계방향으로 주무르고 가스가 찬 경우에는 시계반대방향으로 주물러라” 등이 있으며 이런 내용은 한의사협회에서도 근거 없는 치료법으로 보고 카페 운영자인 한의사를 윤리위원회에 회부하여 최고수위의 징계를 내릴 예정이라고 한다.
근거중심 자연주의 육아를 실천하고 있는 박지영 전문의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안아키 사태로 인해 자연주의에 대한 거부감이 확대되는 것 같은데, 이중에서도 과학적 합의가 이루어진 부분이 많이 존재하므로 자연주의를 이용한 치료법이 나쁘다고만 할 수 없다. 비염에 식염수로 코를 세척한다거나 항생제 관련 설사에 프로바이오틱스를 같이 쓴다던가, 어린아이 단순감기에 약물을 쓰지 않고 지켜본다던가 하는 것들이다. 여기서 말하는 자연주의는 약을 덜 쓴다는 것을 말하며 안아키의 맹신과는 다르다. 자연주의라는 말에 합의된 정의가 있는 것은 아니나 “근거중심 자연주의 육아”의 자연주의는 의사는 빨리 치료해주려고 하고 엄마는 아이의 건강한 면역을 위해 기다려주려고 하는 입장 차이에 기반하여 아이에 해가 되지 않는 방법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시작되었다. 즉, 여기서의 자연주의는 생활요법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는 “초록처방전”이라는 책을 펴낸 계기이기도 하다.“
“또한, 자연치유는 ‘아이에게 면역력이 있으니 기다려주자’라는 입장이지만 안아키의 수두파티나 백신거부 등을 볼 때 면역력이 강한 아이는 살아남을 수 있으나 반대라면 오히려 심각하게 건강을 손상시키는(심지어 사망하게 되는) 경우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어떤 치료법의 득과 실을 따졌을 때 득이 높다고 인정되었고, 이미 효과가 입증되어 근거가 충분한 상황에서 이를 거부하는 것은 효과를 입증한 논문을 무시하고 부작용 케이스와 효과가 없다고 저술된 논문만을 인용해서 거부하는 것과 같다. 어떤 주장을 할 때에는 모든 자료를 살펴야하고 안아키 엄마들이 걱정하는 마음은 공감하나 불안감으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고, 이런 불안감을 의료계가 해소해지 못했다는 것은 반성해야하는 측면”이라고 말했다.
2016년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미용‧건강증진 목적의 정맥주사제 성분의 안전성 및 유효성>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였고, 최근 연구결과로 정맥주사제의 효과에 대한 근거가 없다는 발표가 있었다. 이민 팀장은 “해당 주사제가 표방하는 효과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없음에도 전문가들이 플라시보 효과일지언정 효과가 있다고 표현하는 것을 보고 이를 단순히 수익이 목적이 아니라 실제 주사제의 효과에 확신을 가지고 환자에게 주사제를 처방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여 놀라웠다”고 한다.
안아키 사태로 해당 한의원은 폐업상태이며 경찰은 증거확보를 통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와 비슷하게 미국의 케빈 마크 트루도는 2004년 “그들이 당신에게 가르쳐 주지 않는 자연 치료”라는 책을 펴내 수백만부를 팔고 관련 물건을 팔아 돈을 크게 벌었다. 그는 텔레비전과 라디오 방송에도 출연하여 활동했으나 결국 사기로 구속되어 징역과 벌금형에 처해졌다.
이런 사태는 누군가의 양심에만 맡겨서는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 “중이염 항생제 장기 복용 시 암이 발생하고, 류마티스 관절염 병원 약을 충실히 먹는 경우 완치는 거의 없는 대신 마약중독에 빠진다”는 등 근거 없는 정보에도 보통의 의학지식이 없는 사람들은 이를 분별하기 어렵다. 내 아이의 건강은 스스로 지킨다는 소신에도 불구하고 의학적 지식 부족과 건강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은 비슷한 상태에 있는 사람들과 공유함으로써 커뮤니티 내 신뢰를 형성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정보(비록 잘못된 것이라 하더라도)에 지지를 보내는 등 이러한 현상으로 카페가 활성화되고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안아키 카페 회원의 맹신과는 다르지만 알권리를 주장하거나 적극적으로 상담하는 사람들은 백신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경향도 꽤 있다. 기존 의료시스템에서 답을 찾지 못해 불안감으로 스스로 공부를 많이 하는 케이스이다. 이런 경우 의사가 제시하는 치료법을 거부하기도 하는데 의사는 이러한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신뢰를 쌓는 노력을 해야 한다. 신뢰 관계(라포, Rapport – 사람과 사람사이에 생기는 상호 신뢰 관계)가 형성되었을 때 의학정보를 제공하면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고, 실제로 백신을 거부했던 사람에게 접종을 한 사례도 있다.
요즘에는 일반인도 의학 논문과 같은 전문 자료를 쉽게 구해 볼 수는 있으나, 한 두 편의 논문에서 제시된 정보만으로 쉽게 상황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실제 임상 현장의 전문가도 다양한 환자 사례에 비추어 적합한 근거를 찾지 못하거나 지식의 부족을 체감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인터넷에 각종 의학정보가 넘쳐나지만 전문적으로 의학 공부를 하지 않은 일반인들은 해부학, 미생물학 등의 기본 지식이 없어 의학정보와 신체 상태를 통합적으로 인지하기 어렵다. 제한된 정보의 한계, 그리고 의료전문가와 일반 환자 간 의학 지식의 간극, 즉 정보의 비대칭성이 커지므로 1명의 환자에게 적어도 3분가량의 진료라도 환자와 의사 사이에 신뢰 형성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동료들의 비판적인 지지에 기반한 과학이나 의학은 집단지성을 통해 발전하고 지속적으로 감시해야하는 민주주의와 비슷하다.
의료기술의 발달과 쏟아지는 의료정보들, 그리고 보다 현명해지길 원하는 의료소비자가 공존하고 있는 시대... 이런 현실에서 의료인이 환자들에게 최선의 치료법을 제공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생산하는 것과 이를 토대로 국민의 의료선택에 도움을 주는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미용·건강증진 정맥주사제, 안아키 사태 등 끊임없이 발생하는 사회적 이슈에 대해 과학적 근거 마련으로 신속하게 해법을 제시하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 본고는 팟캐스트 “나는 의사다” 405회, 406회 방송 내용을 토대로 작성된 것으로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공식 견해와는 다를 수 있으며,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일부 내용을 발췌하여 편집‧구성하였음을 안내드립니다.
▶ 청년의사 팟캐스트 나는 의사다 405회 바로듣기 ☞ http://www.docdoc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43228
▶ 청년의사 팟캐스트 나는 의사다 406회 바로듣기 ☞ http://www.docdoc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43313
▶ 팟빵으로 듣기 ☞
http://www.podbbang.com/ch/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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