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헬기의 모든 것

 

골든타임의 중요성

 

골든타임이란 생사의 갈림길에 선 환자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제한된 시간을 말합니다. 교통사고와 같은 중증외상 환자의 경우 1시간, 뇌졸중 발병환자는 3시간입니다. 시간 내 제대로 된 응급처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환자의 생명이 위험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2015년 3월 부산에서 열린 배드민턴 대회에 참가했던 40대 남성이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남성은 대기하던 중 갑자기 심장마비로 쓰러졌지만, 사고현장에는 응급의료진이나 제세동기 또한 없었습니다. 13분 후 소방대가 급히 도착하여 병원으로 옮겼지만, 결국 남성은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는 최초 심정지 후 4분 이내에 제대로 된 응급처치를 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닥터헬기의 정의 및 역할

 

닥터헬기는 의료진이 탑승해 출동하는 헬기로, 응급환자 치료와 이송 전용으로 사용돼 ‘날아다니는 응급실’로 불리고 있습니다. 이는 특정 의료기관에 배치돼 요청 즉시 의료진을 태우고 출동, 응급환자를 치료·이송하는 데 사용되므로 불린 이름인데요, 심한 외상이나 심장 및 뇌혈관 질환과 같은 신속한 응급처치와 이송이 필요한 환자 신고를 받으면 5분 이내로 의료진을 태우고 출동합니다.

 

현재 총 7대의 닥터헬기가 운용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2011년 9월 2대(인천 가천대 길병원, 전남 목포한국병원)의 닥터헬기 도입을 시작으로 2013년 2대(강원도 원주 세브란스 병원, 경북 안동병원), 2016년 2대(충남 단국대병원, 전북 원광대병원), 2018년 5월 기준으로 1대(아주대병원)가 있습니다. 민간 헬기사업자에게 임차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비용적인 부분은 중앙정부가 70%, 지방정부가 30%를 부담하고 있습니다.

 

중복 출동사항 대책 및 사례

 

그러나 부처 간에 출동상황을 서로 공유하지 않아 중복 출동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였습니다. 따라서 지난 2018년 8월부터 보건복지부 등 5개 부처는 범부처 헬기공동활용체계 구축을 위한 합동 TF를 구성하고 대책을 논의한 결과, 각 부처 간에 응급헬기 출동 시 119에 알려 전체 헬기 출동 상황을 모니터링해 중복 출동을 방지하고자 하였습니다. 또한 닥터헬기 출동조건을 다음과 같이 재정립하여 충돌을 줄였습니다.

 

1

중증응급환자

2

닥터헬기 병원 반경 약 70km 내외에 포함되는 지역

3

시계비행가능시간 (평일 및 휴일 일출∼일몰)

 

대표적인 사례로, 2013년 10월 14일 서해안의 작은 섬 주민인 남성이 구조받은 사건이 있습니다. 보건소 의사는 의식불명이 된 남성을 보고 긴급 상황으로 판단해, 병원에 닥터헬기를 요청하고 119를 통해 소방헬기도 동시에 요청했습니다. 닥터헬기와 소방헬기가 비슷한 시간에 현장에 함께 도착했지만, 중증환자에 대해서 닥터헬기가 보다 적합하다고 보아 닥터헬기로 이송을 실시하였고, 소방헬기는 회항했습니다.

 

국내 닥터헬기 운영 문제점 및 해결 방안

 

이외에 우리나라의 닥터헬기는 운영상 여러 문제점이 있었는데, 이중 크게 3가지 문제와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문제 1) 닥터헬기 이착륙장(인계점) 부족

