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이슈

오피오이드 남용, 우리는 안전지대일까?

 

글. 조근호 과장(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사업과)

 

2017년 10월 26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오피오이드 성분의 마약성 진통제 남용에 대해 ‘공중보건비상사태(Nationwide Public Health Emergency)’를 선언하였으며, 이듬해 3월에는 마약성 진통제와의 전쟁을 선포하였다.
미국에서의 마약 문제는 흔히 갱단들에 의해 불법 거래되는 헤로인이나 코카인을 떠올리겠지만, 최근 미국의 또 다른 심각한 골칫거리는 거대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합법적으로 생산하고 판매하고 있는 펜타닐, 모르핀, 옥시코돈과 같은 의약품의 오남용이다.

 

오피오이드 성분의 마약성 진통제는 말기 암환자나 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외상환자에서 사용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1990년대 후반 만성 통증 환자에게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제약회사의 홍보와 위험성에 대한 의사들의 인식부족으로 급격히 사용량이 증가하였으며, 처방을 받은 의약품을 밀매하는 등의 불법적인 거래도 성행하였다. 이로 인해 미국에서만 2016년 2만6천여의 사람들이 오피오이드 중독으로 인해 사망하였으며, 그 숫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그림 1> OECD 국가들의 인구 100만명 당 오피오이드 진통제 사용량 비교 (2011-13년 및 2014-16년 (단위: 일일사용량 S-DDD: Defined daily doses for statistical purposes)
Note: Analgesic opioids include codeine, dextropropoxyphene, dihydrocodeine, fentanyl, hydrocodone, hydromorphone, morphine, ketobemidone, oxycodone, pethidine, tilidine and trimeperidine. It does NOT include illicit opioids.

 

경제협력개발기구(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OECD)에서 발간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오피오이드 마약성 진통제 사용량은 2014~2016년을 기준으로 37개 회원국들 중 28번째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미국이나 OECD 평균에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011~2013년의 사용량에 비해 약 14.7% 증가한 값으로, 그 증가폭이 결코 미미하지 않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마약성 진통제와 연관된 언론 보도들이 있었는데, 펜타닐을 환자 명의로 처방받아 상습 투약한 종합 병원의 간호사가 적발되었다거나, 특정 의사가 마약성 진통제를 무분별하게 처방한다는 진정이 해당 병원 내부에서 제기되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마약성 진통제가 얼마나 사용되고 있고, 그 중 어느 정도가 임상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중독군인지에 대한 공식적인 역학조사가 되어 있지 못하다. 2016년 매 5년마다 시행되는 정신질환실태조사가 발표되었으나 설문대상이 5,100명에 불과하여, 0.2%로 보고된 약물사용장애의 유병률을 적절히 설명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있으며, 그 중 어느 정도가 마약성 진통제로 인한 것인지는 구분하지 않고 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해 시행되어야 하는 실태조사 또한, 마약성 진통제의 오남용에 대한 사항을 파악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역학조사가 미비한 상태에서 우리나라의 마약류 사용 현황은, 대검찰청의 『마약류범죄백서』의 자료로 파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외국에서 밀반입되는 옥시코돈이나 코데인 등이 극히 드물게 압수되는 경우를 제외하고, 국내에서 처방되는 진통제를 오남용하여 범죄로 단속되는 일은 거의 없어, 이 자료를 통해서 오피오이드 진통제의 오남용 및 중독 환자 현황을 추정할 수는 없다.

 

 

최근 2010년에서 2013년 동안 국내에서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 받은 통증환자들의 특성 등 마약성 진통제의 사용 현황을 국민건강보험 환자표본자료로 분석한 연구가 있었다. 그 결과에 따르면,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 받은 환자는 2013년 29,254명으로 2010년에 비해 32% 정도 증가하였다. 또한 일일사용량(Daily Defined Dose)으로 환산한 암환자 1인당 마약성 진통제 처방량은 2010년 21.7DDD에서 2013년 78.8DDD로 연평균 54%의 급격한 증가를 보이고 있다.

