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이슈

국내 다제내성균 치료 항생제 현황과 개선 방향

 

글. 최원석 교수(고려의대 감염내과)

 

항생제의 개발은 현대의학의 가장 위대한 업적 중 한 가지로 평가된다. 항생제가 개발되었던 초기에는 항생제의 개발로 감염질환에 대한 걱정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세균은 항생제에 대응하는 방법을 빠르게 터득하여 다양한 기전을 통해 내성을 가졌다. 그리고 이러한 내성은 한 균에 머물지 않고 여러 균으로 확산되었다. 인류는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하여 이에 대응하려 했지만 새로운 항생제의 개발 속도에 비해 세균이 내성을 획득하는 속도는 더 빨랐다.

 

 

그 결과 현재 항생제 내성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하고 심각한 보건의 문제로 대두되었다. 2016년 영국정부가 발표한 Jim O’Neill 보고서에 의하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매년 70만 명이 내성균 감염으로 인해 사망하고 있으며, 항생제 내성에 대한 특별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내성균 감염에 의한 사망자가 매년 증가하여 2050년경에는 1,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였다[각주:1]. 우리나라의 항생제 내성 문제는 더 심각하다.

 

2014년 국가항균제내성정보 연보에 의하면 대표적인 항생제 내성균인 반코마이신 내성 장알균(vancomycin-resistant enterococci, VRE)의 경우, 국내 의료기관에서 분리되는 장구균의 36.5%가 VRE인 것으로 보고되었다[각주:2]. 이는 영국, 독일, 프랑스 등 다른 주요 국가들에 비해 1.5~7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또 다른 주요 항생제 내성균인 메티실린 내성 포도알균(methicillin-resistant Staphylococcus aureus, MRSA)의 경우, 의료기관에서 분리되는 포도알균의 65.7%가 MRSA이었다. 이 또한 호주, 독일, 스페인, 영국과 같은 국가의 1.5~5배에 이른다. 최근에는 국내 대부분의 상급의료기관 및 요양기관에서 카바페넴 내성(carbapenem-resistant)을 가진 균이 확산되어 환자의 치료나 감염관리에 심각한 문제를 경험하고 있다.

 

2014년에 보고된 자료에서 이미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Acinetobacter baumannii)와 같은 균은 82.2%가 카바페넴에 내성을 보였다. 현재 우리나라는 빠른 고령화, 장기요양시설의 급속한 증가 등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항생제 내성의 문제는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

 

항생제 내성은 이에 대한 예방, 관리의 문제뿐만 아니라 선택할 수 있는 치료 방안의 제한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항생제 내성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항생제의 사용을 제한하고 전체 항생제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는 미래의 항생제 내성 발생 위험을 감소시키기 위해 필요한 조치이다. 그러나 미래의 항생제 내성률을 감소시키기 위해 현재 감염이 발생한 환자에 대한 치료를 미룰 수는 없다. 그런데 현재는 내성균 감염자에 대해 선택할 수 있는 항생제가 몇 가지 없다.

 

기존의 항생제는 이미 내성을 가지고 있거나 다양한 이상반응으로 인해 사용에 어려움이 많다. 또한 카바페넴과 같은 항생제는 항균범위도 넓고 매우 효과적이고 좋은 항생제이지만, 최근 내성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그 사용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적 요법이 필요하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청구자료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보면, 국내에서 사용된 전신항생제는 성분 수를 기준으로 56종 96개 성분이었고 광범위 항생제는 44개 성분, 항생제 내성균에 대해 사용하는 항생제는 12개 성분이었다[각주:3]. 일견 국내에 사용할 수 있는 항생제가 많은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카바페넴 내성균이나 반코마이신 내성균과 같은 다제내성균 감염증에 사용할 수 있는 항생제는 매우 소수이다. 또한 사용할 수 있는 항생제의 경우에도 이상반응 등으로 인해 사용 중에 어려움을 겪는다. 예를 들어, 카바페넴 내성균에 대해 가장 많이 사용되는 콜리스틴(colistin)의 경우, 30~40% 이상의 환자에서 신독성(nephrotoxicity)을 경험하며, 신독성이 발생하면 사망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각주:4] [각주:5]. 또한 콜리스틴의 약동학적 특성상 폐렴에 효과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제한점도 있다[각주:6].