현재 2018년 12월 기준 전국 이착륙장은 소방청 소관의 3,469개, 보건복지부 소관의 828개 등이 있습니다. 앞서 미국의 닥터헬기 운영과는 달리 우리나라 닥터헬기는 기존에 정부가 지정해준 인계점에서만 이착륙을 할 수 있었습니다. 환자가 있는 곳이 인계점이 아니라면, 닥터헬기가 출동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중증외상, 심근경색, 뇌졸중 등 닥터헬기가 출동해야 하는 위급한 상황은 장소와 무관하게 발생할 수 있기에 닥터헬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인계점을 추가적으로 확대하고, 비인계점에서도 이착륙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해결) 올해 6월 18일, 경기도 도교육청과 아주대학병원에서 ‘응급의료 전용헬기 이착륙장 구축’ 협약을 맺었습니다. 협약 이전 경기도 내 닥터헬기 이착륙장은 588곳이었습니다. 협약 이후에는 학교 운동장, 시군 공공청사가 인계점으로 개방되어 닥터헬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곳은 모두 2,420곳으로 확대되었습니다. 또한 당진시에서도 ㈜미래엔서해에너지와 ‘응급환자 이송(닥터헬기 인계점) 협력 체계 구축 업무 협약’을 맺어 기존 12곳의 인계점에서 14곳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이처럼 각 시/ 도 뿐만 아니라, 기업에서도 닥터헬기의 인계점 확대를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올해 보건복지부의 개정된 법안에 따르면, 앞으로 비인계점에서도 닥터헬기가 이착륙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비인계점의 기준으로는 바닥이 평평하고, 25m x 25m 이상의 공터이며, 이착륙하는 데에 장애물이 없고, 주택, 축사, 양어장, 양봉 등 각종 시설물과 인접하지 않고, 이착륙 할 수 있도록 도로와 잘 연결되어 있어야 합니다.

 

문제 2) 닥터헬기의 수

닥터헬기가 운항을 개시한 2011년 당시 이송환자 수는 76명이었습니다. 이후 2017년 1월에 1,032명으로 증가하여 총 이송환자 수가 4,000명을 넘겼고, 단 8개월 이후 2017년 9월 6일, 이송 환자 수가 5000명을 돌파하였습니다. 응급환자의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 앞으로도 닥터헬기의 운항은 급격히 증가하겠지만, 단 7대의 닥터헬기만으로는 위급한 환자를 최단시간으로 이송시키는 것은 어려운 실정입니다.

 

해결) 이에 7대의 닥터헬기 이외에도 보건복지부 6대, 국방부-의무헬기 7대, 경찰청 18대, 소방청 30대, 산림청 47대, 해양경찰청 18대, 총 126대의 헬기가 응급환자 이송을 위해 함께 쓰일 것이라고 합니다.

 

문제 3) 닥터헬기 소음으로 인한 민원

2018년, 경기북부 권역외상센터의 닥터헬기의 소음으로 인하여 민원이 잦아진 탓에 외상센터의 폐쇄 위기가 놓인 적이 있었습니다. 서울지방항공청에 따르면, 민원이 해결되지 않을 시 외상센터의 헬기 시설을 폐지해야 하고, 그렇게 될 시 외상센터의 지정도 취소되기 때문입니다.

 

해결) 닥터헬기가 이착륙 시 발생하는 소음은 115데시벨 정도에 불과하고, 이는 풍선이 터지는 소리와 같은 데시벨이라고 합니다. 이에 최근 닥터헬기의 소음 인식 개선을 위하여 ‘닥터헬기 소생 캠페인 릴레이’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SNS를 통해 사회 각 분야 저명인사들과 시민들이 직접 풍선을 터트려 소음 정도를 들려주고, 더 많은 시민들에게 닥터헬기의 운영에 대한 이해를 구하며, 함께 캠페인에 참여할 3명을 지목하는 방식으로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닥터헬기의 중요성을 우리가 알게 된 만큼 앞으로 우리 시민들이 닥터헬기의 소리를 ‘소음’이 아닌, ‘생명을 살리는 소리’로 인식하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닥터헬기의 해외 사례 (독일, 미국, 일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는 모두 응급의료 전문헬기를 운용 중이며 구조와 구급, 화재에 모두 사용되는 공용 헬기 운용체계보다 병원기반 응급의료 전용헬기 운용체계가 전 세계적 추세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세계 최초로 닥터헬기 시스템을 도입한 독일은 현재 80대의 헬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전국을 반경 50km의 원으로 구분해 원에 한 대씩 헬리콥터를 배치해 접근성을 높였습니다. 비영리 민간단체인 ADAC와 정부에서 운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운용예산은 사회보험으로부터 조달됩니다. 주간 업무시간에 의사와 응급구조사가 함께 탑승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닥터헬기는 1972년 운영을 개시하여 929대의 헬기가 운용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헬기를 이용한 응급의료체계와 구급차를 이용한 지상의 환자이송체계의 연계를 통해 미국 인구의 전문외상센터로의 접근이 용이해졌습니다. 하지만 민간응급의료체계 아래 지난 10년 동안 헬기 숫자가 2배 이상 급증해서인지 운영상의 사고가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유일하게 야간에도 닥터헬기를 운영하지만 운영주체인 민간항공이 영리를 추구하다 보니 안전성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일본의 구급의료용 헬기인 ‘Doctor-heli’는 2001년부터 민간항공사 임차운용의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헬리콥터 운항회사로부터 빌린 전용기에 구급 장비를 설치해 각 거점에 대기하고 소방기관으로부터의 요청을 받으면 의사와 간호사가 동승해 2~5분 안에 이륙합니다. 42대의 헬기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예산으로 운용되고 있는데, 주목할 만한 점은 학교 운동장, 야구장, 공원과 같은 임시 이착륙장을 다수 확보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이착륙장 중 소방본부에서 선정한 구급현장과 접근성이 가장 좋은 이착륙장에 착륙합니다.

