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이 국민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치매 진단을 받았을 때 질병의 진행을 늦추는 치료를 받겠다는 응답이 88.3%에 달했다. 그만큼 사람들이 치매를 두려워한다는 얘기다.
치매는 정상적인 생활을 해오던 사람이 이전보다 인지 기능이 급격히 저하되는 상태를 말한다. 치매의 원인을 노화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혈관성치매, 정상으로 회복될 수 있는 가역성치매, 우울증으로 인한 가성치매, 뇌 손상에 의한 치매 등 그 종류가 다양하다.
치매는 무엇보다 조기진단이 중요하다. 치매의 초기증상으로는 기억력이 떨어지고 사람을 잘 알아보지 못하며 짜증이나 화를 잘 내는 게 대표적이다. 또 음식을 자주 흘리거나 젓가락질이 서툴러지기도 하며 불면증이나 의심을 하는 편집적 행동, 불안감, 우울증 등 여러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초기 치매 증상은 단순 노화 현상과 헷갈릴 수 있는 만큼 그 차이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휴대전화나 리모컨을 자주 잃어버리는 건 초기 치매나 단순 노화 모두에서 있을 수 있지만 좀 전에 썼는지, 안썼는지 조차 기억 못 하고 어떻게 찾아야 할지도 전혀 모른다면 초기 치매를 의심해야 한다. 또 물건을 찾지 못할 때 다른 사람을 의심하고 비난할 경우에도 치매일 가능성이 크다.
반면 단순 노화는 '좀 전에 쓰고 어디 뒀더라' 하면서 기억을 되짚어 찾으려 하는 게 특징이다.
대화 중에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 언어장애도 치매와 노화가 다르다.
초기 치매는 적절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사물을 전혀 다른 단어로 잘못 말하거나, 대화 중 이야기를 놓쳐 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단순 노화는 적합한 단어가 바로 떠오르지 않지만 엉뚱한 단어를 쓰지는 않는다.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도 치매와 노화는 구별된다.
규칙을 잊어버리고, 방법이 생각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운동이나 취미활동을 하지 않게 된다면 초기 치매를 의심해야 하고, 운동이나 취미생활을 그만두는 이유가 흥미가 없어졌기 때문이라면 노화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평소와 달리 공공요금 내는 것을 잊어버리거나 계산을 자꾸 틀리는 경우도 치매와 노화가 조금 다르다. 아파트 관리비처럼 매달 내야 하는 것을 간혹 잊어버리고 가계부 계산에 가끔 실수를 한다면 단순 노화로 볼 수 있지만, 초기 치매는 숫자 계산 자체에 애를 먹고 지금까지 익숙하게 해왔던 일을 하는데도 더 많은 시간과 집중이 필요하다.
사소한 일에도 화내는 일이 잦아지는 등의 성격이나 기분 변화도 주의 깊게 볼 대목이다.
초기 치매 환자는 우울하고 의심이 많아진다. 또 평소에도 긴장이 고조돼 격정적으로 반응하며, 익숙하고 편안한 환경에서도 쉽게 화를 내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중앙치매센터는 치매 예방을 위해 3권(勸), 3금(禁), 3행(行)으로 이뤄진 '삼삼삼(3·3·3) 수칙'을 권장한다.
일주일에 3번 이상 걷기, 생선과 채소 골고루 먹기, 부지런히 읽고 쓰기가 '3권'에 해당한다. 또 '3금'은 술, 담배, 머리부상에 주의하라는 내용이다. '3행'은 정기적인 건강검진 받기, 가족 및 친구들과 자주 소통하기, 매년 치매 조기검진 받기를 실천하라는 의미다.
만약 60세 이상이라면 가까운 보건소 내 치매상담센터에서 치매선별검사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치매체크'라는 스마트폰 프로그램으로 치매선별검사를 집에서 해볼 수도 있다. 안드로이드 마켓이나 iOS 앱스토어에서 '치매체크'로 검색하면 된다.
김태 강동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23일 "기억력이 떨어지고 사람을 잘 알아보지 못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날때 나이탓이라고만 생각해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가 이미 치매 초기일 수 있다"면서 "기억력 저하나 인지장애가 반복적으로 나타날 경우 치매선별검사를 통해 치매 가능성을 체크하고 하루라도 빨리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