 

마약성 진통제 복용하는 비암환자 1인당 처방량도 2010년 1.8DDD에서 2013년 11.4DDD로 연평균 84%으로 절대적인 용량은 암환자에 비해 작지만 매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어 비암성 통증에서의 마약성 진통제 사용에 경각심이 필요한 상황이다. 전체적으로 2010년 마약성 진통제의 총 사용량이 128,008DDD였는데, 2013년 총 사용량은 678,902DDD로 4년 동안 4배 이상 증가하였다.

 

대학병원에서 마약성진통제 처방 추이를 분석한 또 다른 연구에서도, 마약성진통제의 사용이 비암성 통증 환자에서 증가하며, 특히 외래 환자에서의 사용 비율이 더 크게 증가하고 있으므로, 외래 환자의 마약성 진통제 사용에 대한 지침을 마련하고 복약 상담 및 부작용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하였다.

 

2018년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할 또 하나의 중요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우리나라의 한 대학병원에서 만성통증을 호소하는 비종양 환자 중 장기간 마약성진통제를 처방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오피오이드 연관 특이 대응(Opioid-Related Chemical Coping, 이하 OrCC)’ 환자의 비율을 파악하였다. 이는 아직 중독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오피오이드 진통제를 진통 목적이 아닌 불안, 우울, 스트레스 해소 등을 이유로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거나, 처방보다 더 많은 용량을 투약하는 행동을 반복하는 환자들을 일컫는 용어이다.

 

연구에 따르면, 총 258명의 대상자 중에서 21%에 해당하는 55명이 OrCC로 진단되었으며, 이는 미국에서 보고되는 18%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즉, 우리나라 환자들 중 상당수가 이미 약물의 고유 목적 이외 상황에서 투약하고 있다는 것이었으며, 그 비율도 우리나라보다 오피오이드 마약성 진통제 사용이 훨씬 많은 미국에 비해서도 높다는 충격적인 보고였다.

 

 

말기 암환자와 같이 삶의 마지막을 마무리함에 있어 고통을 최소화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는데 마약성진통제가 활용되어야 한다는 점에 있어서 이론은 거의 없다. 그러나 비암성 만성통증 환자에게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할 경우에는 그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 이는 현재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국가적인 위기로 겪고 있는 사태를 초래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한 상황을 1960년대 메사돈 파동으로 경험한 바 있다. 이에 미국의 질병관리본부와 캐나다 의사협회 등 단체에서는 과학적 근거와 전문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비암성 만성통증 환자 대상 마약성진통제 사용에 대한 진료지침을 발표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2017년 대한통증학회의 오피오이드 연구 그룹에서 처방지침을 발표한 바 있으며, 2019년 중독정신의학회에서도 비암성 통증에 대한 오피오이드 처방 가이드라인안이 제시된 바 있다. 병력을 면밀히 청취하고, 환자의 기대를 평가하며, 비 마약성진통제로부터 치료를 시작하고, 주기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등의 공통적인 내용도 있지만, 구체적인 사안에서는 차이가 있다.

 

통증 환자들에게 적절한 약물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보다 편안한 일상생활을 영위하도록 도와주는 것은 의료적으로 필요한 서비스이다. 그러나 오피오이드 성분의 마약성 진통제는 OrCC나 오피오이드 중독을 유발할 위험성이 높다.

 

우리나라에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을 통해 마약류 약품의 처방이 모니터링 되기는 하지만, 처방 단계에서부터의 노력 없이 단순한 전산시스템으로 마약성 진통제의 오남용을 예방할 수는 없다. 이미 국가적 보건위기상황에 봉착한 외국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비암성 만성통증의 치료 및 마약성진통제 사용에 대한 한국형 임상진료지침을 수립하기를 기대해 본다.

 

※ 본 기고문은 저자 개인의 의견이므로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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