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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이슈/보건의료이슈

[Vol.61 19년 제6호] 보건의료이슈 :: 의료용 대마 필요성과 오남용 가능성

보건의료이슈

의료용 대마 필요성과 오남용 가능성

 

글. 강훈철 교수(연세대학교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소아신경과)

 

대마초(大麻草)는 마 또는 삼이라고도 하는 삼속 식물로 영어로 카나비스(cannabis)라 불리며 Cannabis sativa를 마리화나(marijuana)라고도 한다. 500종류 이상의 복합물이 있으며 그 중 칸나비노이드(Cannabinoids)라는 식물 특유의 복합물이 70~80 종류가 있다. 대마초의 가장 대표적인 두 가지 주성분은 향정신성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etrahydrocannabinol, THC)와 향정신성 작용이 없는 칸나비디올(cannabidiol, CBD)이다. THC와 CBD 모두 의약용으로 사용되지만 환각 작용을 일으키지 않는 CBD 주성분의 약물만을 허용하고 있는 국가들도 많다.

 

대마초는 인류가 이용해 온 가장 오래된 약재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의학에서는 사용이 제한적이었고 인체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점이 많다. 오히려 기호용 대마에 대한 논란이 일반적이었는데 이는 대마초 흡인에 따른 정신적 효과로 도파민 분비로 인한 평온함과 행복감, 스트레스 해소, 진통효과, 성욕증가, 감각의 증폭 및 정신운동성 조정(psychomotor coordination)에 따른 심적 평화, 집중력 향상 등을 경험하지만 결국 증폭된 감각으로 인한 환각과 공포심이 나타나거나, 일상의 단편적인 단기 기억력(episodic memory)과 작동 기억(working memory)에 문제가 발생하고 인지능력 저하를 일으키는 부작용 때문에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여전히 마약으로 구분하고 있다.

 

 

최근 대마의 성분으로 CBD와 THC로 구성된 칸나비노이드가 의약품으로 인정받고 사용되게 됨에 따라 의료용 대마로 불리우게 되었고, 아래 표 1과 같이 몇 개 질환과 증상에 사용되고 있으며 캐나다, 미국을 비롯하여 한국에서도 2019년 3월 부터 의사 처방에 의한 전문의약품으로 허용되었다(그림 1). 마리놀은(Marinol®)은 현재 미국식품의약국에서 1985년 승인을 받아 판매 중인 THC 성분의 드로나비놀(Dronabinol) 성분 약으로, 현재 항암 치료를 받은 뒤 구역 및 구토 증상을 보이는 환자 및 식욕부진을 겪는 에이즈 환자에게 처방되고 있다. 또 다른 THC 계열인 나빌론(Nabilone)을 함유한 제품으로는 항구토제 세사메트(Cesamet®)가 있다. 사티벡스(Sativax®)는 영국 제약회사 GW 파마슈티컬즈가 생산하며 2005년 캐나다에서 세계 최초로 대마 추출물 진통제로 판매를 승인했고, 다발성경화증과 관련된 심한 통증을 치료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이외 가장 많이 사용되는 제품인 에피디올릭스(Epidiolex®) 역시 영국 제약회사 GW 파마슈티컬즈가 생산하며 Cannabis sativa 식물에서 추출된 CBD 성분의 약제로서 2세 이상의 드라벳 증후군 및 레녹스-가스토 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각각 안전성 및 발작 조절 효과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진 후 2018년 미국 FDA에서 승인되었다.

 

<표 1. 한국에서 허용된 대마성분 의약품>

 

하지만 허용된 적응증이나 대마성분 의약품보다 더 다양한 성분으로 구성된 대마추출물을 더 많은 질환과 증상에 사용될 수 있도록 범위를 확대하고 절차를 간소화 해줄 것을 요구하는 주장들이 있다. 기존 치료제가 충분히 효과적이지 못한 난치성 질환에 대마가 효과가 있다는 경험들이 보고되고 있고 나아가 대마가 난치성 질환을 치유할 가능성이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주로 난치성 환자들이 대마로 질환을 치료했거나 증상을 경감시켰다는 해외 기사나 동영상, 논문 등을 근거로 들고 있으며 의사들을 통한 정식 보고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들이 대마를 엄격히 마약류로 규정하고 있고, 아무리 치료 목적이라 하더라도 허용된 특정 제품을 절차에 따라 구입하지 않고 외국에서 임의로 들여오거나 사용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처벌하고 있다.

 

이상의 논란에 대해 두 가지 고려되어야 하는 중요한 사항이 있다.
첫째, 대마 성분 의약품의 인정과 허가는 부작용과 효과성에 대한 객관적인 장기 관찰 결과를 근거로 해야 한다. 객관적인 자료란 의료계에서 인정하는 일정한 수준의 임상약물시험 설계로 수행된 관찰 결과를 말한다. 장단기 관찰에서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였다면 배제하여야 하며, 기존 치료에 비해 우월하거나 최소한 동등한 수준의 효과를 입증해야 하는 것이다.

 

둘째, 대마 성분 특히 향정신성 화학 작용을 일으키는 THC성분 사용이 여전히 오락용 대마로 오용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THC 성분이 다량 포함되어 있는 제품에 대해서는 꼭 필요한 환자에게만 처방될 수 있도록 철저한 관리가 요구된다. THC 성분의 향정신성 부작용이 담배 등 흔한 여타 기호품에 비해 중독성이나 위해가 적다는 주장도 있지만 굳이 백해무익하다는 담배와 비교해서 THC 성분을 비롯한 심지어 대마초까지 허용할 근거로 삼을 이유는 없다. 더불어 대마를 대하는 그 사회의 통념과 상식도 고려해야 한다. 사회적 통념과 상식은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 등 의학적 근거 이상의 인문∙사회학적 관점도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계의 중요한 임무는 주로 첫째 고려사항인 객관적 자료와 의견 제시에 있다 하겠다.
대마는 난치성 질환 치료의 훌륭한 생약 재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대마의 다양한 성분 중 부작용은 최소화, 효과는 최대화할 수 있는 제형을 개발하고, 이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관건인 만큼 의료계의 노력과 함께 사회적인 노력이 필요하며 대마뿐 아니라 새로운 치료 방법을 받아 들이는 국민의 성숙된 자세도 요구된다 하겠다.

 

<그림 1. 의료용 대마의 합법화 현황 (초록, 의사 처방에 근거한 전문의약품; 파랑, 의사 처방이 필요하지 않는 일반의약품)>
(출처: WIKIPEDIA [Homepage on the internet]. Wikimedia Foundation; [updated 2018 August 21]. Available from: https://en.wikipedia.org/wiki/Medical_cannab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