 

이러한 제한점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항생제가 계속 개발되면 좋겠지만, 항생제 신약을 개발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어떤 종류의 약물이나 마찬가지이지만, 효과를 가지면서 인체에 안전한 물질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러한 물질이 발견되더라도 실제 임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개발과 평가를 수행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하나의 신약이 개발되기 위해서는 평균 12년의 기간이 소요되고 18억 달러의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생제의 경우 개발 후에 적극적으로 사용을 권장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시장성에도 한계가 있다.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하고 나서 남용하게 되면 단시간 내에 내성을 획득하게 되기 때문에 엄격한 기준 하에 사용을 제한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이로 인해 약물을 개발하는 제약회사는 항생제 신약 개발의 동기를 갖기 어렵다. 실제로 1970~80년대 이후 새로 개발되는 항생제의 숫자는 급격히 감소했다. 2003년부터 2017년까지 미국식품의약품(Food and Drug Administration, FDA)의 승인을 받은 신약을 보면, 매년 18~46건의 신약이 승인을 받았지만, 이 중 항생제 신약은 전혀 없거나 1~3건에 불과했다[각주:7].

 

 

우리나라의 경우 새로 개발된 항생제 신약이 도입되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 2000년부터 2019년까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허가하여 국내에서 진행된 항생제 임상연구는 87건이었고, 2014년 이후 미국 FDA에서 승인된 항생제 신약 13개 중 9개는 우리나라에서도 3상 임상연구가 진행되었다. 그러나 이 중 국내에서 시판허가를 받은 항생제는 2개에 불과하며 실제로 시판되고 있는 것은 1개밖에 없다. 그나마 시판되는 항생제 신약의 경우도 보험급여 체계로는 진입하지 못했고 비급여 영역에 놓여 있다. 국내에서도 임상연구가 진행되었고 미국 FDA에서 승인받은 항생제가 국내에 도입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국내 의료보험체계가 가진 진입장벽이 높고 책정되는 약가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도 하나의 원인으로 제시되고 있다.

 

항생제 신약이 국내에 들어오지 못하는 이유가 어떤 것이든, 환자가 피해를 입는다는 점이 문제이다. 실제로 국외 항생제 치료지침에서 1차로 권고되는 항생제임에도 국내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환자에게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치료방법을 국내 환자에게는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다제내성균 감염증의 경우 대부분 환자의 면역기능이 저하되어 있고 중증 감염의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치료실패는 사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항생제 신약이 도입된 이후 보험체계로 들어오지 못하고 비급여 영역에 놓여 있는 것도 문제이다. 비급여 영역에 놓여 있는 진료는 전문가적 판단보다는 비용이 그 진료에 대한 접근성을 결정하게 된다. 그런데 다제내성균 감염증의 경우 미용이나 성형과 같이 치료를 미루거나 치료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질환이 아니다. 이를 위해 사용해야 하는 항생제의 사용 여부를 환자의 임상적 상태와 전문가적 판단이 아니라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느냐에 따라 결정하게 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국내 다제내성균 감염증 치료 상황이 개선되려면 다양한 변화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의료기관 내에 항생제 스튜어드십 프로그램(antimicrobial stewarship program, ASP)에 대한 지원이다. 항생제 스튜어드십은 항생제를 사용할 때 효과는 유지하면서 내성이나 부작용의 발생 등을 줄이기 위한 전략이나 수행체계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환자에게 항생제 사용 여부를 판단해 주고, 적절한 항생제와 용량, 용법을 선택해 주며, 부적절한 항생제 사용이 최소화되도록 관리해 주는 것이 항생제 스튜어드십의 핵심이다. 항생제 스튜어드십이 적절하게 수행되면 실제로 내성 발생을 감소시키고 환자의 임상경과를 향상시키며 비용을 줄일 수 있다[각주:8]. 항생제 스튜어드십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다학제적 팀 접근이 필요하다. 각 의료기관 내에 항생제 관리를 전담할 수 있는 감염내과 전문의, 약사, 간호사 등 인력이 있어야만 운영이 가능하다. 항생제 스튜어드십은 환자의 안전, 의료의 질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문제이지만, 의료기관의 입장에서는 수익의 증가 없이 인력에 따른 비용만 크게 증가하기 때문에 특별한 지원이 없이 스스로 이와 같은 프로그램은 운영하기는 매우 어렵다.