 

닥터헬기에 대한 해외 인식 및 정책

 

미국에서는 기본적으로 응급상황에서 구급차나 응급의료 헬기 등이 지나갈 때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습니다. 당연히 소음으로 인한 민원도 제기하지 않죠. 독일도 마찬가지입니다. 1982년 도로의 양 끝으로 붙어 비상차로(구급차로)를 확보하는 개념을 법으로 의무화했을 정도로 응급상황에서 앰뷸런스가 우선순위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본은 유치원부터 공중도덕과 질서를 강조하는 도덕교육을 전반적으로 시행해 질서의식이 자연스럽게 자리잡게끔 합니다.

 

항공 이송이 오래전부터 시행된 미국, 독일, 일본과 같은 선진국들은 닥터헬기에 대한 체계가 잡혀 있습니다. 헬기에 의한 응급환자 이송지침이 마련되어 있으며, 닥터헬기 운영의 적절성에 대한 평가와 연구가 함께 시행됩니다. 이는 응급환자 헬기 이송 현황에 대한 분석에 집중되어 운영 적절성에 대한 평가가 부족한 국내 연구와 대비됩니다.

 

헬기를 이용한 환자 이송은 비용이 많이 들고 전문인력의 협력과 여러 응급의료 장비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정된 자원 속에서 최대의 효과를 내야 합니다. 독일의 경우 조종사, 기술사, 의사와 응급구조사가 헬기 구조팀으로 탑승하여 응급처치를 직접 제공하고 진료 가능한 병원으로 이송하는 체계를 갖고 있으며, 구조 팀원의 자격으로 고도의 교육 수료와 경력 보유를 요구합니다. 의사는 응급담당의사로서 외과, 마취과, 내과 등의 전문분야에서 3년 이상의 근무경력과 중환자실에서 6개월 이상의 근무경험을 갖춘 의사로 전문외상구조술(ATLS), 전문승무원 자원관리(ACRM) 수련이 권고되며, 조종사 및 항공기 엔지니어는 모든 ADAC 항공 구조 서비스에 고용된 후, 1,500시간의 조종사 임무 수행 경험이 필요합니다. 응급구조사는 2년 동안의 정규교육과 1년간 항공 및 지상구급차 수습과정을 거친 후, 3~6개월 병원 실습하는 등 총 3년 이상의 항공구급서비스의 승무원 교육과 호이스트(hoist)를 이용한 구조 관련 특별 훈련을 받도록 되어 있습니다.

 

결론 및 제언

 

닥터헬기는 골든 타임 내 응급환자를 수송하기 위해 필수적인 의료수단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닥터헬기를 실생활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점에 대해 닥터헬기 출동 조건 마련, 응급의료 전용헬기 이착륙장 구축, 닥터헬기 수량 지원, 소음 민원 해결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독일, 미국, 일본 등 다른 OECD 국가들과 비교하면 닥터헬기에 대한 정부 지원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또한 닥터헬기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미국 시민들과 달리 닥터헬기의 소리를 소음으로 생각하는 국내 시민의식도 큰 문제입니다.
따라서, 닥터헬기에 대한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 확대와 닥터헬기의 상용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배려하는 올바른 시민의식의 정착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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