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박덕우 부교수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1. 논문의 개요 및 임상적 의미
급성심근경색은 심장질환 중에 가장 중한 질환의 하나이며 국내 사망원인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다. 이러한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의 대다수가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할 정도로 급성심근경색증은 임상적으로 매우 중요하고 의료계에서 차지하는 사회적 및 경제적 부담도 매우 큰 중증 질환의 대표적인 질환이다.
급성심근경색은 심장을 먹여 살리는 3가닥의 관상동맥혈관 중 하나의 혈관이 갑자기 혈전으로 막혀서 심장근육이 괴사되면서 발생하는 초응급질환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실제 임상에서 보면 3가닥 중 하나의 혈관에만 동맥경화증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머지 2가닥의 관상동맥에도 심한 협착이 동반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심근경색이 발생한 혈관외에 나머지 다른 심장혈관에도 동시에 동반된 동맥경화증을 어떻게 치료를 하느냐가 최근 심장내과 분야에서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이며 이에 대한 여러 가지 견해가 아직도 많이 상충하는 상황이다.
아직까지 급성심근경색 환자에서 심근경색이 발생한 혈관외에 얼마나 많은 환자가 다른 심장혈관에도 병이 동반이 되고 나머지 혈관에 병이 있을 경우 그 병의 분포와 예후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치는가를 본 대규모 연구는 전무한 실정이다.
이번 논문은 지난 20년동안 수행된 8개의 대규모 국제적 임상연구의 데이터베이스와 지난 10여년동안의 한국의 심근경색 코호트 데이터 베이스, 미국듀크의대의 심근경색 코호트 3개의 데이터베이스를 융합하여 수행한 연구이며 논문의 결론은 "급성심근경색환자에서 절반이 넘는 환자에서 심근경색혈관외에 다른 혈관에도 심한 협착이 동반되는 경우가 발생을 했으며 이는 한달째 조기사망율 및 1년째 장기사망율에 중대하게 영향을 미쳤다"이다.
이번 논문은 "여러 혈관에 동시다발적으로 병이 있는 급성심근경색환자의 예후를 예측하고, 효과적인 치료방향을 수립하는데 많은 정보를 줄 수 있는 빅데이터를 이용한 임상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제공하는 논문이라고 할 수 있다.
2. 빅데이터의 활용
요즘 들어 빅데이터에 대한 관심이 많이 대두되고 있지만 실제 임상에서 수많은 빅데이터를 어떻게 정리를 하고 임상연구에 어떻게 활용을 해서 환자의 예후 예측이나 치료에 반영을 할 것인지에 대한 노력이나 성과는 아직 미진한 상태이다.
본 연구는 지난 20년동안 수행된 8개의 대규모 국제적 임상연구의 축적된 데이터베이스를 통하여 7만여명의 환자를 스크리닝하였고, 지난 10여년 동안 축적된 한국의 심근경색 코호트 데이터 베이스 (KAMIR 레지스트리)를 통하여 4만여명의 환자를 스트리닝하였다. 이와 함께, 지난 10년간 축적된 미국듀크의대의 심근경색 코호트 4만여명의 환자를 스크리닝하여, 총 15만 여명의 환자를 검토하여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였다.
서울아산병원과 전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임상연구센터인 듀크의대 임상연구소 (DCRI; duke clinical research institute)간의 긴밀한 협조와 공동연구를 통하여 성과를 낸 연구라고 볼 수 있다.
본 논문은 임상빅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세계최고 권위의 논문에 출간이 되는 성과를 내면서 향후 국내 의료분야 빅데이터의 활용방향에 대한 좋은 예를 제시한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궁극적으로 환자에게 빅데이터에 근거한 최선의 진단 및 치료, 예후 예측을 할 수 있는 좋은 근거가 된 면에서 논문의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3. JAMA (Journal of American Medical Association)논문
JAMA 저널은 임상 의학분야를 포괄하는 전세계 최고 권위의 3대 논문 (NEJM, JAMA, LANCET)중 하나이며, 1883년부터 출간이 되어 130년 전통이 있는 논문이고 작년 (2013년) Impact Factor는 30.4점으로, 기초분야 저명한 논문인 SCIENCE와 같은 점수이다.
4. 연구자의 개인적 사담
한국의 다른 교수님들이 통상적으로 그러시는 것처럼 연구자도 40이 되는 나이에 미국동부 노스캐롤라이나에 위치한 듀크대학교 듀크임상연구소(DCRI)에 연수를 가게 되었다. 연수를 가기 전 연구자의 가장 큰 목표는 "전세계에서 임상연구를 가장 많이 하는 최대규모의 연구기관의 핵심 core까지 들어가서 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일을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을 하는지 핵심 Know-How를 꼭 배워오자" 였다.
하지만 처음부터 예상했던 것처럼 한시적으로 1년이 조금 넘는 기간에 연수를 오는 외국사람한테 (특히나 동양인한테) 거기에서 한참을 일하던 다른 연구자와 마찬가지로 공평한 기회나 핵심 기술을 share할리는 만무했다. 연구자가 그쪽에서 진행되고 있는 핵심 연구를 같이 하고 싶어서 가자마자 조바심을 내도 그쪽 연구기관에서 처음 한 말들이 "Dr. Park은 이미 한국에서도 학문적 성과가 있으니까 이곳에서 가족들을 생각하면서 1년여동안 즐기다 가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당시 연구자의 대답이 "매일 같이 가족들이랑 한국에서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고, 저녁에는 시간이 너무 남아서 주체를 할 수가 없으니까 일하는 시간만큼은 내가 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다"라고 거머리(?)처럼 계속 졸랐던 기억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최고 엘리트 연구그룹에서 쉽게 마음을 잘 열지 않음을 여러 면에서 많이 느끼게 되었다. 당시 연구자의 생각이 "내가 미국의 최고 엘리트인 이 연구자들한테 다른 방식의 감동을 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겠구나"라고 생각을 하게 되었고 연수지에 가자마자 처음 2-3개월은 연구원 1000명 이상인 임상연구소에서 제일 일찍 출근하고 제일 늦게 퇴근하면서 처음 4개월여 동안 연구계획서를 10편 이상 썼던 기억이 있다. 그중에 딱 한번 기회가 왔을 때 그 사람들이 생각하는 속도보다 최소 2-3배 빠른 속도, 그 사람들이 생각하는 양보다 최소 3-4배 이상의 양과 질을 보여주면서 (쉽게 이야기해서 ‘애절했던 헝글리정신’) 연구를 진행하였고 그러는 과정을 통해 DCRI연구소의 핵심 core까지 들어가게 되면서 지금의 좋은 성과가 있었던 것 같다. 연수가자마자 처음부터 100% 가족한데 봉사(?)를 하지 못하고 개인적으로 여유로운 시간을 많이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아직도 크지만 세계 최고의 임상연구센터에서 핵심 core의 생각하는 방식과 연구가치 등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충분히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좋은 성과까지 있어 큰 보람으로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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