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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수첩/보건의료근거연구

[Vol.20 12월호] 이달의 NECA연구 :: 고도비만 수술, 결국은 “삶의 질”에 대한 문제다

 

 

글. 김용진 교수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고도비만수술센터)

 

[저작자] by Tony Alter, flickr (CC BY)
[출처] http://www.flickr.com/photos/78428166@N00/3872155588

 

지난 12월 초 낯 익은 두 분이 외래를 찾았다.  50대 후반의 어머니와 20대 초반의 아들이었다. 다름 아닌 2년 전 수술 한 환자의 어머니와 남동생이었다. 130kg이 넘는 몸무게와 반복되는 허리 수술로 일상도 직장도 어려웠던 딸, 지난 2년 간 체중이 줄고, 허리 통증이 없어지면서 직장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뒤였다.


고도비만 수술에 대한 의료 보험 적용이 논의 된 지도 벌써 10년 가까이 된다. 여러 걸림돌이 있었지만, 그 중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수술 자체의 안정성과 장기 결과에 대한 부분이다. 쉽게 풀면, 혹 수술하다 죽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것과 시간이 흐르면 다시 원래대로 되는 것 아닌가 하는 것이다.

 

비만, 당장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닌데, 위험하게 수술은 무슨 수술?


동료 의사나 환자 가족들로부터 흔히 듣는 말이다. 이해를 돕고자 비만이 오래 지속되는 것보다 수술이 오히려 안전하다고 설득하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산술적으로 당뇨가 얼마나 좋아지고, 고혈압은 어떻게 개선되며, 생리가 언제쯤 돌아올 것이라는 등의 효용성을 강조해도 그래도 위험한 것은 위험한 것이다. 당연한 일이다. 고도비만 수술, 위를 자르고 소장을 연결하는 수술이다. 일정 정도의 합병증 발생이 있을 수 있으며, 때로 심각한 후유증을 유발하거나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결국, 비만의 위험성과 수술의 효용성만으로 고도비만 수술이 안전하다고 이해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차라리 발생 가능한 합병증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 및 지금까지의 결과를 객관적인 자료로 제시하는 것이 훨씬 더 설득력이 있는 이유다.

 

복강경의 보편화와 함께 수술 관련 합병증 및 사망률은 유의하게 감소했다


교과서 속의 텍스트가 반드시 현실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고도비만 수술처럼 여전히 시행착오가 반복되고 있고 데이터 수집 및 분석이 어려운 경우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현재의 교과서를 근거로 하면, 고도비만 수술 관련 합병증은 10%내외, 사망률은 0.5% 미만이다. 그러나 이에 근거가 되는 자료는 크게 두 가지의 문제점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복강경 수술이 보편화 되기 이전의 자료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실제 2009년 영국의학협회지(NEJM)에 실린 “고도비만 수술의 수술 전후 안정성”이라는 연구 결과를 보면, 개복 위우회술이 시행된 437명과 복강경 위우회술이 시행된 2975명에서 사망률은 각각 2.1%와 0.2%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또한 올해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2003년 이후 시행된 고도비만 수술에 대한 메타 분석” 역시 2003년 이전 위우회술의 사망률은 0.3~0.5%였으나, 복강경이 보편화된 2003년 이후만을 대상으로 하면 수술관련 사망률은 0.08~0.38%로 유의하게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국내 데이터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나 다행이 지난 2011년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하 NECA)와 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의 공동 노력으로 수술 군 261명과 약물치료를 포함한 보존 치료군 224명에 대한 후향적 코호트 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수술 관련 합병증 10%, 수술 관련 사망은 1명(0.38%)으로 기존 해외 결과에 비해 별 다르지 않으며, 이 결과에서 사망 환자의 원인은 흡인성 폐렴이었다.

 

수술 방법의 변화와 수술기법의 발전이 결국 장기적인 효용성을 증가시켰다


수술의 안정성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장기 결과다. 고도비만 수술의 바이블처럼 여겨지고 또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는 데 있어 가장 많이 인용되는 것이 바로 “SOS(Swedish Obese Subjects)”연구다. 1987에 시작된 대규모 관찰 연구로, 수술 그룹과 비 수술 그룹 각각 2000명 내외가 참여했으며, 20년간 추적된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 이 자료를 근거로 하면 고도비만 수술은 한 2년 정도는 효과적이지만 10년이 경과하면 전체적으로 약 16%의 체중감소를 보이고 있어 아직 그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그 해석에 큰 문제점이 있다. 다름 아닌 이제는 더 이상 시행되지 않는 수직 위 성형술(vertical banded gastrolpasty) 환자가 전체 대상의 약 70%가 해당되기 때문이다. 실제 이 연구에서도 위우회술이 시행된 265명을 따로 떼어 분석하면 15년 이상 경과한 시점에서도 자기 체중의 27%를 감량한 상태로 잘 유지됨이 확인 되었다.
 

2014년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시행되는 수술은 위(소매)절제술과 위우회술이다. 2014년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실린 메타 분석 결과, 위우회술의 2년 이상 체중감량 결과는 58~73%내외의 초과체중감량을 보고했으며, 위절제술 역시 지난 2013년 Obesity Surgery에 약 46000여명을 대상으로 6년 추적 시 약 50%내외의 초과체중 감량을 보고하고 있다. 국내 NECA연구 결과 역시 61.4%의 초과체중 감소로 해외 결과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고도비만 수술, 결국은 “삶의 질”에 대한 문제다


이런 산술적인 데이터가 아니라, 사망률 분석이나 삶의 질 평가 및 비용대비 효과 등을 더하면 고도비만 수술의 가치는 더 이상 논쟁 거리가 안 된다. 수술 후 대부분의 환자는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게 되며, 오랜 기간 고통 받던 질병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은 물론, 자신감 있게 우리 사회와 함께하게 되는 것이다.
 

외과 교과서에 고도비만 수술 결론은 아래처럼 마무리 된다. “고도비만의 수술 치료는 이제 외과의 중요한 축이다” “환자의 요구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지만, 실제 혜택을 받는 경우는 2%미만이다” “현재, 고도비만 치료의 유일한 방법은 수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