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이슈

치매 치료제 개발, 어디까지 왔나?

 

글. 장재원 교수(강원대학교병원 신경과)

 

치매는 고령 사회의 중요한 이슈로서 이로 인한 국민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치매 국가책임제가 2017년 9월 18일 발표된지도 벌써 1년 6개월 이상이 지났다. 이후 치매 관련 사회 복지 시스템이 확충되고 있고, 국민적 관심이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치료에 있어서는 이렇다 할 신약 개발의 소식은 없는 상황이다. 본 원고에서는 현재의 치매 치료제 개발 상황과 한계 및 미래에 대해 가장 연구가 활발한 알츠하이머 병을 중심으로 논의해보고자 한다.

 

 

현재 치매 치료제 개발 상황과 한계

현재 치매 치료를 위해서 병원에서 처방되는 약제의 목록은 2003년 미국 식품의약국(Food and Drug Administration, FDA)의 공인을 받은 N-메틸-D 아스파르트산염(N-methyl-D-aspartate) 수용체 길항제 이후 16년간 변화가 없는 상황이며 그나마 기존 약제들은 모두 증상 완화 약물이라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치매의 원인으로 가장 흔한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병태생리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질병 특이적인 질환조절치료제(disease modifying therapy) 개발이 지속되고 있다. 알츠하이머 협회의 ‘Alzheimer’s disease drug development pipeline: 2018’ 보고에 의하면, 2018년 1월을 기준으로 총 135개의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며 전체 연구 중 2/3가 질환조절치료제에 해당한다(그림1).

 

<그림 1. 2018년 알츠하이머 치료제 임상시험 현황>
(출처: Cummings J et al., Alzheimer’s disease drug development pipeline: 2018. 2018)

 

아밀로이드 가설 기반 약물

알츠하이머병 치매에서의 병태 생리는 아밀로이드 베타의 뇌 축적으로 시작하여 그 이후의 신경세포의 소실로 이어진다는 소위 ‘수정된 아밀로이드 가설(modified amyloid cascade hypothesis)’이 가장 지지 받고 있으며 이에 기반하여 아밀로이드의 생성과 응집, 제거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들이 개발되어 왔다.

 

분비효소 억제제는 아밀로이드 전구물질로부터 아밀로이드 베타가 생성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하며 표적에 따라 베타 분비효소 억제제와 감마 분비효소 억제제로 나눈다. 아바가세스타트(avagacestat)나 세마가세스타트(semagacestat) 같은 감마 분비효소 억제제는 임상 연구 중 발생한 부작용으로 실패를 한 바 있으며, 몇 개의 베타 분비효소 억제제가 2상 및 3상 임상시험에 진입해 진행 중이었다. 하지만 베타 분비효소 억제제 중 베루베세스타트(verubecestat)와 라나베세스타트(lanabecestat)는 경도 내지 중등도 알츠하이머병 치매에서 효과 입증에 실패하였으며 아타베세스타트(atabecestat)는 약물독성으로 중단되었다.

 

생성된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제거하는 면역 치료제는 항원을 주입하는 능동면역 치료제와 항체를 투여하는 수동면역 치료제로 나눈다. 능동면역 치료약물로 AN1792 백신은 면역 반응으로 인한 뇌수막염으로 임상 시험이 중단되었으며 이후 몇 개의 능동면역 약제의 임상 시험이 진행 중이다. 단일 클론 항체를 외부에서 주입하는 수동 면역 치료제의 경우는 바피뉴쥬맙(bapineuzumab), 솔라네주맙(solanezumab), 크레네주맙(crenecumab), 간테네루맙(gantenerumab), 아두카누맙(aducanumab) 등이 임상 시험 진행 중이었으나 바피뉴주맙은 3상 시험에서 효능 입증 실패 및 뇌영상에서 피질 부종의 부작용으로 중단되었고, 솔라네주맙과 크레네주맙 및 아두카누맙이 연이어 3상 시험에서 유의한 효과 입증에 실패하여 중단된 상태이다.