 

항생제 급여 결정 과정의 개선도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신약이 도입될 때, 대체제 유무, 비교 효과, 비용-효과 등을 평가하여 급여, 비급여 여부를 결정하고 이후 약가 협상을 통해 약가를 결정한다. 그런데 다제내성균 감염증에 대한 항생제 신약은 이러한 기준을 바탕으로 평가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때가 많다. 다제내성균 감염증의 경우 질환의 다양성이나 중증도로 인해 해당 내성균주에 대한 감염증만을 대상으로 허가용 임상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이로 인해 항생제 신약의 경우, 다제내성균에 대해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라고 할지라도, 실제로는 일반적인 감염증에 대해 기존의 항생제와 비교하여 비열등함을 증명하여 허가를 받는다. 따라서 다제내성균 감염증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허가용 임상연구 결과만을 기계적으로 해석하여 급여 결정 과정을 밟게 되면 다제내성균 감염증에 대해 사용할 수 있는 항생제는 급여 영역으로 들어오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다제내성균 감염증에 대한 치료제에 대해서는 급여 결정 체계에 있어 질환의 특성을 반영하여 보완되어야 한다. 대신 항생제 신약의 무분별한 사용을 막을 수 있도록 보험 인정 기준에 항생제 스튜어드십의 결과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 이와 더불어 다제내성균 감염증에 대한 항생제 신약의 임상적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연구를 유관 전문학회가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 허가용 임상연구 결과와 실제 임상에서는 미충족 요구 사이의 간극을 메꿀 수 있는 방법이 된다.

 

국내에 허가된 다제내성균 감염증에 대한 치료제가 시장성 등의 이유로 국내 공급이 중단되지 않도록 국가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하여 관리하는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 불가피한 경우라면 희귀의약품센터를 통해서라도 약물의 공급이 중단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재정적 제약에 대해서는 특별기금과 같은 방법으로 지원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건강보험재정의 확대 방향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한정된 재원을 활용하여 어느 나라보다 높은 의료접근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의료보험체계는 매우 자랑스럽고 훌륭한 제도이다. 보장성 범위를 점차 확대하여 비용으로 인해 치료에 차별을 받는 사람이 없도록 발전해 나가는 정책도 매우 바람직하다. 문제는 보장성의 범위를 확대하는 우선순위의 문제이다. 일반적인 질환에 대한 접근성보다는 다제내성균 감염증과 같은 중증질환의 치료와 관리에 필수적인 분야부터 접근성이 확대되어야 한다. 다제내성균 감염증은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질환이면서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이 경험할 위험이 훨씬 높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실제로 취약계층에서 내성균 감염증의 발생이 높다는 여러 가지 연구 결과가 있다[각주:9]. 또한 내성의 문제는 한 의료기관에 국한되지 않고 전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로 파급되기 때문에 보건,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매우 크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의학적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한 오늘날에도 항생제 내성의 문제는 쉽게 극복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상황으로는 의료기관 내에서 모든 노력을 다 기울이더라도 항생제 내성의 문제가 조기에 사라질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항생제 내성의 문제는 방치할 수도 포기할 수도 없는 보건의료의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미래를 위해 항생제 내성의 문제를 줄여나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더불어 현재 다제내성균 감염증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이 보다 나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지원이 필요하다. 항생제 스튜어드십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 항생제 급여 결정 과정의 개선, 국가필수의약품제도와 같은 제도적 보완, 특별기금을 통한 지원 등을 통해 다제내성균 감염증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가 줄어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

 

※ 본 기고문은 저자 개인의 의견이므로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1. O’Neill J. Tackling Drug-Resistant Infections Globally: final report and recommendations. London: The review on antimicrobial resistance. 2016.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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