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태우(깔리아덴치과의원 원장)
2012년 12월 영국 데일리메일은 줄기세포 연구로 2012년 노벨의학상을 수상한 영국의 생물학자 존 거든이 인간 복제가 50년 안에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한다. 그는 인간 복제가 복잡한 윤리적 문제를 증가시키겠지만 복제 기술이 의학적으로 유용해진다면 그와 같은 우려는 극복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복제 기술의 윤리적 문제에 관해 그는 “고통을 완화시키거나 건강을 개선할 수 있는 모든 기술은 대개 광범위하게 수용되기 마련이라는 개인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 즉, 복제기술이 실제로 몇몇 문제들을 해결해주거나 사람들에게 유용한 것으로 판명난다면 그 기술은 받아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힌다.
이로부터 5개월 뒤, 올해 5월 미국 오리건대 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인간배아줄기세포 복제에 성공하게 된다. 여성의 난자에서 핵을 빼내 피부세포의 핵을 난자와 융합시켰다. 이렇게 해서 정자와 난자가 만난 것과 같은 복제 배아가 만들어졌고, 이를 세포 수 150개 정도까지 키운 다음 인간배아줄기세포를 추출했다. 이것은 심장세포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하기에 이른다. 당뇨, 심장병, 치매와 같은 난치병을 고칠 수 있는 큰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이 복제 배아를 여성의 자궁에 넣어 임신과정을 거치게 하면 복제 인간이 탄생하는 것이다.
이로써 2005년 개봉된 이완 맥그리거와 스칼렛 요한슨이 복제 인간으로 연기한 영화 ‘Island’의 현실 가능성이 기술적으로는 완성되기에 이르게 되었다. 이 영화의 내용이 그저 상상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닌, 우리의 현실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이 영화의 주인공 링컨은 한 임산부의 죽음을 목격하고, 자기를 포함한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스폰서인 특정 인간에게 자신의 장기와 신체 일부를 제공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인간에 의해 스폰서를 위해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져 죽어야하는 복제 인간이라는 사실이다. 이 복제된 인간, 곧 클론들은 실제로 보험회사와 같은 연구소의 상품에 불과하다. 그들은 철저히 외부와 차단되었으며, 회사의 상품으로 최상의 질을 위해 관리를 받고 있다. 그리고 회사는 그들에게 말한다. “밖은 환경오염으로 더러워졌다. 당신은 선택을 받은 인간이다. 이제 당신의 고향, 유토피아 '아일랜드'로 보내줄 것이다.” 그들은 이 말을 믿고 아일랜드로 보내질 날을 기다린다. 하지만 이 날은 그들의 주인을 위해 목숨을 잃는 날이다. 또한 스폰서에게도 거짓말을 한다. “당신의 클론은 생각을 할 수 없고 생명체도 아니다” 그들의 고객들에게 윤리적인 양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고 거짓 확신을 주는 것이다. 하지만 스폰서의 요청에 의해 만들어진 클론들은 어느 누구와도 다름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회사는 그들을 통제해야 했고, 스폰서를 잘 관리해야했다.
결국 링컨은 곧 아일랜드로 가게 될 조던을 설득하여 연구소 탈출에 성공한다. 회사는 응급 상황이다. 링컨과 조던에 의해 세상에 그들의 진실이 밝혀질 것을 우려해 그들을 잡기 위한 추적이 시작된다.
링컨과 조던은 자신들의 스폰서를 찾아가 회사에 대한 진실을 이야기하고 스폰서에게 보호를 받고자 했다. 연구소에서는 스폰서가 그들의 복제인간을 보게 될까 두려워 링컨과 조던을 잡기 위해 애를 쓴다. 이들은 마침내 조던의 스폰서 집에 도착하지만 그녀가 병들어 있어 만날 수 없게 된다. 이에 그들은 다시 링컨의 스폰서의 집을 찾아 나선다. 만나기는 했지만 링컨의 스폰서는 자신의 간이 병들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복제인간에게 간을 이식받아야하는 상태였다. 그는 링컨과 조던을 도와주겠다고 한 후, 회사에서 보낸 경찰에게 발각되도록 그들을 유인한다. 하지만 링컨은 자신을 죽이려는 경찰 앞에서 기지를 발휘하여 자신의 스폰서를 죽이도록 하고 위기에서 벗어난다. 링컨은 회사에서 지금 모든 복제인간이 오염이 되어 그들을 처분하려한다는 소식을 듣고 조던과 함께 연구소로 향한다. 스폰서를 링컨인줄로 알고 죽인 경찰도 복제인간을 죽여 가면서 사업을 하는 것은 살인행위라며 그들을 돕는다. 결국 연구소의 책임자인 메릭박사는 죽게 되고, 죽을 수밖에 없었던 모든 복제인간들은 이들의 도움으로 그 연구소를 빠져나와 복제인간으로서의 삶에서 구원을 얻고 진정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회복하게 된다.
인류가 인간배아줄기세포 추출이나 복제 인간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자명하다. 난치병으로 고통 받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치유를 가져다준다는 점, 또한 무병장수를 영원토록 누리고 싶어 하는, 인간의 무한한 삶에 대한 꿈을 실현시켜준다는 점이다.
하지만, 영화는 이러한 긍정적인 동기를 가지고 애쓰고 노력하는 인간이 이루어가는 의료과학기술이 가져오는 부정적인 면을 시사한다.
그 중심에 상업화가 있다. 영화에서 연구소의 존재와 그 연구소의 책임자인 메릭박사가 이러한 상업화를 말해주는 것은 자명하다. 탈출한 링컨과 조던을 쫓기 위해 파견된 경찰이 한 말이 인상적이다. ‘복제인간을 죽여가면서 사업을 하는 것은 살인행위이다.’ 의료과학기술이 수익창출을 위한 수단이 되어버린 것이다. 메릭박사는 사기와 의료기술을 결합한 사업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복제인간은 그들에게 인간이 아니고, 상품일 뿐이다. 수익을 위한 상품, 관리대상 상품인 것이다. 이같이 의료기술의 상업화는 인간에 대한 존재와 존엄성을 무가치하게 만들어 버린다.
이 영화가 인간 복제의 문제와 같은 극단적인 부분을 다루었기 때문에 더욱 더 의료기술의 상업화와 관련된 인간 존엄성의 문제가 쉽게 부각될 수 있었다고 본다. 그나마 종교계보다 엄격하지 않은 과학계의 윤리성조차 배아줄기세포가 사람이 될 가능성을 기준으로 보고 있다. 그만큼 인간복제는 심각한 윤리적 문제를 가져온다.
의료기술이 발전하고 있다는 소식은 우리에게 큰 기쁨이요 꿈과 희망이다. 특히나 난치성 질환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는 더 절실하다. 하지만 의료기술 발달의 필요악으로 여겨지는 상업화의 마수(魔手)가 영화 속 장면과 배우들의 대사 속에서 끊임없이 느껴진다는 사실은 건강한 삶을 바라고 소망하는 우리에게 의료기술의 끊임없는 발전이 마치 보이지 않는 함정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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