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 쉬운 국민건강임상연구

환자중심 의료기술 최적화 연구사업에 바란다

 

글. 김석현 센터장(한국보건의료연구원 국민건강임상연구 코디네이팅센터)

 

우리나라의 공익적 근거생성을 위하여 2015년 10월 시작되었던 국민건강임상연구사업(National Health Clinical Research, NHCR)이 2018년 10월로 종료된다(총괄과제인 코디네이팅센터는 과제들의 정리를 위하여 2019년 3월까지 사업기간이 연장되었다). NHCR은 지난 3년의 사업기간 동안 근거생성 전향적 임상연구 12과제, 근거통합 성과연구 23개 과제, 그리고 공공보건연구 및 자유주제 7과제에 총 288억 7천 4백만 원의 예산을 집행하였으며, 이를 통해 도출된 연구 결과들은 우리나라 보건 정책에서 근거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서도 NHCR과 같은 공익적 임상연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어 지난 2년간 NHCR의 후속 사업을 준비하였다. 이에 따라 2019년부터는 8년간 총 1,840억 원 규모로 예산 및 연구기간이 대폭 증가된 ‘환자중심 의료기술 최적화 연구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환자중심 의료기술 최적화 연구사업은 최종 국회의 예산 승인을 남겨놓은 상황이나 이 사업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의가 없는 상황이므로 예산이 삭감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보여진다.

 

 

우리나라의 공익적 임상연구사업은 2004년 시작된 질환별 임상연구센터 사업이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그림 1). 질환별 임상연구센터 사업은 총괄 코디네이팅센터 없이 출범한 사업으로서 각 연구센터가 각기 연구를 진행함으로써 전반적인 연구관리에 문제점이 발견되었으며, 이로 인하여 전체 사업을 조율을 할 수 있는 관리센터가 출범하게 되었고, 이것이 2010년에 출범한 근거창출 임상연구사업이다. 근거창출 임상연구사업은 2015년에 종료되었고, 이어서 현 사업인 NHCR이 기획되었다. NHCR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주관연구기관으로 선정되어 코디네이팅센터 운영을 통하여 전체 연구를 총괄하는 구조로 진행되어 왔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의 공익적 임상연구사업은 이미 15년의 역사를 가진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와 경험에 비하여 공익적 임상연구사업의 결과가 우리나라 보건의료의 의사결정에 중요한 근거로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고 보기는 현재 어려운 상황이며, 여기에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본 글에서는 이에 대한 다음 두 가지 개인적인 의견을 언급해 보고자 한다.

 

첫째는 임상연구의 특성에 대한 고려이다. 임상연구는 연구대상이 환자, 즉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이로 인하여 사람을 직접적인 연구대상으로 하지 않는 기초연구에 비하여 높은 수준의 연구윤리를 요구하여 연구의 기획단계에서 수행, 결과예측까지 윤리적 문제가 없는지 검토한 후 이를 토대로 승인이 나며 연구는 반드시 이 계획에 맞추어 진행하여야 한다. 만일 수정사항이 발생하면 사안에 따라 재심사를 하여야만 한다. 반면 기초연구는 이러한 높은 수준의 연구 윤리를 요구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연구의 진행상 수정사항이 발생하면 그에 맞추어 연구를 진행하고 평가단계에서 이에 대한 적절한 평가를 받으면 된다. 현재까지의 공익적 임상연구의 관리는 이러한 임상연구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 못하고 기초연구의 관리(선정, 중간평가, 최종평가)과정에 맞추어 공익적 임상연구의 관리도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반드시 연구관리의 틀을 임상연구의 운영에 맞도록 적절하게 수정되어야 한다. 현재의 틀에서는 과제 선정 후 연구계획의 수정이 필요한 경우 이를 적절히 판단하고 결정을 내려줄 주체가 없는 상황이다. 이를 위한 좋은 모델은 제한적의료기술의 운영이라고 할 수 있다.

 

제한적의료기술사업은 연구자가 해당기관의 생명윤리위원회에서 승인 받은 연구계획서를 바탕으로 최종적으로 제한적의료기술 소위원회을 거쳐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에서 승인한다. 그리고 연구의 진행과정에서 제한적의료기술 소위원회에 정기적으로 보고하여야 하고 정기점검, 모니터링에 대하여 주기적으로 관리를 받으며, 이를 통하여 연구진행에서 문제점이 발견될 경우 연구의 목적이 변경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연구방법과 같은 연구계획의 변경을 승인해주는 과정이 있다. 이러한 형태의 관리가 임상연구의 가장 적절한 관리 방법이라고 보이며 환자중심 의료기술 최적화 연구사업에서는 반드시 제한적의료기술 소위원회와 같은 의사결정 기구를 설치하고, 이를 통하여 적절한 임상연구 관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는 과제에 대한 모니터링과 보고가 상시 이루어져야 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하므로 많은 예산과 노력이 요구되는 것으로 현재 확보된 예산안에서 이루어 나가기 힘든 점도 예상되나 예산의 한계로 관리가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1,800억 원 넘게 국민의 세금으로 책정된 연구비가 목적에 맞게 사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것이다. 이와 같은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각계 전문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보건복지부가 한시 바삐 문제를 인식하고 적절한 대응을 시작하여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연구관리규정 중 공익적 임상연구에 대해서는 기타 일반 연구과제와는 다른 관리규정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는 임상연구 결과와 여러 자료원과의 연계 연구이다. 즉, 공공 및 민간 데이터 사용의 제한에 관한 것이다. 이 문제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인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개인정보가 포함된 또는 제거된 데이터를 이용한 연구에 있어서 공익적 임상연구의 경우 어떤 방법으로 제한을 풀어 나갈 것인지, 그리고 그 관리는 어떻게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이미 존재하고 있는 각 병원의 임상진료자료,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청구자료, 통계청 자료, 국민건강영상조사 자료 등등 이미 수많은 소중한 자료원들이 존재하나 이를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정부부처 및 여러 기관이 머리를 맞대고 있으나 아직 가시적인 해결 방안이 도출되지는 못하고 있으며 여러 이해집단들과의 협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후속사업인 환자중심 의료기술 최적화 연구사업의 결과도 이런 공공 또는 민간 데이터의 적절한 활용이 없으면 꿰지 못한 옥구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영국의 National Institute of Health Research (NIHR), 미국의 Patient-Centered Outcomes Research Institute (PCORI)와 같은 역할을 하는 정부주도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 나라이다. 영국과 미국 이외에는 이러한 공익적 임상연구 지원 체계를 갖춘 나라가 없으며 해외 학회나 기관 협의회를 다닐 때 우리나라에 대해서 대단하다고 칭찬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아직 그 액수는 미국과 영국에 비할 바가 아니나 현재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이러한 시스템을 더욱 발전시켜서 지금처럼 3년, 8년짜리 한시적인 프로그램이 아니라 지속성 있는 정부 사업화가 되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이를 운영하는 기관을 만들어서 우리나라 보건시스템이 체계적으로 근거에 기반하여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는 정부나 의료 전문가들의 노력과 힘으로만 되는 것은 아니며 관련된 모든 이해 관계자 및 기관들이 힘을 합하여 합리적으로 운영하기 위하여 노력할 때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되며 이는 우리나라가 반드시 지향하여야 할 점일 것이다. 환자중심 의료기술 최적화 연구사업은 지난 15년간의 공익적 임상연구사업을 잘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욱 발전된 사업으로 나아가길 기대하며, 한국보건의료연구원도 이 과정에서 하나의 주체로서 적극적으로 참여하여야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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