 

천문학적 연구비가 투여된 면역 약제들이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이유로는, 임상 증상 수십 년 전에 병리적 변화가 시작한다는 점, 임상 증상을 잘 반영하는 생물표지자가 부재한 점, 실험실 연구와 동물실험과 임상 시험간의 괴리 등이 거론되고 있다. 대부분의 약제들이 실패의 고배를 마신 가운데, 현재 아밀로이드 가설 기반 약물 중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약물은 BAN-2401인데, 지난 2018년 7월 임상 2상 결과가 긍정적인 도출되어 이에 고무된 연구진은 경도인지장애와 초기 알츠하이머 치매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3상 시험을 시작하기로 결정한 상태이다.

 

타우 가설 기반 약물

아밀로이드 기반 치료제의 연이은 실패로 최근에는 타우 기반 치료제 개발이 주목 받고 있다. 신경 세포 내에 존재하는 타우 단백질이 과인산화되면 세포 내 미세 골격구조가 손상되어 신경세포의 손상으로 이어지게 되는데, 타우 병리인 신경원섬유매듭(neurofibrillary tangle)은 아밀로이드판보다 임상 증상과 더 잘 부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타우 단백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로는 면역 치료, 타우 응집 억제제, 미세 골격 구조 안정화 물질 등이 임상 시험을 거치고 있고, 2018년 1월 기준 3상 시험 중인 약제는 TRx0237 한 가지에 불과하나 1상과 2상 시험에는 총 13가지 치료제가 포함되어 있으며, 아밀로이드 관련 약물에 비해 아직은 초기 연구 단계라고 할 수 있다.

 

기타 약물

타우나 아밀로이드에 기반한 약제 외에도 알츠하이머 병의 복잡한 병태생리에 기반하여 세포 내 신호 전달, 항산화 효과, 미토콘드리아, 세포 내 칼슘 항상성, 항염증 등을 타겟으로 하는 약물과 당뇨 치료제, 줄기 세포까지 다양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초기 단계의 약물 개발에 있어서는 비아밀로이드 기전에 대한 약물이 증가하고 있다.

 

미래의 방향

2019년 초에도 기대를 모았던 약물들의 임상 중단이 연이어 발표되어 많은 실망을 안겨주었다. 아밀로이드 베타에 대한 단일 클론 항체 치료제인 크레네주맙(1월), 아두카누맙(3월) 및 베타분비효소 억제제인 베루베세스타트(4월) 까지 잇따른 실패와 임상 시험 중단을 보면서 뇌 안의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에 기반한 치료 접근에 대한 회의가 증가하고 있고, 타우 기반 치료제와 같은 다른 목표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존 약물들의 실패를 통해,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얻은 교훈이라고 한다면, 환자 모집 시 임상적 진단에 더하여 양전자 단층촬영(positron emission tomography)이나 뇌척수액과 같은 생물표지자를 통해 생물학적 타겟을 확인해야 하며, 약물들이 초기 예상보다 고용량이 필요했고 경증 환자가 약물 반응성이 더 좋았으며, 약물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좀 더 민감한 인지기능 측정 도구가 필요하다는 점 등을 제시할 수 있다. 2018년 미국 국립노화연구소와 알츠하이머협회가 공동으로 발표한 연구체계(Research Framework)에서는 생물표지자만으로 알츠하이머병을 정의하고 있으며, 앞으로의 임상 실험은 이러한 생물표지자가 초기 대상 환자를 선별하고 질병의 경과를 관찰하며 치료의 효과도 확인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FDA에서 2018년 2월 발표한 약물 개발 지침에서는 초기 환자 대상의 생물표지자 기반의 임상 시험을 강조하고 있다. 결국 앞으로의 약물 연구의 성공은 질병의 진행 과정에 가장 중요한 표적을 설정하고, 이러한 표적에 효과적인 약제를 개발하여 엄격한 임상 시험을 수행하는 연구 혁신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 본 기고문은 저자 개인의 의견이므로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

김성윤. 알츠하이머 치매 약물치료의 현황과 미래. J Korean Neuropsychiatr Assoc 2018;57(1):30-42.

Cummings J, Lee G, Ritter A, Zhong K. Alzheimer’s disease drug development pipeline: 2018. Alzheimers Dement (N Y) 2018;4:195–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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